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새로운 비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새로운 비전

더 네이버 2022-02-21 18:24:13 신고

BOTTEGA VENETA + MATTHIEU BLAZY

보테가 베네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사하며 패션 신의 총아로 떠올랐던 다니엘 리가 3년 만에 하우스를 떠났다. 그가 이룩한 ‘뉴 보테가’ 신드롬의 열기가 식은 것도 아니고, 케어링 그룹에서 이렇다 할 공식적 사유를 내놓은 것도 아니었던 탓에 팬들의 아쉬움이 매우 컸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테가 베네타는 발 빠르게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발표했고, 그 주인공은 바로 마티유 블라지였다. 젊고 준수한 외모, 심지어 그간의 경력까지 비슷한 탓일까? 뉴스를 통해 이 낯선 얼굴과 이름을 대면한 순간 선임 다니엘 리가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디렉터로 낙점됐을 때가 떠올랐다. 1984년 프랑스 파리 출생의 마티유는 라프 시몬스의 남성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다니엘 리와 마찬가지로 메종 마르지엘라를 거쳐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느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보테가 베네타의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돼 하우스의 일원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었다. 이런 그의 이력으로 봤을 때 앞으로 마티유가 이끌어갈 보테가 베네타가 다니엘이 일궈둔 지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오는 2월 공개될 그의 데뷔 컬렉션만큼이나 보테가 베네타 인스타그램 계정의 부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KENZO + NIGO

겐조가 니고를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것은 단순 디렉터 교체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 설립자 다나카 겐조의 퇴임 이후 최근의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를 포함해 역대 디자이너 모두 일본 출신이 아닌 이방인이었는데, 니고의 등장으로 무려 20여 년 만에 일본 디자이너가 일본 태생의 하우스를 이끌게 된 것이다. 니고의 본명은 나가오 도모아키로 운명적이게도 겐조가 처음으로 파리에 매장을 오픈한 해인 1970년에 태어났다. 일본 스트리트 신의 전설 후지와라 히로시를 동경한 그는 무작정 도쿄로 향했고, 후지와라와 비슷한 분위기와 스타일로 ‘넘버 2’를 의미하는 지금의 ‘니고’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는 전설적인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베이프(A Bathing Ape, 배싱 에이프)’를 창업했고, 현재는 배싱 에이프를 떠나 휴먼 메이드라는 브랜드를 이끌며 동경의 대상이었던 후지와라 히로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 스트리트 신의 대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뿐인가? 그가 창조해낸 문화와 법칙, 그리고 스타일은 일본을 넘어 글로벌 스트리트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유수의 브랜드와 활발한 협업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유명을 달리한 버질 아블로와 함께 완성도 높은 루이 비통의 캡슐 컬렉션을 2번 연속 선보이며 하이패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모든 퀘스트를 완수하고 당당히 LVMH 월드로 입성한(겐조는 현재 LVMH 그룹 산하의 브랜드다.) 니고. 배싱 에이프의 고릴라, 휴먼 메이드의 청둥오리, 곰 등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능한 그가 겐조에게는 또 어떤 캐릭터를 부여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이고 있다.

MAISON KITSUNÉ + MARCUS CLAYTON

한국계 디자이너 유니 안이 떠나고 공석으로 남아 있던 메종 키츠네 디렉터 자리의 새 주인이 공개됐다. 새롭게 낙점된 마커스 클레이튼은 이번이 첫 총괄 디렉터 데뷔다. 생소한 인물이지만 그의 이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메종 키츠네 입장에서 봤을 때 꽤 설득력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후 파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장 폴 고티에, 크리스티앙 라크루아를 거쳐 루이 비통 하우스에 몸을 담기도 했다. 이후 지방시, 발망, 베르사체 등 굵직한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탄탄한 경력을 쌓았고 LVMH가 지원하는 리한나의 브랜드 ‘펜티(FENTY)’에서 디렉터로 근무하며 젊은 감각을 단련했다. 이처럼 여성복은 물론 남성복까지 아우르는 그의 폭넓은 경험은 비교적 성별 구분이 흐릿한 캐주얼웨어를 주로 선보이는 메종 키츠네의 디렉터에 적격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메종 키츠네와 몇 번의 협업을 통해 합을 맞춰본 끝에 결정된 인사라 안정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저는 메종 키츠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넓히고 싶습니다. 메종 키츠네는 파리와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폭넓은 패션 영역으로 확장해 일상을 아우르는 창의성과 재기 발랄함을 보여주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그는 오는 6월에 열릴 2023 S/S 컬렉션으로 첫 신고식을 치를 예정.

VETEMENTS + GURAM GVASALIA

베트멍의 설립자이자 총괄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같은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 출신의 선배 디자이너 월터 반 베이렌동크와 마틴 마르지엘라 아래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쌓았다. 이후 루이 비통에 몸담고 있던 중 따로 구상하고 있던 자신의 컬렉션을 패션위크에 올리게 된다. 이것이 베트멍의 시초인데 이때 가장 큰 조력자를 자처한 이는 다름 아닌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였다.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컬렉션에 대한 지인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기민하게 읽어낸 그가 형 뎀나에게 사업 확장을 제안한 것이다. 2019년 뎀나 바잘리아가 베트멍에서 물러나면서, 비로소 2021년 12월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베트멍의 새로운 총괄 디렉터로 전면에 나선 구람 바잘리아는 애초부터 베트멍 탄생과 역사에 깊이 개입한 핵심적인 존재였다. 브랜드 SNS 계정을 통해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이제 내가 나설 때다!”라는 당찬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수장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미 단독으로 2022 F/W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으며, 베트멍의 별개 레이블인 VTMNTS도 총괄하고 있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앞선 전력을 보아 추진력 하나만큼은 이미 형을 뛰어넘는 듯 보인다. 자신의 시절을 맞이한 그가 어떤 새로운 전략으로 베트멍 팬들을 만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네이버, 패션, 크레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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