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도 출근, 병마도 이겨냈던 민병헌…결국 그라운드와 작별

월요일에도 출근, 병마도 이겨냈던 민병헌…결국 그라운드와 작별

스포츠경향 2021-09-26 15:33:00

지난 1월 중순 롯데 민병헌(34)의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롯데 구단은 “민병헌이 1월22일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민병헌도 그간 숨겨왔던 아픔에 대해 털어놨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2년 전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민병헌은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그대로 놔둘 경우 뇌출혈로 이어질 확률이 70%에 달한다는 소견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뇌출혈로 잃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민병헌은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당시 기자와 연락이 닿은 민병헌은 복귀 시기에 대해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야구도 해 볼만큼 해봐서 욕심이 없다”며 “건강도 신경써야할 것 같다. 돈도 중요하지만, 행복도 정말 중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26일 롯데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롯데는 “민병헌은 은퇴 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병헌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수술을 마친 민병헌은 재활에 힘썼고 지난 5월2일 퓨처스리그 엔트리에 등록하며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퓨처스리그 10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민병헌은 5월26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1군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민병헌은 복귀전을 포함해 1군에서 14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타율은 0.190에 머물렀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민병헌은 투병의 여파로 2020시즌은 물론 올 시즌에도 제 기량을 찾지 못했다. 8월29일 두산전이 그의 마지막 경기였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했다. 일주일에 6일이나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가 따로 시간을 내 병원까지 다니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단 관계자는 “민병헌이 그동안 구단 측과 이야기를 해왔고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민병헌의 은퇴 소식에 야구계의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였다. 덕수고를 졸업한 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통산 1438경기를 뛰며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을 기록했다. 두산 시절 2015~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9년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뛰기도 했다.

매 경기 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다른 선수들의 배가 되는 연습량을 소화했고 쉬는 날인 월요일에도 야구장을 찾아 몸을 풀었다.

래리 서튼 감독은 2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민병헌은 우리 팀의 좋은 리더였다”고 돌이켜봤다. 민병헌은 2019시즌 중반 임시 주장을 맡았고 2020시즌에는 정식으로 캡틴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서튼 감독은 “KBO리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거둔 선수다. 항상 열심히 했고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소통을 했다”며 “내가 2군 감독으로 있을 때에도 어린 선수들과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한 모습이 떠오른다. 질문도 많이 받고 먼저 다가가서 성장에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줬다. 개인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루틴도 공유하고 1군에서의 마음가짐을 알려줬던 선수였다”고 말했다.

민병헌의 현 상태에 대해 “1년 전보다는 나은 상태다. 수술한 선수가 경기할 만큼 몸을 만든 것 자체가 굉장히 대단하다”면서도 “경기에 나가고 싶어했고 팀을 위해서 싸우고 싶어했는데 몸 상태가 하고 싶은 만큼 허락하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같은 날 김태형 두산 감독도 “더 할 수 있는 선수인데”라며 “은퇴할 때는 선수 본인이 제일 아쉬울 거다. 몸이 안좋아서 은퇴하니까 더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헌은 구단을 통해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개인적인 인터뷰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도 한 민병헌은 기자와의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함께해서 즐거웠다. 추억도 많이 쌓았다”며 짤막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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