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파는 70대 괴짜 기업가와의 백만 불짜리 저녁

토마토를 파는 70대 괴짜 기업가와의 백만 불짜리 저녁

ㅍㅍㅅㅅ 2022-01-24 11:39:27 신고

1. 수상한 할아버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일본 대학 검도부에서 활동하던 나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캠퍼스 구석에 위치한 검도장에서 부원들과 함께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습 도중에 갑자기 처음 보는 할아버지 한 분이 검도장에 불쑥 나타났다. 그 수상한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도복으로 갈아입더니 마치 원래부터 검도부원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가 연습하는데 동참하시는 것이었다.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 학교 학생 같진 않은데…

옆에 있던 검도부 동기에게 혹시 저 할아버지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 동기는 그 할아버지가 우리 대학 검도부 OB라고 했다. 그것도 나보다 나이가 45살이나 많은 대선배님이었다.

‘선생님’이나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잠시 고민했지만, 검도부 사람들은 그 할아버지를 편하게 ‘선배‘라고 불렀다.

 

2. 이상한 선배

그 할아버지… 아니 그 선배는 좀 이상했다. 그 선배는 검도장에 올 때마다 삐까뻔쩍한 스포츠카를 타고 등장하곤 했다. 옷차림은 방금 밀라노를 순회하고 온 듯한 쫙 빼입은 맞춤 정장 차림이었고, 종종 멋스러운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 선배는 슈퍼맨 같은 강철 체력의 소유자였다. 20대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해내기도 벅찬 검도 훈련을 거뜬하게 소화해냈고,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 70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체력을 자랑했다. 매번 도핑을 하고 검도 연습에 오시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선배는 (비싼) 밥을 잘 사줬다. 검도 연습이 끝난 후 종종 눈 돌아갈 정도로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우리를 데리고 가서 비싼 코스 요리와 고급 와인을 사주셨다. 태어나서 와인을 마셔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신에게 득 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항상 베풀기만 하셨다. 그 선배의 지갑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신기했던 건 나이 차이가 45년이나 나는 데도 대화할 때 세대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개그맨이 많기로 유명한 오사카 출신인 그 선배는 유머 감각과 재치가 넘쳤다. 최신 트렌드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훤히 꿰고 있었다. 손주뻘 되는 후배들한테도 함부로 말을 놓는 법이 없었고 ‘라떼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등 훈계하는 듯한 말을 입에 올린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밥도 잘 사주는데 재밌기까지 하니 그 선배를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 선배는 항상 돈과 시간, 그리고 자신감과 여유가 흘러넘쳐 보였다.

도대체 어떤 회사를 다니다가 은퇴했길래 저렇게 돈이 많은 걸까?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저렇게 젊게 살 수 있는 걸까?

그 선배의 정체가 궁금했다.

 

3. 슈퍼 토마토를 파는 괴짜 사업가

검도부 동기는 그 선배가 농업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현역 사업가라고 했다. 토마토의 유전자를 편집해 몸에 좋은 효능을 강화한 슈퍼 토마토를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한다.

‘슈퍼 토마토?’

출처: 픽사베이

직접 토마토 농사를 지으신다는 말인가? 유전자 편집은 또 뭐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에 내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토마토 농사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런데 유전자 변형 토마토는 위험하지 않나…?
애초에 멀쩡한 토마토를 왜 조작하는 거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회사가 만든 유전자 조작 토마토를 과연 누가 사줄까?
그런 수상한 토마토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거지? 말도 안 돼!

점점 내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고 어느새 그 선배가 수상한 사기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식견이 좁고 무식했던 나는 남들이 다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검도부 OB들이 가끔 주말에 검도장에 오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회사 이름이 크게 박힌 명패를 찬 선배들이 눈부셔 보였다.

수상한 토마토나 파는 그 사업가 선배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허구한 날 검도장에 오는데, 대기업 다니는 선배들은 주말에만 가끔씩 검도장에 방문했다. 당시 내 눈에는 당연히 대기업 다니는 선배들이 사회적으로 훨씬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

대기업도 아니고, 듣도 보도 못한 작은 농업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사업은 그냥 취미로 하는 거고,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금수저일 거라 어림짐작했다.

 

4. 괴짜 사업가 선배의 근황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러 서른 살이 된 나는 해외 주재원 신분으로 20대의 절반을 보냈던 도쿄에 다시 돌아왔다. 일본과의 연이 질기긴 질긴가 보다.

얼마 전 대학 검도부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그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공유하다가 일본 대형 은행에 다니던 검도부 동기가 최근 ‘그 선배’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으로 이직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선배 아직 살아계시니?” 나도 모르게 실언이 나왔다. 지금쯤 70대 중반 정도 되셨을 텐데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나이가 있으니 예전 같진 않으시겠지…?

동기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아직도 너무 건강하게 잘 살아 계시고, 10년 전과 변함없이 활발히 사업가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요즘은 검도장에는 안 나가지만 그 대신 매일같이 골프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몇 시간씩 라운드를 돌고 나서도 성에 차지 않아 헬스장에서 3시간씩 운동을 하고 귀가한다는 후문이다. (보통의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체력이다…)

지금도 여전히 손주뻘 되는 후배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고, 여전히 많이 베푸시며, 슈퍼 토마토 사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슈퍼맨 같은 체력과 건강 유지의 비결이 진정 슈퍼 토마토였단 말인가…!

슈퍼 토마토…

 

5. 슈퍼스타로 거듭난 슈퍼 토마토의 근황

그 선배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은 수년간 인수·합병을 거듭해 지금은 자회사와 일본 전국 각지에 사업소를 거느리는 잘 나가는 농업 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닛케이,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과 TV는 물론이고, 한국 언론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왜냐면 그 선배의 회사가 개발한 슈퍼 토마토가 일본 정부에서 최초로 인증 및 판매를 허가받은 ‘제1호’ 유전자 편집 식품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 토마토 관련 국내 언론 보도

슈퍼 토마토는 도대체 무슨 효능이 있길래 이토록 유명해진 걸까?

슈퍼 토마토에 적용된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물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게놈(유전자)의 일부를 마치 문장을 다시 쓰는 것처럼 편집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전자 변형(GMO)과는 달리 기존 식품을 효율적으로 품질 개량한 것이다.

이 슈퍼 토마토는 혈압 억제 효과 및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물질인 ‘가바(GABA)’를 기존 토마토에 비해 5~6배 함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농산물이 기존의 품종개량 농산물과 차이가 없으므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판매를 승인한 것이다.

2020년 12월 일본 최초로 유전자 편집 식품 인증 및 판매 허가를 따낸 슈퍼 토마토는 단숨에 일본 벤처 업계의 슈퍼 스타로 거듭났다. 10년 전에 슈퍼 토마토의 가능성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뿐이다.

 

6. 미래를 읽는 남자

예전에는 ‘농업 테크‘라는 말도 들어본 적 없을뿐더러, 농업으로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고작 토마토 따위로 사업을 한다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 선배는 신기할 정도로 항상 확신에 차 있었다. 마치 미래를 이미 보고 온 사람이라도 되는 것 마냥
세상이 바뀔 거라고 호언장담하곤 했다. 나는 그 선배가 허풍쟁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세상이 급속도로 변했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인류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고, 농업 테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 산업 분야로 거듭났다.

괴짜 사업가 선배는 이런 미래가 올 거란 걸 예측했던 걸까? 남들보다 한발 앞서 세상의 변화를 읽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단 말인가!? 무엇보다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경제적 자유는 물론, 사업가로서도 엄청난 성취를 이룬 그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10년이 지난 지금, 직장인 5년 차가 된 나는 알고 있다. 내 시간과 자유를 팔아서 번 돈으로 먹고살고 있는 나는 돈과 시간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산다는 게 얼마나 꿈 같은 일인지 이제는 안다.

그 선배를 어떻게 해서든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처를 몰라서 누구를 통해 어떻게 연락을 할까 고민하며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던 중, 그 선배 회사로 최근에 이직한 검도부 동기로부터 연락 한 통이 도착했다.

일본에 오랜만에 온 나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 선배가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것이다…! 도쿄에 근무하고 있는 검도부 사람들과 함께 11월 중에 저녁 모임을 가지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출처: 디스패치

단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가겠다고 답했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가 분명하다. 이 귀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수백 번 다짐하며 약속한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7.  안정적인 회사원의 삶

우리 부모님은 평생 자영업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오셨다. 나와 내 동생을 먹여 살리시느라 매일 밤늦게 귀가하셨기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동생이랑 단둘이 집을 지키는 게 익숙했다.

부모님은 매일 전쟁을 치르듯 열심히 일하셨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결국 돈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자란 나는 수입이 안정적인 회사원이 되는 게 꿈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대학 졸업한 후 어린 시절 그토록 꿈꾸던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 안정적인 회사원이 되면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것처럼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출처: <짱구는 못말려>

그러나 인생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회사에 내 시간과 노동을 팔아서 받은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전셋집 보증금을 내기도 턱없이 부족하다. 혼자 먹고살 수는 있지만 한 가정을 책임질 만한 여유는 없다.

나를 위한 시간보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더 많지만 여전히 경제 사정은 빠듯하다. 회사에서 정해준 근무지 근처에 살다 보니 가족과는 어릴 때와 다를 바 없이 떨어져 지내고 있다.

‘이게 내가 어린 시절 그토록 꿈꾸던 삶이었나?’

뭔가 잘못됐다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주변 직장동료나 친구들 중 고학력·고스펙의 엘리트는 많지만, 그들도 결국엔 나와 똑같이 주 5일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다.  드물게 자기 사업을 하는 분들이 있지만(ex. 우리 부모님), 돈에 쫓기거나 시간에 쫓기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돈과 시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시간 부자‘의 삶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금수저이거나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한 사람 있긴 하다. 70대의 나이에도 일본의 잘 나가는 벤처기업가로 맹활약 중인 대학 선배가 떠올랐다.

 

8. 항상 먹던 걸로 주세요

지난 11월 11일 목요일 저녁, 도쿄 황궁 근처에 위치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대학 검도부 동기들과 함께 그 선배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약 7년 만의 재회다.

도쿄 황궁 근처에 위치한 남부 이탈리안 레스토랑 / 출처: 구글맵

그 선배는 댄디한 검은색 재킷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멋스러운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셨다. 7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옷맵시가 좋으셨고, 여전히 멋쟁이셨다. 혼자 세월을 완전히 비껴가셨는지 7년 전에 비해 오히려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레스토랑의 오랜 단골손님인 그 선배는 익숙한 듯 웨이터에게 친근한 말투로 ‘항상 먹는 걸로 달라’라고 말하며 고급 코스요리를 주문하셨다. 코스요리는 총 여섯 가지로, 샐러드와 식전 빵→생선 요리→마르게리따→파스타→양고기 스테이크→아이스 크렘 브륄레와 식후주 순서로 나왔다.

선배는 접시가 바뀔 때마다 요리에 맞는 와인을 마셔야 한다며 새로운 와인을 주문하셨다. 그렇게 한 병에 몇십 만원은 족히 넘는 고급 와인을 6명에서 6병 정도 비운 것 같다.

그때 먹었던 남부 이탈리아 코스 요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매일 써브웨이 샌드위치나 편의점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생전 제대로 먹어본 적도 없는 고급 코스요리와 와인을 맛보니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그 선배에 의하면 고급 와인이 담기는 와인 잔일수록 손잡이 부분이 얇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허겁지겁 음식을 먹다가 문득 선배의 인생이 사무치게 부러워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와 몇십만 원씩 하는 와인을 ‘항상 먹는 걸로 달라’며 주문할 수 있는 인생이란 어떤 인생일까? 대학 후배들한테 이런 고급 요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줄 수 있으려면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하는 걸까?

그 선배의 일상은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온통 비일상적인 것들 뿐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골프장이나 헬스장으로 출근해도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 평일에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고급 바에서 비싼 술을 마신다. 매년 여름이면 가족과 하와이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일하는 시간보다 여가 시간이 많아도 회사는 잘만 돌아가고 부는 오히려 늘어난다.

선배는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내게 세상은 하루하루 살아내기 벅찬 곳이지만, 선배에게 세상은 놀이터나 다름없어 보였다.

 

9. 마음이 억만장자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종합 무역상사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한 선배는 철강 수출부서에서 9년간 근무하다가 퇴사 후 회사를 차렸다.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미국의 식물 종자 회사로부터 수입한 옥수수 씨앗과 유산균 제품을 일본에서 판매해왔다. 그 이후 몇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듭해 지금은 연 매출 26억 엔(한화로 약 270억 원)을 자랑하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일본의 쓰쿠바대학과 공동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슈퍼 토마토 개발에 성공해 닛케이,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과 TV는 물론,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멋진 선배님의 TV방송 출연분

이 정도로 회사가 잘 나가면 후배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을 만도 한데, 선배는 우리 앞에서 회사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으셨다. 본인 이야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더 듣고 싶어 하셨다.

애초에 그 선배는 우리에게 선배 대접을 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우리를 VIP 고객 대하듯 극진히 대접해주셨다.

맛있는 코스요리와 와인을 사주는 것도 모자라서 사회 초년생들의 시시콜콜한 고민 상담까지 해주셨다. 회사 일은 재밌는지, 연애 사업은 잘 돼가는지 등등 우리들의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관심을 기울이셨다. 덕분에 우리는 마치 동년배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하게 농담을 나누며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후배들과의 저녁 자리에서조차 그 선배는 철저한 기업가였고, 우리는 선배가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누리는 고객이었다.

대화가 무르익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옆 테이블에 있던 아저씨가 심경이 불편하셨는지 불쑥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한 마디 툭 던졌다. “코로나 시국인데 조용히 좀 합시다!”

…? (참고로 일본은 10월부터 모든 식당 영업이 정상화됐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선배보다 적어도 20살 이상은 젊어 보이는 아저씨였다. 내가 만약 선배였다면 후배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고 그 순간이 너무 모욕적일 것 같았다.

그런데 선배는 ‘죄송하다, 주의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렸다. 당신 체면을 차리기 위해 그 아저씨와 실랑이를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후배들과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하신 것이다. 사사로운 것에 휘둘리지 않은 대인배의 면모를 보며 정말이지 그 선배를 존경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선배는 우리와 시간을 보내는 내내 단 한 번도 본인 입으로 자기 자랑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의 됨됨이를 보면 사람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 선배는 성공한 기업가이기 이전에 이미 마음이 억만장자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10.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오늘 만남의 최종 목적, 즉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와인을 몇 병 까고 취기가 좀 올라온 틈을 타서 선배에게 슬며시 질문을 던졌다.

나: 선배님, 지금 와서 물어보기도 뭐하지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선배: 그래요. 뭔가요?

나: 선배님은 창업을 결심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옛날이라 해도 미쓰비시상사 정도면 월급도 엄청나게 많이 받으셨을 텐데요…

선배: 자유를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 (예상치 못한 현답에 무릎을 탁! 쳤다.) 크흐…

선배: 친형이 사업을 했었어요. 월급쟁이가 1년 치 벌 돈을 형이 한 달 만에 버는 모습을 보고, 나도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선배님, 저도 자유를 얻고 싶습니다. 선배님처럼 사업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서없는 막무가내 질문에도 불구하고 선배는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정성스럽게 답해주셨다. 선배의 대답은 정리하면 다음 7가지와 같다.

 

11. 사업가로 성공하는 7가지 비법

1. 말도 안 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친 거 아니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라. 요즘 핫하고 유망하다고 알려진 사업 아이템은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시장은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돈을 벌 수가 없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2.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라
경쟁 업체들과 고객을 두고 뺏고 뺏기는 파이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고객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욕구와 욕망을 일깨워서 내 제품을 원하게 만드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3.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베풀어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라. 비즈니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4. 변명할 시간에 움직여라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변명이나 핑계거리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5. 지금 하는 일부터 최선을 다하라
현재 회사에 다닌다면, 직장 생활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마라. 직장은 돈을 주고 사업의 밑천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교다. 지금 하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할 때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라.

6. 남들 눈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어차피 남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

7. 사사로운 일에 얽매이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아라. 시간은 돈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유튜브에서 흔히 나올 법한 말들이지만, 선배는 이 7가지 비법을 그대로 행동에 옮겨서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산증인이다.

선배의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도 선배처럼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기업가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솟구쳐 올랐다.

지금 당장 다니는 회사를 그만둘 순 없지만, 앞으로 나만의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생각이다. 선배가 말한 대로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만들 때까지 지금 회사 일에도 최선을 다하며, 차근차근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존경하는 선배님, 성공해서 다시 찾아뵐 때까지 건강하게 계십시오!

저녁 식사 후 선배님과 찍은 기념사진

원문: Moonlighter의 브런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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