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때문에 슬프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책

암 때문에 슬프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책

캔서앤서 2021-09-20 10:40:00 신고

'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지은이 심선혜, 펴낸곳 판미동)

책 제목만으로 암경험자가 쓴 투병 에세이(essay)라는 걸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심선혜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책 편집이다.

그런데, 최근 읽은 암 관련 책 중에 암 환자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한 책을 본 기억이 없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래 맞아', 나도 그랬는데...', '참 힘들었지~' 하며 공감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심선혜 작가는 외동딸이 세살 생일을 앞뒀던 2015년, 서른 둘의 나이에 악성림프종 1기 진단을 받았다. "왜 내가 암이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남편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는 저자는 2년여 동안 18회의 항암치료를 받은 뒤 관해 상태(검사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지금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심선혜 작가의 자기치유의 산물이다. 그녀는 암투병 중 불안과 우울과 넘치는 슬픔을 털어놓고 싶었다. 마음껏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을 참아야 했다.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슬프지 않은 척 했다. 뒤에서 방문을 닫고 혼자 울었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속이 뻥 뚫리게 내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너무 힘들다고, 걱정된다고, 어쩌다 내 신세가 이렇게 됐냐고."

누구든 붙잡고 엉엉 울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우울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넘치는 슬픔을 담아낼 그릇이 심 작가에겐 글쓰기였다. 슬프고 힘들 때마다 써내려간 글이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심 작가는 암 투병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 등 투병 과정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아마도 암환자)가 불행을 예습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심선혜 작가에게 글쓰기는 슬픔과 불안,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해준 치유였다.
심선혜 작가에게 글쓰기는 슬픔과 불안,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해준 치유였다.

지금 이 순간,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을 암환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환우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일부러 지어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마음 상태! 누군가로부터 공감받는 것만으로도 치유는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나처럼 낯선 산을 헤매는 사람을 위해, 그러다 동료를 잃고 울고 있는 사람을 위해, 글로나마 곁에서 살아 있어 주고 싶다"는 심  작가의 목표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심 작가 자신은 '암은 축복'축복'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13년전 암을 겪었던 기자는 감히 말해주고 싶다.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는 되었을 것"이라고.

심 작가는 암 진단을 받은 뒤 신문 부고를 읽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우울하지만, '오늘을 살기 위해' 부고를 계속 읽는다고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지 말고 내가 살아 있는 지금 이 시간을 누려야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다. 불행을 예습하지 않고 당장 오늘 몫의 하루를 산다.

그저 힘들 때 나의 슬픔과 분노, 고통과 절망을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은 순수한 내 감정을 향해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다독여 준다. 

심선혜 작가는 영화 어바웃타임 주인공의 대사를 인용해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난 그저 하루하루 이날을 즐기기 위해 시간 여행한 것처럼 살려고 노력할 뿐이야. 오늘이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인 것처럼."

법정 스님 같은 혜안이 느껴지는 깨달음을 30대의 작가가 얻을 수 있게 된 게 '고약한 암' 덕분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심 작가는 대학원에서 심신치유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암을 잘 겪어낸 그녀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잘 치유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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