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년 김정은②] 핵에 살고 핵에 죽는 외교

[집권 10년 김정은②] 핵에 살고 핵에 죽는 외교

데일리안 2021-09-21 04:32:00

집권 초 핵무력 완성에 '올인'

文정부 중재 힘입은 '매력 공세'

하노이 결렬 후 北美 '평행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교 전략은 '핵'이라는 키워드와 강하게 결부돼있다. 때에 따라 강경·유화 노선을 취했지만,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일관되게 내달려왔다는 평가다.


집권 초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개발에 모든 국가 역량을 집중하며 사실상 외교를 등졌다. 거침없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까지 부과받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2017년 11월 기어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고압적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국제사회 문을 두드렸다. 김 위원장의 매력 공세는 문재인 정부 중재에 힘입어 미국 정상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 불량국가 지도자에서 미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이후 2017년까지는 대결과 핵무장 강행이 키워드"라며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부터는 유화협상과 외교공세를 벌였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중재와 무언가 보여주고 싶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손뼉을 마주쳐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상징자본 획득에 그치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하노이로 향했다. 하지만 회담은 결렬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하노이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 몸을 싣고 60시간을 거쳐 평양으로 되돌아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결렬된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이 사실은 비핵화 합의라는 명목하에 영변(핵시설) 정도를 양보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효과를 원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건 전 부대표는 미국 군축협회(ACA)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유엔 안보리 제재의 전면적 완화를 요구했다"며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문제로 외형적 합의 성사에 몰두할 것이라고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폐기와 제재완화를 교환하려 했던 북측의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국내 정치적으로 "위험했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북한 핵)시설 정보를 보여주며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역시 (일련의) 협상 속에서 어떤 정보가 있었을 텐데 체제 경직성 때문에 자기들의 요구사항이나 양보의 한도를 잘 조정하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국내 비판을 피하고자 '영변 플러스 알파'를 역제안한 데 대해 북측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플랜B(대안)' 없이 오직 한 가지 전략을 들고 하노이에 온 것이 놀랍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북미는 이후 몇 번의 추가 접촉을 이어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렇다 할 접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남겨두길 원했던 북한은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 정부에 '화풀이'를 하며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결렬 이후 협상 국면이 지체되면서 북미 모두 상대 의중을 바라보고 있다"며 "(북한이) 기다리며 지켜보기(wait and see)를 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거듭 촉구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듯, 북한 역시 미국을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기다리며 지켜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장기전' 의지를 피력하며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 편승해 중국과 더욱 밀착하며 뒷배를 다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은 '급변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주변 정세' '새로운 정세' 등의 표현을 각각 활용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제재 완화 필요성 등을 국제사회에 제기하고 있고, 북한은 하나의 중국 원칙·미국의 내정간섭 문제 등을 연일 거론하며 중국 편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이 '새로운 정세 하에서' 북중관계를 밀착시키며 중국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가져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화해무드를 조성할 개연성이 있다. 한미가 시험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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