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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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트렌드 2022-01-19 01:00:00 신고

가전 브랜드 발뮤다에서 출시한 발뮤다 폰
 
가전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발뮤다가 최근 공개한 자사 첫 스마트폰은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바이블처럼 따르고 있는 공식을 와장창 깨뜨린다. 베젤은 굵고 모서리는 둥글며 뒷면은 빵처럼 부풀어 콤팩트함과는 거리가 멀다. 시대를 역행하는 디자인, 사양에 비해 비싼 가격에 한국 이용자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일본 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의 한 IT 전문지는 “발뮤다는 대형화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4.9인치 화면으로 안티테제를 내세웠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브랜드의 진출과 시도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폰 미니와 같이 작은 화면의 수요를 소화할 수도 있다”는 게 골자다.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이지만 스마트폰 선택에 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아이폰’과 ‘갤럭시’ 사이에서 갈등하는 해묵은 고리는 날이 갈수록 공고해진다. 재밌는 건 불평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옆 나라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현재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조사는 애플, 삼성을 비롯해 구글, 오포, 샤프, 소니, 교세라, 라이카, 모토로라, 화웨이, 샤오미 등 10여 개 브랜드다.
 
라이카의 라이츠 폰 1 
 
얼마 전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독일 광학기술 기업 라이카가 제작한 라이츠 폰 1을 일본에 독점 출시했다. 2020만 화소의 1인치 초대형 이미지 센서와 f/1.9 조리개, 즈미크론(Summicron) 렌즈 일곱 장이 들어간 카메라를 단 라이츠 폰 1이 공개되자마자 “DSLR도 벌벌 떨 스마트폰”이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픽셀 5에 이어 픽셀 6 출시를 앞두고 있는 구글은 역시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4개국과 호주, 타이완에 출시할 계획을 밝혔고, 2019년 한국을 ‘비주력 지역’으로 설정한 소니의 스마트폰 사업은 일본에서는 21:9라는 긴 화면 비율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에 각 분야 IT 기업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수요의 안분지족’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신규 브랜드가 고전하는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수리, 서비스의 편리성 면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또 새로운 조작 언어에 새롭게 익숙해져야 한다는 면에서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토록 진보한 다원주의 시대에, 평균점에는 못 미치더라도 한 분야에서 1등인 다양한 스마트폰의 출현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다.
 
그것이 다양화를 위한 다양성 같은 안티테제건, 2억 화소 카메라란 필요 이상의 기능이건. 발뮤다의 시대착오적인 신제품을 향하던 불편한 시선이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었던 이유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테크, 스마트폰, 발뮤다, 라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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