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녀뻘 피해자 상대로 약 8년간 성범죄⋯재판에서는 "먼저 유혹했다" 파렴치 주장

[단독] 손녀뻘 피해자 상대로 약 8년간 성범죄⋯재판에서는 "먼저 유혹했다" 파렴치 주장

로톡뉴스 2021-10-23 10:34:47

판결뉴스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1년 10월 23일 10시 34분 작성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피해자 상황 이용해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징역 12년(1심) → 8년(2심)으로 감형⋯고령이라는 점 등이 고려돼
피고인 A씨는 손녀뻘 되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친밀감을 쌓은 뒤 성범죄를 계획했다. 약 8년간 범죄가 이어졌지만 피해자는 벗어날 수 없었다. A씨는 기댈 곳 없는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의존하게 했고, 협박을 통해 순응하게 만들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할머니와 같이 사는 남매. 그중 여자아이는 이웃 할아버지를 자주 보러 갔다. 그 할아버지가 키우는 강아지 때문이었다. 아이는 종종 할아버지의 가게에 들러 강아지를 보고 함께 산책도 시켰다. 친구가 없던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준 할아버지.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이 옆에서 함께 했던 할아버지. 그랬던 할아버지가 지난해 법정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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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간음), 아동·청소년의성 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간음),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추행),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준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상습협박 등 7개의 혐의로.

그는 기댈 곳 없는 피해자를 노렸다
자신이 키우던 개를 통해 친밀감을 쌓은 할아버지 A씨는 피해자인 B양에게 점점 마수를 뻗쳤다. 어느 날, A씨는 자신의 손녀뻘인 B양에게 자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시켰다.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B양은 이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못하도록 A씨가 세뇌를 시켰다.

그러다 B양의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고, B양은 크게 혼이 났다. 이후 A씨를 찾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단절됐던 이 시점을 기준으로 A씨는 B양에게 집착했다.

B양이 다니던 학교나 학원에 찾아가 기다렸고, 찾아오지 않거나 연락을 하지 않으면 B양를 크게 질책했다. 이어 "사랑한다"고 말했던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가족과 친구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일삼았다. B양이 이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성폭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약 8년간 고통을 겪은 B양.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A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A씨가 B양을 찍은 사진 등을 가지고 외부에 알리겠다고 겁을 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B양이 이런 범죄에서 벗어 날 수 있던 기회가 있던 점이다. 고등학교 시절 뒤늦게 B양이 '그루밍(Grooming)'이란 단어를 접하고 A씨의 행동이 성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신고하지 못했다. 당시 B양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A씨가 이유 없이 화를 내도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여길 지경이었다.

문제가 이렇게 곪게 된 건 주변에 B양이 기대거나 이를 상의할 사람이 없었던 탓이 컸다.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는 자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끔 집에 왔고, A씨와의 관계를 알고 이를 막아주려 하기도 했지만 곧 세상을 떠났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B양은 A씨에게 세뇌당했다. "네가 믿어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 때문에 A씨 범행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무기력함을 먼저 학습했다.

그런 B양이 A씨를 고소한 건 지난해 4월. A씨가 B양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자신이 해왔던 협박을 실행한 뒤였다.

1심, 징역 12년 선고됐지만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B양이 속옷 차림으로 유혹해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피해자가 초등학생이었지만, 이런 주장을 펼쳤다. 이어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하며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1심을 심리한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 B양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진관 판사는 "불우한 성장환경 등으로 취약한 정신 상태에 있던 B양은 올바른 성적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성적수치심 등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B양의 평소 복장과 행실이 불순했다고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A씨를 꾸짖었다. A씨가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외면한 점도 지적했다.

다만, A씨의 나이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이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됐다. 그 결과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이 밖에도 7년간의 신상공개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각 7년간 취업제한,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하지만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양측의 항소로 지난 4월 대구고법에서 열린 2심. 사건을 맡은 제2형사부(재판장 양영희 부장판사)는 A씨를 징역 8년으로 형을 깎아줬다. A씨의 정보를 공개·고지하는 기간 등도 5년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A씨가 고령이고 동종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다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변호사들 "피해자의 영혼을 짓밟는 범죄"
손녀뻘인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약 8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충격적인 이 사건. 이를 검토한 변호사들은 징역 8년 선고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먼저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는 A씨가 '동종 또는 유사범행'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없다며 감경받은 것에 대해서 비판의 의견을 내놨다.

김영주 변호사는 "A씨는 8~9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동종 범행을 계속해서 저질로 왔다고 봐야 한다"며 "B양를 상대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감경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라며 "피해 당시 성인이었더라도 (B양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런 범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형을 감형한 것은 현실적인 면을 고려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고령이기도 하고, 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가 고령의 나이가 아니었다면 피해자와 합의가 됐더라도 훨씬 무거운 형이 선고됐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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