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폐지하라" 청원까지…동물학대 논란, 처벌 가능성은?

"태종 이방원 폐지하라" 청원까지…동물학대 논란, 처벌 가능성은?

데일리안 2022-01-25 05:21:00 신고

법조계, 고의성 입증돼야 동물학대 인정…"안전장치 마련, 어쩔 수 없었다" 주장하면 판단 어려워져

"계약서에 말 죽어도 책임안진다 내용 있다면…방송제작사 측의 미필적 고의로 볼 수도 있어"

"판례 거의 없고 직접 학대 아니어서 수사기관 의지에 달린 문제…불기소 가능성"

동물전문가 "촬영장 안에 동물안전 보장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필요"

'태종 이방원' 방송 화면 캡처 ⓒKBS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일주일 뒤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드라마 촬영장 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학대의 '고의성' 입증 여부가 형사 처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처벌 가능성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우선 학대의 고의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학대 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동물보호단체들은 KBS 측이 동물보호법 8조 2항 1조(도구, 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8조 2항 3조(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어겨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동물 학대는 고의로 다치게 하려 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인정된다. 문강석 법무법인 청음 변호사는 "촬영을 위해 도구를 이용했고 결과적으로 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안전 장치를 마련했고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 판단이 어려워진다"며 "보호 장비를 실제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KBS는 말이 사망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 사망했어도 마주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계약서에 말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있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면, 방송제작사 측에서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여겨지고 미필적 고의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는 사실이나 수의사 부재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판례가 거의 없고 직접 학대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며 불기소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인도주의협회가 발표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발표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AHA, 카라미국인도주의협회가 발표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발표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AHA, 카라

전문가들은 촬영장 안에 동물 안전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민경 대표는 "미국처럼 우리나라에도 동물촬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제작자와 현장 실무자들 모두 현장에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인도주의협회(American Humane Association)는 1940년대부터 촬영장 동물 보호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132쪽으로 구성된 '어떤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다'는 제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 영화 제작자들은 동물을 사용하는 영화에 대해 협회와 상의하고 감독받으며, 가이드라인을 지킬 경우 영화에 해당 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의 '말 및 가축 지침'에 따르면 ▲낙상 장면은 적절한 착륙 지점이 있고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될 것 ▲누워있는 말을 촬영할 때는 땅이 부드러운지 확인할 것 ▲무더위 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촬영할 것 ▲촬영 말이 쉴 수 있도록 대타 말을 준비할 것 등 수십가지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에도 카라가 2020년 12월 발표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도 '말 걸음걸이에 이상을 주는 어떤 장치나 약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말의 스턴트 연기 시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훈련사 합의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카라를 비롯해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KBS의 거듭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방영를 중지하고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24일 오후 기준 6만4110명을 넘겼다. 또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청원에도 13만5800명 이상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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