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자동차 여행, 메르세데스 AMG GLB 35 4매틱

비대면 자동차 여행, 메르세데스 AMG GLB 35 4매틱

모터트렌드 2021-09-18 00:00:00 신고

 

떠나간 여행이 도통 돌아올 줄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지는 시기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여행과 재회하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다. 한창 여름휴가를 떠날 시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며 ‘사상 최다’,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온 언론을 잠식했다. 스포츠 대회에서나 쓰일 법한 단어로 상황의 심각성이 전파되고 있다.

 

시류의 흐름에 따라 늘어가는 건 비대면이다. ‘코시국’ 초기부터 주목받던 드라이브스루는 여전히 활황이다. 무인점포도 확산하고 있다. 셀프서비스를 넘어 로봇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비대면 여행. ‘여행이 고픈’ 시기이니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며 최대한의 즐거움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동반자 비대면을 위해 숙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짐과 촬영 장비를 쉽게 실을 수 있는 차를 선택했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 AMG의 GLB 35 4매틱. 보닛을 채운 직렬 4기통 2.0ℓ 엔진이 사납다. 트윈스크롤 터보를 더해 최고출력 310마력(PS), 최대토크 40.8kg·m까지 벌크업했다. 여기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단 5.2초. 오프로더처럼 둔탁한 모습의 SUV답지 않은 실력이다.

 

쓰임새는 독보적이다. 가격은 GLA에 가깝지만 크기는 GLC에 가깝다. 휠베이스만 해도 GLA보다 100mm 길고 GLC보다 45mm 짧을 뿐이다. 그럼에도 공간은 GLC보다 더 넓다. GLC에는 없는 7인승도 선택할 수 있는 이유다. 헤드룸은 말할 것도 없고 뒷좌석과 짐공간 모두 여유로워 장거리 여행에 딱이다.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을 통해 감쇠력을 조절하는데, 장시간 주행에도 피곤하지 않은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게 메르세데스 AMG의 설명이다. 물론 실제 주행감은 주행하면서 차분히 살펴볼 생각이다.

 

 

비대면 라면가게 배 속이 곤궁해지면 감정도 궁핍해진다. 위가 그득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감상할 여지가 나온다. 아침부터 서둘러대느라 잠시 잊었던 허기로 온 신경이 집중됐다. 무인 라면가게를 찾았다. 아침부터 라면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가게 어디에도 사람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한쪽 벽면이 온갖 종류의 라면과 레토르트식품, 즉석밥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라면 마니아로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입꼬리는 거의 직각으로 솟구쳐 올랐다. 한참을 뿌듯하게 바라보다 진짬뽕에 달걀 하나만 선택했다. 아침이니 가볍게 즉석밥은 생략했다. 계산은 가게 안쪽 키오스크에서 하면 된다. 한쪽에 조리기와 라면을 끓일 용기가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매우 익숙한 시스템이다. 한강공원에 있는 그 조리기와 그 용기다. 깔끔한 쟁반에 맛있게 익은 라면과 김치를 담아 

 

자리에 앉았다. 뜨거운 면발을 있는 대로 건졌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입술을 둥글게 말아 성스러운 마음으로 호호 불었다. 글루텐이 빵빵하게 함유된 듯 면발에 탄력이 넘쳐 찰지게 흔들렸다. 다시 한번 깊은 숨을 내뱉고 젓가락에 걸린 면발을 입에 댄 뒤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얼큰한 향기의 면발이 목구멍을 찰싹 때리며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갔다.

 

 

로봇 정찬 라면이 인도한 천국에서 간신히 헤어난 뒤 점심에 먹을 정찬을 준비하러 갔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차려준 치킨과 ‘아아’다. 아니, 아이스아메리카노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아니 로봇팔이 치킨을 튀기고 에스프레소를 내려준다. 이 얼마나 공장 자동화스러운 아이디어인가!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일단 직접 보고 싶었다.

 

찾아간 곳은 두 대의 로봇팔이 각각 염지와 튀김을 담당하는 1호점이 아니라 한 대의 로봇팔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2호점이었다. 사람이 염지한 닭을 기계에 넣으면 튀김옷을 입고 튀김가루를 묻힌 닭고기가 통에 담긴다. 이걸 로봇팔이 가져다 튀김기에서 튀긴다. 프로그래밍된 타이밍에 맞춰 한창 튀겨지는 치킨을 탁탁 흔들어주고 꺼내기 때문에 늘 동일한 맛을 보장할 것 같았다. 아울러 뜨겁게 달궈진 기름과 유증기에 사람이 다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로봇의 인간적인 협업이랄까? 미래를 찾아왔는데 노동환경을 천착하게 될 줄이야.

 

 

로봇팔이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는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의 화성휴게소에 있다. 그리로 향하며 드디어 GLB 35를 몰아 서울을 빠져나갔다. 한가한 고속도로에서 GLB를 살짝 몰아붙였다. 숫자만 보면 가속성능이 대단할 것 같은데 맵기보단 매콤한 쪽에 가까웠다. 특히 고속에서 재가속할 때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CLA 35와 GLB 35부터 메르세데스 AMG의 소형급 35시리즈 엔진이 310마력(PS)짜리 M264로 바뀌고 있는데, M270을 AMG가 작정하고 튠업한 M133처럼 강렬한 느낌은 없다. 출력 차이로 인한 게 아니라 반응과 성향이 그렇다. 변속 또한 부드럽다. 빠르게 단을 오르내리지만 탁탁 치며 가속감을 살리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감각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도 감쇠력의 변화 폭이 크진 않다. 댐퍼를 바짝 조여도 승차감을 해치는 일은 거의 없다. 35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스포티한 감각의 고성능차보다는 여유로운 감각의 GT에 가깝다. 듣기 좋은 중저음의 배기음도 GT카임을 자임하듯 느껴졌다.

 

빠르게 달려준 GLB 35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화성휴게소에 다다랐다. 로봇팔 커피 매장은 휴게소 가운데쯤 자리했다. 신기하게도 안에는 정말 로봇팔만 있었다. 그라인더로 내려오는 원두 가루를 포터필터로 받아 탬핑도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꽂아 능숙하게 커피를 내렸다. 물론 프로그래밍한 대로 작동하는 거고, 그리 복잡한 움직임도 아니었지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점점 더 늘어갈 비대면 혹은 무인점포의 모습이 이럴까? 아직은 상상조차 낯설다.

 

 

대면인 듯 대면 아닌 로봇이 차려준 정찬을 먹고 최종 목적지인 함백산 만항재로 향했다. 태백과 정선, 영월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만항재가 있다. 포장된 국도 중 국내에서 가장 높다. 해발 1330m로 원주 치악산보다 높다. 여기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별멍’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만항재로 가는 길에 충북 제천시를 지난다. 여기 재미있는 드라이브스루가 있다. 바로 로또 드라이브스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말 많은 드라이브스루가 생겼다.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하며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드라이브스루로 민원서류도 발급하고 교과서도 나눠주고 회까지 팔았다. 대부분은 이벤트로 시작해 이내 사라졌는데 복권 드라이브스루는 일회성이 아니었다. 생긴 지 1년 정도 됐다. 아직 1등 당첨자를 배출하진 못했지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복권을 구입할 수 있어 사람들이 꽤 찾는 모양이다. 재미로 들른 드라이브스루 복권방 앞에는 차를 유도하는 풍선 간판이 서 있었다. 진입하니 커다란 창문이 열렸다. 마스크를 꼼꼼히 챙겨 쓴 직원이 나타났다. 로또 자동을 달라고 주문하니 미리 뽑아놓은 복권을 건넸다. 이상할 거 없는 드라이브스루인데 괜히 웃음이 났다. 왠지 뭔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지금 이 원고를 쓰고 있다는 건 로또가 당첨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별빛 소나타 결국 만항재에 다다랐다. 하지만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 듯 마른하늘에 비가 내렸다. 구름도 갑자기 몰려왔다. 비대면 여행의 최종 목표는 ‘별멍’이었는데 별멍은커녕 ‘비멍’만 하게 생겼다. 물론 파노라믹 루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내가 바란 게 그게 아닐 뿐. 결정을 해야 했다. 만항재에서 운칠복삼을 기대하며 기다릴지, 기상예보를 확인하고 밤하늘이 맑은 곳으로 이동할지. 스마트폰을 들어 기상앱을 확인하니 평창의 밤하늘은 대체로 맑음이었다. 같은 강원도니까 가깝겠거니 하고 청옥산 육백마지기로 이동하려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상 거리는 80km나 됐다. 이동 시간은 약 2시간이었다. 교통정보를 알 수 없는 좁은 국도를 달려야 해서 예상 시간이 길 거란 추측 반, 바람 반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역시나 청옥산으로 향하는 길은 교통량이 적은 시골의 좁다란 국도가 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GLB 35는 빠르고 안정적으로 길을 헤쳤다. 그 와중에 편안함도 놓치지 않았다. 장거리 여행을 빠르고 안락하게 다닐 수 있는 GT카의 성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GLB 35 덕분에 주행 시간은 예상보다 줄었고 ‘별멍’하기에 꽤 괜찮은 자리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곳곳에 차박하러 온 캠핑객이 정말 많았다. 사실 만항재에서 밤하늘을 보려던 건 차박족이 없는 완벽한 비대면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는데 이곳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외딴곳을 찾아 헤맸다. 다행히 괜찮은 장소를 발견했다.

 

아름다운 은하수와 반짝이는 별들을 눈과 마음에 곱게 담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내게 밤하늘은, 달만 혼자 덩그러니 떠 있던 외롭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그 너머에 이렇게 많은 별이 있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육백마지기의 밤하늘은 곱고 밝은 빛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아직 여행은 우리와 데면데면하다. 이렇게 비대면을 여행의 주제로 삼을 만큼 조심스럽고 피해야 할 일이 됐다. 하지만 언젠가 여행은 돌아올 거다. ‘별멍’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뿌듯하고 감동적인데, 여행과의 이별은 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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