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대선 패배 후폭풍

‘풍비박산’ 대선 패배 후폭풍

일요시사 2022-03-04 17:24:03 신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는 9일에 드디어 대통령이 누구인지 정해진다. 양당은 선대위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부 내각을 미리 그려보는 등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누구도 패배의 상황은 그려 보지 않는다. 선거에서 지면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 계산해보는 것 역시 양당이 할 일이다.

초보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연구하지만, 고단수 정치인은 선거에서 잘 지는 방법까지 함께 연구한다. 각 선대위에 포진돼있는 고단수 정치 전략가들 또한 요즘 ‘잘 지는 방법’을 한창 연구 중이다. 대선 승리만큼 중요한 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지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선거는 
또 있다

경험 많은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 선거가 또 돌아온다는 것을 그동안 무수히 많이 경험했다. 이번 대선에는 유난히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렇게 대선후보의 흠결이 많이 있던 적도 없었고, 이렇게 지지층이 결집되지 못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 개개인의 ‘역대급’ 리스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대선판을 짜내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양측의 선대위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후보들이 개개인의 비리 문제에 고개 숙이는 모습은 이미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뉴스가 됐고, 양 선대위는 각종 문제 끝에 저마다의 쇄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경쟁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최종 대선후보를 견제해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후보가 패배의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후폭풍은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양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쇄신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중이고, 최악의 경우 당명 교체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정계에 떠돌고 있다.

이만큼 ‘가볍지 않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치열하게 계산해야 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계산 속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도왔던 공신 모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재명계와 이낙연계, 둘로 갈라져서 싸워왔다.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정운현 전 공보단장은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아직도 캠프 사이의 앙금이 남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이재명 대선후보를 당 지도부가 경선에서 대놓고 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처음부터 송영길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도아왔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와 송 대표 측은 크게 반발했지만 국민 여론은 이 전 대표 측의 발언에 더욱 공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전략적 연대가 지난해 초부터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여당 내 1위 대선후보 주자와 당 대표 3파전에 참전 주자였던 이 후보, 송 대표는 전략적인 연대를 형성했다. 

‘86그룹’(80대 학번, 60년대생)이라는 교집합 이외엔 큰 공통분모가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둘의 연대를 의아해했지만, 곧 ‘반 이낙연’이라는 명분 때문이라는 것이 보도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대급 초박빙 선거…후유증도 역대급?
이재명에 줄 댄 민 의원들 물갈이 조짐

당 대표를 노리고 있던 송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 계파가 내세운 홍영표 의원과 민평련계의 우원식 의원을 앞지를 ‘세력’이 필요했다. 어느 쪽의 지지도 받지 못했던 송 대표가 택한 길은 ‘반문(반 문재인)’ ‘반 이낙연’ 전략이었다.

자신은 어느 계파에도 속해있지 않은 투명한 후보이기에 본인에게 표를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호응한 것이 이 후보다. 여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승승장구했지만, 누구보다 당내 세력이 필요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당권 경쟁이 시작되기 전, 이 후보는 주변인들에게 ‘누구를 도와줘야 할지’ 수차례 자문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3개의 선택지에서 이 후보가 송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본인의 이익 때문이었다.

‘적통’에 과하게 집착하는 친문에서 대권주자로 클 수가 없기에, 또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진’ 민평련계의 지지를 얻는다 해도 크게 힘이 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선택지인 송 대표를 선택했다.

‘친문’계에는 이미 이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 내정돼있었다. 이 후보가 친문 의원들 모두를 설득해 이 전 대표를 이겨내는 것은 고작 몇 개월의 시간으론 불가능했다.

여의도에서 정치해본 경험이 없는 ‘0’선 의원인 이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전당대회 후 경선 시작 전까지인 고작 3개월뿐이었다.

민평련계는 김근태 의원의 별세 이후, 힘이 많이 약해진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제 18대 대선에서 손학규 전 의원을 과반 이상 지지했던 이들은 이후 주요 인사들이 여러 갈래로 진영을 이탈하며 갈 길을 잃은 상황이다. 또, 집단 특성상 정치적으로 큰 결단을 내는 데에도 인색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것이 이들 계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이유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이 부분이 오히려 이들의 최대 약점이라는 의견에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책임질 일이 없다”는 말은 그만큼의 권한을 가져본 적 없는 집단이라는 소리와 똑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던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 후보는 송 대표의 전략적 연대를 펼쳐 크게 성공했다. 둘은 현재 각각 최종 대선후보, 당 대표 자리까지 올라왔다.

할 수 없이
상부상조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경선 후 상대 후보 측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던 만큼, 송 대표가 완벽하게 공정을 지켰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대선 패배 시, 가장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송 대표를 필두로 내세운 민주당 내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송 대표는 지난 1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선언과 재보궐선거에 무공천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대선에서 지면 곧 본인과 본인의 계파 모두가 당내 입지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본인의 살을 내어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친문계와 민평련계에 속하지 못한 이재명계 의원은 약 40~50명으로 파악된다.

선대위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많이 띄고 있는 우상호 의원도 여기에 속한다. 우 의원 역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로, 정당 내에서 계파정치의 혁신을 줄곧 외쳐왔다. 당내 입지가 적어진 이들 모두 대선 패배의 결과를 책임지거나 계파를 이탈해 다른 쪽에 줄을 서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경우도 민주당만큼 어지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대선 몇 주 전에서야 가까스로 원팀 모양새는 갖췄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은 내홍을 겪었다.

가장 큰 원인은 윤석열의 측근들, 이른바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이다.

‘세력’ 없이 당 대표로 추대된 이 대표는 경선이 끝나고 나서 부터 국민의힘 선대위에 크고 작은 논란을 만들어왔다.

줄곧 윤 후보와 그의 측근들을 비판하며 쇄신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 대표는 윤핵관들을 콕콕 찝으며 언급한 뒤, 선대위를 박차고 나간 바 있다. 나간 횟수도 두 차례나 된다.

처음 선대위를 박차고 나간 것은 지난해 11월 말에 이르러서다.

‘이대남(20대 남자)’표의 결집을 완성한 윤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자)’표도 노리기 위해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 전 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했다.

영입 과정에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핵관이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를 영입했고, 이 교수가 이를 수락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 우리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했던 과정과 방향이 반대되는 것이고, 지지층의 재구성과 전략의 재구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후보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본인 스스로 설로만 돌던 ‘당 대표 패싱’을 자인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밀렸던 윤 후보가 국민의힘의 최종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내의 세력을 본인 쪽으로 규합한 점이 컸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인의 관계자를 다수 양산해냈다.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이 대표적이다. 

권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윤 후보와 알고 지낸 죽마고우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선 내내 윤 후보의 비서역할을 수행하던 그는 당 영입부터 대통령 후보 출마, 그리고 대선 본선에서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실세 중 실세로 평가받는 그는 선대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에 임명되기도 했다.

윤핵관 3명
저마다 인연

장 의원은 경선부터 윤 후보를 지켜온 수문장으로 “내가 직접 윤석열을 검증했다”며 정치에 막 입문한 윤 후보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줬다.

실제로, 2018년 국회법제사법위원으로 일했던 장 의원은 당시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윤 후보에게 매서운 질문의 공격을 던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윤 후보의 가족 비리와 본인 비리를 차례차례 밝히며 국회 인사청문회서 윤 후보를 공격했다. 

래퍼인 아들 노엘이 음주운전 문제를 일으키며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장 의원은 당시 윤 후보에게 캠프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윤 후보는 끝까지 만류하며 그의 사표 수리를 마지막까지 뒤로 미뤘다. 이때 만들어진 끈끈한 인연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뤄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회동에서도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전권 대리인’ 역할을 맡으며 윤-안 단일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윤한홍 의원과 윤 후보와의 인연은 윤 후보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울 때부터 이어졌다. 당시 검찰개혁을 시도하던 추 전 장관은 윤 후보와 크게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때 윤 후보를 윤 의원이 도와줬다. 윤 의원은 법사위 소속으로 추 전 장관의 저격수 역할을 맡아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 의원도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윤석열 캠프에 합류에 전략 기획부총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초, 김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돌아올 당시 윤 후보는 “윤핵관들을 선대위에서 모두 물러나게 하겠다”며 초강수를 띄었다. 이때 이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아직 그들이 물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윤·안 회동에서 활약한 장 의원만 보더라도, 이들의 의심이 다분히 합리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윤석열 문고리 3인방 행보 주목
잘 질 준비에 들어간 고단수들

당 대표와 대선후보 측근 간의 기싸움은 여러 모로 국민의힘의 많은 지지층을 이탈시켰다.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는 기득권과 이를 쇄신하고자 하는 젊은 당 대표, 그리고 그가 데리고 온 김 전 비대위원장 간의 줄다리기는 많은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표가 야권의 또 다른 후보였던 안 전 대표에게 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를 문정부가 만들었다고 광고하지만, 안 후보를 빅3로 올려놓은 것은 윤핵관과 이 대표”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끝내 단일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이들의 이탈세가 완전히 다시 돌아왔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시점은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되는 기간,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인 지난 3일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에 근접해있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약 10%의 지지도가 윤 후보에게 돌아가야 맞겠지만,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선거 패배 시 안 그래도 세력이 없었던 이 대표의 입지는 곧바로 사퇴설로 불거질 전망이다. 홍보전에서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대표로서 당내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고, 마지막에 합류한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서도 걸림돌 역할만 했을 뿐,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 대표는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향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대표에 존칭도 붙이지 않고 거리를 뒀다.

윤핵관 3인과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저마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할 상황이다.

특히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알려진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은  당내 주류에서 ‘비주류’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친윤계가 절대 다수인 국민의힘 특성상 윤 후보에게 줄을 댄 모두가 책임질 일은 피해가겠지만, 누군가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보단
차악으로
 

선거의 패배 시나리오를 그리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싫어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할 때 본인의 약점은 줄어든다. 양 캠프의 대다수는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선거운동에 임해야겠지만 조금 더 현명한 정치 원로들이라면, 졌을 경우 또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은 어떻게 될까?

양강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선거 후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심 후보는 기대 이하의 지지율을 등에 안고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지율 부진에 낙담해 지난달 초 칩거에 들어간 후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큰 반전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심 후보의 마지막 대선’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치고 있다.

이번 대선이 네 번째인 심 후보는 이제 본인의 뜻을 이어줄 다음 정의당의 대통령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심 후보의 숙원인 다당제 실현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개혁을 이뤄줄 정의당의 다음 대선주자가 누가 될지 정의당 지지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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