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한 OTT 콘텐츠가 인기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금방 다섯 손가락을 넘긴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까지 흥행 성공작들로 가득하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에 환호하는 이유는 이미 검증받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웹툰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실사화돼 눈 앞에 펼쳐진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시청자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에 환호한다는 평도 있다.
그림이라는 시각 자료가 동원된 웹툰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요구하는 도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어떨까? 글자로만 만들어낸 세계관이 실사화돼 눈 앞에 펼쳐진다면?
실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에는 도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그중 6개 작품을 소개한다.
1.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인 안은영(정유미 분)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다.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을 꽤 그대로 따라간다. 젤리의 공격을 받은 학생들이 옥상 철망에 매달리는 장면, 럭키(심달기 분)와 혼란(이석형 분)이 방석을 훔치는 장면, 집 앞 가로등에서 은영이 강선(최준영 분)을 만나는 장면 등 말 그대로 '복붙'이다.
그러나 '명랑 판타지'라는 장르는 원작보다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더 돋보인다.
원작에서는 젤리를 "폭력성과 경쟁심의 덩어리들, 묵은 반목과 불명예와 수치의 잔여물들"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에서의 젤리는 색색의 해파리와 문어의 모습으로 등장해 안은영이 보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완벽히 구현해낸다.
무엇보다 주인공 안은영의 성격을 원작보다 더 발랄하고 엉뚱하게 보이도록 했다. 이를테면 원작의 "나는 이제 모르겠다, 제발 좀 졸업해 버려."라는 대사를 넷플릭스 시리즈에서는 "아, 그냥 씨발 다들 졸업해 버려, 썅, 쯧"이라고 표현한다.
다만, 드라마는 안은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변인물의 이야기가 현저히 배제된다. 원작에 등장하는 온건 교사 '박대홍', 매켄지를 짝사랑하는 '황유정'의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원작에 존재하는 캐릭터가 사라져 스토리 진행에 문제가 생길까 불안할 수도 있지만,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로 자기만의 영화색을 다져왔던 이경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극본에는 원작의 정세랑 작가도 함께 참여했다.
2.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고등학생 다섯 명을 둘러싼 비밀과 그들이 의문의 살인 사건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원작 작가 캐런 M. 맥매너스의 데뷔작인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영 어덜트 부문에 113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는 원작을 최대한 따라간 넷플릭스 시리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로 이어졌다.
소설의 촘촘한 구성을 제대로 구현한 넷플릭스 드라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25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2위에 오르면서 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인지, 원작 소설과 결말 부분이 다르다.
또, 최근 미국 방소 업계에서 'PC' 주의(Political Correctness)가 중요시되면서 인물 설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그러나 결말이 시시하다는 평을 받은 원작과 다르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3.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갑작스러운 화재로 부모님을 잃게 된 보들레어가의 세 남매, 바이올렛, 클로스, 써니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다크 코미디 요소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총 13권의 시리즈가 출간됐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2편당 원작 한 권의 이야기를 다루며 총 3개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다.
어린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답게 동화 속 화려한 일러스트가 그대로 구현돼 시청자들의 환심을 샀다.
무엇보다 '레모니 스니켓'은 원작 소설 작가인 대니얼 핸들러의 필명으로, 이 시리즈의 화자로 직접 등장해 보들레르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원작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4. 절대쌍교
넷플릭스 <절대쌍교 2020>는 고룡의 무협소설인 <절대쌍교>를 원작으로 한다. <절대쌍교>는 여인들의 음모로 인해 뒤틀린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령은 대만 무협소설의 거장으로, 고령의 작품은 중국, 대만, 홍콩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넘어 게임으로까지 각색된다.
<절대쌍교> 역시 다양한 버전의 드라마로 탄생했고,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절대쌍교>는 2020년 제작 버전이다.
<절대쌍교 2020>은 변형 없이 최대한 원작을 따랐다. 이에 중국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유덕화가 주연한 영화 <절대쌍교>의 경우, 원작에서 형제 관계인 인물 설정을 연인으로 변경하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탄생했기 때문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원한 시청자들에게 <절대쌍교 2020>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5. 트롤헌터
<트롤헌터>는 인육을 먹는 트롤들과 그에 맞서야 하는 헌터의 운명을 타고난 스터지스 집안의 '짐'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트롤헌터>는 기예르모 델 토로가 쓴 청소년 판타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재미있는 점은 넷플릭스 <트롤헌터>의 총괄 프로듀서도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맡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쿵푸팬더2>나 <가디언즈>의 프로듀서를 맡을 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에 <트롤헌터>를 직접 애니메이션화 시킨 것이다.
원작자가 직접 참여했기 때문인지 로튼 토마토 신선도 94%, IMDb 평점 8.4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스토리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6. 천성장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천성장가>는 집에서 쫓겨나 생존을 위해 남장을 하고 '청명서원'에 들어간 봉지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천성장가>는 소설 <황권>을 원작으로 삼지만, 원작과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은 상당히 다르다.
원작 소설인 <황권>은 봉지미(니니 분)의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면, 넷플릭스 <천성장가>는 영혁(진곤 분) 위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천성장가>는 새드엔딩, <황권>은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으며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국내 출간된 <황권>은 총 6권으로, 그 양이 상당하다.
<천성장가>도 무려 70편에 달할 정도니, 정주행하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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