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진화를 배운다… Cell to Singularity Evolution Never Ends(세포에서 특이성까지 진화는 끝나지 않는다)

게임으로 진화를 배운다… Cell to Singularity Evolution Never Ends(세포에서 특이성까지 진화는 끝나지 않는다)

게임인 2021-11-29 16:59:55 신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우리 인간이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로봇 운반자라는 것보다 밈 이론이라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이건 일종의 반전과 같은 것으로, 저자가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통해 관심을 끌게 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광고홍보학과의 입장에서는 저자가 마케팅의 일가견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특별한 아이디어와 상상력, 그리고 그 뛰어난 문장력이 기억에 남고 있다.

그런 면에서 ‘Cell to Singularity - Evolution Never Ends’, 직역하면 세포에서 특이성까지, 진화는 끝나지 않는다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방치형 게임은 유전자와 우리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엔트로피를 통화로 해서 출발하는 이 게임은 겉으로만 보면 매우 간단하지만, 조금씩 살이 붙어가며 올라가는 생명 트리방식이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태초에 물과 암모니아 등 단순한 화합물이 있었고, 여기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나왔다는 이야기까지는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게임도 이를 정확히 따르고 있다. 10여 년 전에 잠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생명의 기원으로 알려진 원시 수프도 적당한 지점에 위치해 있고, 단백질과 DNA, 원핵 세포까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

혹자는 이 게임을 교육용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해파리와 물고기 뿐만 아니라 편형동물과 포유류 등이 아주 적절한 시점으로 연결되고 있어서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방치형 게임이라는 특성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까지 읽어 보면, 게임에서 대체 어느 정도의 단위를 보여주고 있길래 교육용이라는 말까지 나오는지 궁금할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게임은 진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들고 나왔지만, 구석기 시대를 시작으로 산업혁명정보화 시대를 거쳐서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다. 방치형 게임을 처음 플레이해 봤다면, ‘클리커라는 하위 장르도 기억해야 한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클릭과 탭이 일상화되어 있다. 마우스로 화면을 클릭하거나 스페이스바를 탭하면 엔트로피를 포인트 형식으로 얻게 된다. 그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다음 단위로 넘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는 엔트로피가 10이라고 쳤을 때, 그 위에 있는 원핵 세포는 20, 진핵 세포는 30이 된다. 이들은 탄생한 그 시점부터 엔트로피를 초 단위로 생산한다. 그럼 게이머는 그대로 방치해 뒀다가 엔트로피가 충분히 채워졌을 때 해파리와 편형동물 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라는 다른 방법도 있다. 모아 놓은 엔트로피를 아미노산과 원핵 세포의 수를 늘리는데 쓰는 것이다. 10보다 50이 모이면 엔트로피는 더 빨리 모이기 마련이다. 아마 방치형 게임을 많이 해 본 플레이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유인원까지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 이때부터는 엔트로피가 아니라 아이디어라는 통화가 소비된다. 인간을 만들고, 석기 시대를 출발로 해서 산업혁명까지 트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 이 게임의 제목인 ‘Singularity(특이점)’에 도달하면서 시뮬레이션이 종료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메타비트라는 새로운 통화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여정이 준비되어 있다. 그 전보다 더 빠른 엔트로피와 아이디어를 축적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중생대 계곡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된다. 생명 트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공룡 시뮬레이션을 찾을 수 있다. ‘신비한 바위가 등장하면 마우스로 여러 번 클릭해서 파괴할 수 있는데, 바로 중생대 계곡의 생성 지점이다. 여기는 생명 트리의 미니 게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처음 생성되는 공룡들은 자동화가 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는 특정 카드를 수집해서 공룡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잠금 해체하는 식으로 공룡들을 자동화하면 이 미니 게임 역시 쉬지 않고, 관련 통화인 화석을 축적한다. 특이점에 다다르면 소행성을 떨어뜨려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 말 그대로 재부팅을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업그레이드한 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소행성을 떨어뜨릴 때마다 새로운 공룡이 늘어나고, 자동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

게임의 외형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좀 더 뛰어난 아트 스타일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트리를 타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다음 단위가 무엇이 될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클릭하고 탭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한계점이라는 것이 분명히 온다는 것이다. 개발진이 이기적 유전자에 영향을 받았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원자력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호기심이 급격히 반감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DNA라는 문구가 보였을 때, 단위의 구체성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보다 더 재밌게 읽었던 밈 이론 부분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무성 영화’, ‘전화등이 등장하게 되면, 게임은 단순히 타임라인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비행기미사일’, ‘비디오 게임이 나오게 되면 이제 게임은 점점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본인이 이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반나절을 투자한 건, 단순히 내 자신이 학구파가 되고자 한 건 아니었다. 적당한 지점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단위,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나올 수 있는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유전자도 중요하고, 인간과 밈 이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콘텐츠는 게임이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그 적절한부분을 찾아내지 못 했다. 게이머에게 중요한 부분을 언급하지 못 한 게 있는데, 이 게임은 현재 스팀에서 무료로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 이 게임의 적절한 부분을 무시하고, 거침없이 트리를 타고 올라가고 싶으면, ‘현질을 하면 된다. ‘다위늄이라는 통화를 구입해서 갖가지 이점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간 플럭스를 사용하면 되는데 현재 생산량으로 3시간 값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포인트가 아주 넉넉해져서 답답해 보였던 객체들을 잠금 해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잠금 해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게임의 트리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현질이 있는 한 이 게임의 마지막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내 모바일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면 된다.

그래도 다행히 이 다위늄이라는 통화는 무료로 얻는 방법도 많다. 광고를 보거나, 개발진의 SNS를 팔로우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플레이 보너스로 얻기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과금 플레이가 가능하다.

밈 이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설명에 덧붙여 이타적인 인간들에 대해 설명하려다 보니 상상력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찰스 로버트 다윈에 이어 진화론에 대해 획기적인 주제를 던져준 것만은 확실하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 심리학 등으로 퍼져가면서 새로운 이론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주었다.

인간과 유전자, 밈 이론까지 언급한 건, 이 게임의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방치형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호감이 별로 없었지만, 이런 주제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쉬운 건, 이 게임이 진화론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폭넓게 활용하지 못 한 점이었다. 산업혁명으로 너무 빨리 넘어갈 게 아니라, 유인원까지의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보여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도 리처드 도킨스의 설득력 있는 문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엔트로피와 아이디어가 축적되고 있다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 나는 내일 정보화 시대를 거쳐 DNA를 저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익룡의 자동화 계산을 좀 더 빨리 돌려볼 것이다. 그저 클릭만 하고, 방치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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