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ESG경영 이야기, 한국ESG연구원 신지영 대표

꼬리에 꼬리를 무는 ESG경영 이야기, 한국ESG연구원 신지영 대표

플래닛타임즈 2022-05-17 09:24:00 신고

 

 

지난 편에서 한국ESG연구원 신지영 대표와 ESG경영에 대한 이론적 측면을 살펴봤다. #2에서는 사례를 기반으로 실무적인 부분을 조명한다. 더불어 기업에만 초점을 맞췄던 ESG경영이 아닌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 ESG경영에 대해 알아본다.

 


Q. 최근 ESG경영을 선포하는 기업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ESG경영을 선포하고 얼마 안돼서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이슈가 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A. 실제로 제가 자문했던 사례를 예로 들어볼게요. 근래 어떤 공공기관 자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ESG경영 선포 준비 과정에는 우리 조직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 단계에서 제가 어떤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지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운영진분들이 굉장히 불쾌해 했어요.

 

ESG경영 전략을 세울 때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리스크를 인정하고, 그 리스크가 드러난 이유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기성세대에서 업무를 하던 방식으로 따지자면 조직이 곧 나라는 ‘물아일체’와 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에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통찰력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감히 우리 조직을 욕보이다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결국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시점과 방법을 모두 놓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더 큰 리스크가 되기도 합니다.

 

또, 가볍게 생각해서 ESG 경영이 조직의 이미지 개선으로만 생각하고 ESG경영을 도입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리스크가 외부로 금방 퍼져 나가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례를 좋다 또는 어떤 사례가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죠.

 

 

 

Q. 어떻게 보면 기업들은 ESG경영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A. 실무적인 관점에서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인정한 문제를 복구하려는 책임성이 ESG경영 실무의 가장 기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행에 옮기기 힘들죠. 그래서 계속 리스크가 발생하고 사회적 질타를 맞는 일들이 발생해요. 이런 경우들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나는 아니겠지’ ‘우리 조직은 그렇지 않아’ ‘우리 조직은 그럴 일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인식에서부터 그 리스크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에 대한 우리 조직에 대한 객관성을 잘 인식하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Q, 대표님께서는 기관이나 기업 ESG경영 교육도 많이 하시잖아요? 실무자분들에게 들었던 질문을 하나만 뽑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제가 항상 교육 때마다 겪는 딜레마는 인권의 개념인데요. 실제로 굳이 MZ세대와 윗세대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해보면 인권에 대한 개념 차이가 달라요. 그리고 지금 우리 세상은 MZ세대가 인식하고 있는 인권의 개념으로 점점 변하고 있어요. 또,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고요.

 

고정관념에 갇힌 윗세대분들의 경우, 제가 교육을 할 때 인권 리스크를 가진 회사들의 사례나 실제 제가 겪었던 인권 리스크 사례들을 얘기하면 오히려 반박을 하세요. 그러면 교육이 아니라 토론회가 되는 경우가 있죠.

 

‘인권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세대의 인권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다릅니다. MZ세대들도 그걸 잘 알고 있고, 결국 그 점이 세대 간 갈등으로, 또 조직 갈등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ESG경영을 표방했다 하더라도 내부에서 합의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Q. 『지금 당장 ESG』는 제가 봤던 ESG도서 중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가장 친근하고 다가온 책이에요.

A. 제가 기업에서 처음 ESG경영 일을 했을 때 되게 막막했어요. 파면 팔수록 어렵고 감도 안 잡혔거든요. 그런데 일을 할수록 ESG경영이 한 때 트렌드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원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계속 느꼈어요. 이토록 중요한 직무이기에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해 이 과정 안에서 제가 느꼈던 어려움이나 고민을 떠올리면서 책을 썼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경제 교육 10위가 됐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가 항상 느끼지만 실력이라는 점에서는 하드웨어는 너무 잘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는 너무 부족한 국가가 되고 있다는 걸 제가 교육이나 컨설팅 할 때 절실히 느껴요. 담당자들이 저를 붙잡고 “한가지만 좀 더 여쭤보겠습니다”라고 간절하고 절박하게 다가올 때 예전 제 모습이 겹쳐 보여요. 물론 ESG경영 컨설팅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겠지만, 국가의 발전을 생각하면 제가 가진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죠.

 

Q. 실무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네요. 

제목에 ‘전 직원이 함께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실무자를 타겟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가 정말 제 책을 읽었으면 하는 타겟 독자는 경영진이에요. 제 강의를 들으신 모든 분들이 2~3시간 정도 지나면 ‘아, 이거 제가 아니라 상무님, 전무님, 대표님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얘기를 많이 하세요.  실무자가 ESG경영에 대해 감을 잡아도 경영진이 움직이지 않으면 결과물을 내기 어렵거든요.

 

ESG경영의 별명이 ‘새로운 시장의 패러다임’이에요.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은 기업, 조직이 예산을 중심으로 경영을 해왔다면 이제는 이해 관계자를 중심으로 경영계획을 세워야 하죠.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다고도 하죠. 그만큼 ESG경영에는 경영진들의 능동적이고 깨어있는 행동력이 필요해요.

 

Q. ESG는 실무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경영진의 인식개선과 노력을 요하는 부분이 있네요.

A. 실무자가 ESG경영에 대한내용을 경영진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데에서 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 가장 조직들이 갖고 있는 맹점이 될 것 같아요. ESG경영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인 계속 개편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조직을 경영한다면 기업이 나아가 국가가 제자리걸음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Q. 대표님의 방식으로 ESG경영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A. “ESG경영은 사업자등록증이다.”

 

누구나 비즈니스를 하려면 사업자등록 해야 하잖아요? 홈페이지를 제작하거나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등록증은 당연한 거니까요. 그런데 ESG경영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ESG경영은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사업 비용을 홍보로 분류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ESG경영은 경영전략, 경영고도화라는 측면으로 이해하고 사업자등록증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셨으면 해요. 탄탄하게 기초를 다져야 기업의 제품, 서비스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경쟁력이 쌓인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어요.

 

Q. ESG경영이 궁금해서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25%의 법칙’을 기억해주세요. 한 조직이 변하려면 조직원 25%가 변화해야 가능하다는 개념이에요. 25%의 인원이 변하면 그 조직 전체가 다 변한다는 논리예요. 내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면 ‘나도 해야 하나’ 눈치보지 않고 변화의 바람에 뛰어드세요.

 

‘ESG경영이 굉장히 중요한 건 알겠지만 실제 내 주변에서는 변화가 없으니 나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으로 안주한다면 산업 전체가 몰락하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요. 25%가 변화한 후에 변화하겠다는 눈치싸움이 아니라 내가 25% 안에 들어서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ESG경영에 대한 수많은 기사를 읽고 책을 읽었지만, 현재 우리의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제대로된 보고서, 이론서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 카피의 카피인 경우도 속속 발견된다.

 

사실, ESG경영에는 정답이 없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고, 다시 전략을 세우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성숙한 ESG경영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기업과 기관, 단체 등에서 ESG경영을 선포하고 MOU를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ESG경영이 어떻게 이뤄지고 얼마나 성장할지 그 결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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