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로지 특집] 다른 나라는 어떻게 묶을까?

[앤솔로지 특집] 다른 나라는 어떻게 묶을까?

채널예스 2022-05-17 10:32:10 신고

언스플래쉬

지금 해외에서는 어떤 앤솔러지가 출간되고 있을까? 참신하고 독창적인 소재, 흥미로운 기획 과정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다양한 앤솔러지가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영미권에서 출간된 시, 소설, 에세이 앤솔러지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다섯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자.


엮은이의 힘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그 책 누가 썼어?”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누가 편집했어(엮었어)?” 하며 엮은이를 묻는 독자도 많다. 영미권 에서는 신뢰받는 편집자, 권위를 인정받은 편집부의 힘이 강하다. 2022년 4월 아마존 ‘올해의 책 TOP 100’에는 앤솔러지가 한 권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뉴욕타임스〉에서 펴낸 『The 1619 Project: A New Origin Story』라는 책. 미국 역사에 관한 에세이와 시 등을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7월에도 소설가 29인의 단편 소설 29편을 싣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단행본을 출간했다. 흑사병이 번진 14세기에 공포에 질린 유럽 사람들을 위문한 이탈리아 조반니 보카치오의 작품 『데카메론』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이야기로 위로했다. <뉴요커> 역시 편집부가 엄선한 작품을 모은 『The 40s: The Story of A Decade』라는 제목의 앤솔러지를 펴낸 바 있다.

출판사와 편집자가 만드는 앤솔러지 중에서는 〈The Best American〉(최고의 미국 ○○)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에세이, 단편 소설, 시, SF소설 등 각 장르마다 편집부가 고른 그해 최고의 작품 여러 편을 모아서 엮는 형식이다. 작품은 해마다 선정된 객원 편집자가 엄선하며, 책 표지에는 편집자 이름이 제목과 비등하게 보일 정도로 강조되곤 한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보이기도 하는데, 2019년 『The Best American Essays』의 편집자는 리베카 솔닛이었다.


우크라이나

현재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굵직한 사건이라면 단연코 우크라이나의 상황일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우크라이나 시민을 구호하기 위한 앤솔러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을 우크라이나 구호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작품이 대다수다. 그중 70인의 작가가 참여한 역사 로맨스 앤솔러지 『Sunflower Season』은 출간 전인데도 불구하고 2022년 4월 한때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분류되기도 했다. 앤솔러지가 지역의 이슈를 널리 알리며 국제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후 위기와 환경

2019년 9월부터 시작되어 반년간 계속된 호주 산불, 2021년 여름 하루 동안에만 70군데에서 불이나기도 했던 그리스의 산불 사태까지, 지난 몇 년간 벌어진 재난 때문에 기후 위기 심각성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생태, 동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은 관련된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고 그중 독특한 시도를 한 앤솔러지가 눈에 띄기도 한다. 기후 위기를 연구하는 한 비영리 기관은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작가들에게 전달하여 상상력을 발휘한 이야기를 쓰도록 하되,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등의 직접적인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했다. 무서운 경고와 전문 용어로 가득한 책은 이미 많지만 오히려 쉬운 언어로 된, 바로 우리 옆에 있는 현실을 말하는 이야기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후문.


정체성

앤솔러지라는 형식은 특히 영미권에서는 정치적인 선언, 사회적 참여와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는2013년 흑인 청소년이 살해된 사건으로 시작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사회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 문제를 비롯한 인종 갈등, 소수자 정체성이 화두로 떠오르며 흑인 페미니스트들의 작품을 엮는 이른바 ‘블랙 페미니즘 앤솔러지’라는 흐름이 생기기도 했다.

앤솔러지는 영어권이 아닌 문화권의 목소리, 다양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어권 국가로 전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중국계 여성 작가의 SF 소설을 엮은 『The Way Spring Arrives and Other Stories』, 아랍권 여성들이 쓴 사랑 이야기를 묶은 『We Wrote In Symbols』와 같은 작품은 비록 베스트셀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금 여기, 우리가 있다.’는 목소리를 다른 세계에 전달하는 책이기에 눈여겨볼 만하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팬데믹 선언 이후 스릴러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우뚝 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2020년 즈음에는 일상에 제약이 생긴 가운데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읽을거리, 특히 일상이 공포로 변하는 호러 이야기를 모은 작품집이 각광을 받았다. 다소 이를 수도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아닌,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간주하는 ‘엔데믹’을 준비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는 요즘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앤솔러지 역시 ‘공포’를 표현하는 게 아닌 ‘팬데믹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라는 후 일담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2021년 출간된 『There’s a Revolution Outside, My Love』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을 기록한 시, 에세이, 편지 등을 모은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국민 보건서비스 NHS(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유사한 기관)에 대해 고마웠던 사연을 모은 앤솔러지 『Dear NHS』가 출간되기도 했다. 이 밖에 2021년 3월 공개된 ‘Dear Vaccine’이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는 ‘백신에게’로 시작되는 짧은 시를 공모해, 백신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은 작품이 다수 모였다.


도움말 : 오서영(BC에이전시 영미권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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