한국 시장에 대한 람보르기니의 기대는 남달랐다. 지난 5년간 신차 등록대수가 2017년 24대에서 2019년 브랜드 최초의 SUV 우루스 등장 이후 300대 이상으로 급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숫자 나열은 이쯤 해두고 당장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속한 C팀은 짐카나-오프로드-서킷 순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짐카나는 우라칸 에보 RWD 모델과 함께했다. 세워진 콘을 요리조리 피해서 젖은 노면을 한 바퀴 돌고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는 코스였다. 기회는 단 두 번. 꼴찌는 피해야 한다.
‘5,4,3,2…1!’ 출발 신호와 동시에 오른 다리에 힘을 줬다. ‘우아아아앙’ 황소울음을 달래줄 겨를 없이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려 순식간에 콘 구간을 탈출했다. 회전 구간은 드리프트 기술을 써야 했다.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고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떼면 순식간에 뒷바퀴가 미끄러지는데, 이때 손을 놓으면 우라칸 에보가 제자리를 찾으며 회전한다. 흔히 말하는 뒤가 털리는(?) 느낌은 아주 짜릿했다.
오프로드 짝꿍은 우루스였다. 이 모델로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릴 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인 것은 분명했다. 비스듬한 경사로를 균형감 있게 건너는 건 물론, 오른쪽 앞바퀴와 뒷바퀴가 롤러 위에서 헛돌 땐 왼쪽 앞바퀴에 힘을 몰아주는 토크벡터링 시스템도 경험할 수 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비탈길에서 내리막길로 돌파할 땐 VSC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서킷이다. 파란색, 하늘색, 연두색, 주황색, 보라색. 비비드한 컬러의 우라칸 STO를 선두로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 우라칸 에보 RWD가 질서 있게 대열을 이뤘다. 가장 먼저 우라칸 STO의 품으로 파고들어 코스를 익힌 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다행인 건 지난달 페라리 296 GTB를 같은 장소에서 시승한 덕분에 어디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감이 왔다는 거다.
등허리가 가장 많이 휘는 헤어핀 구간. 우라칸 STO는 브레이크 개입 없이 90° 코너를 가볍게 지나쳤다. 행여 인스트럭터를 쫓아가지 못할까 불안했는데, 신뢰도가 0에서 1200000%로 급격히 치솟았다. 분명 눈앞에서 RPM 바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가 빠지기를 반복하는데 무섭기는커녕 질주 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연이어 시승한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는 날 것 그 자체였다. 사자의 등을 오로지 두 손으로만 움켜쥔 채 달리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아찔했고 무서웠다. 우라칸 STO 대비 무게가 무거운데 오픈톱으로 인해 비틀림 강성은 상대적으로 약한 탓이었다. 게다가 뒷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똑같이 운전대를 돌려도 뒷바퀴가 더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람보르기니의 내연기관 모델이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가 보여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에 응하고자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모델을 위해 MIT와 배터리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24년 V12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아벤타도르의 후속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는 오는 7월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시승기, 행사, 트랙데이,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슈퍼카, 스포츠카, 레이싱카
Copyright ⓒ 모터트렌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