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관련 사건만 200건 수행한 변호사가 "그건 효과 없다" 콕 집은 과대광고 상품

식품 관련 사건만 200건 수행한 변호사가 "그건 효과 없다" 콕 집은 과대광고 상품

로톡뉴스 2021-04-08 12:01:56 신고

이슈
로톡뉴스 강선민 기자
mean@lawtalknews.co.kr
2021년 4월 8일 12시 01분 작성
김태민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의 라이브 커머스 도전기
"'만병통치약'이 판치는 라이브 커머스, 변호사가 바로잡는다" 포부
김태민 변호사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실험실의 흰색 가운과 법정에서 입는 검은 법복을 반씩 붙여 만든 것. 김 변호사는 라이브 커머스에 처음 도전하던 그날도 이 옷을 입고 소비자들을 만났다. /강선민 기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변호사가 카메라 앞에 섰다. 요새 일명 '
인싸
'들이 많이 한다는 라이브방송이었다. 화면 속 복장이 눈에 띄었다. 말쑥한 정장도, 검은 법복도 아니었다. 실험실에서 입을 듯한 흰색 가운과 법정에서 볼 수 있는 법복을 반씩 붙인 특이한 차림이었다. 가슴 한편엔 변호사 배지 대신 '영양사'라는 명찰이 반짝였다.

김태민 변호사가 쇼호스트로 데뷔하던 날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을 받은, 국내 단 7명뿐인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다. 그런 그가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겠다고 나선 것.

로톡 브랜드 이미지 입니다.
다만 조건을 내붙였다. 1시간 방송 하는 동안 단 한 마디의 과장도 없을 거라고 선언했다. 내용만 본다면 상품 판매와는 거리가 먼 공익광고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그날 해당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 일반인 첫 방송 매출기록을 갈아치웠다.

김태민 변호사는 왜 법정을 나와 라이브 커머스 무대에 올랐을까? 모두가 다 하는 약간의 과장 광고도 없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을까? 로톡뉴스가 지난달 26일, 직접 김태민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한다. 쇼호스트가 11번째 직업이라고 들었다.
"매번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주변에서 물었습니다.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 직업이냐고요. 그래서 저도 하나씩 세어봤죠. 해외영업 사원부터 입시학원 강사, 대학교수, 식약처 공무원, 영양사, 변리사, 변호사⋯. 따져보니 이번에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가 벌써 11번째 직업이더군요."

Q. 첫날 소감은 어땠는지.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나서는 게 떨리지 않았나.
"저는 완전히 방송 체질입니다. 이번 라이브 커머스 방송은 특히 자신 있었습니다. (잘 알고 지내는) 식약처 관계자가 제 라이브 방송을 시청했는데 '아무것도 적발할 게 없네요'라고도 했답니다. 상품에 표시된 대로 명확한 정보만 전달했습니다.

제가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로서 가장 잘 알고,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요. 이런 게 바로 법률전문가의 가장 큰 경쟁력 아닐까요?"

Q.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로도 충분히 자리를 잡았는데,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대한변협에 식품의약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려면 3년간 25건 이상 관련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데, 저는 지금까지 식품 관련 사건으로만 200건 정도 수행했어요. 대형로펌에 속하지 않은 개인 개업 변호사가 1개 전문 분야만으로 이만큼 사건을 수임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저는 변호사가 싫습니다."

단호하게 돌아온 대답에 기자가 재차 질문을 했다. 김태민 변호사의 대답은 종전과 똑같았다.

대한민국에 단 7명, 식품 관련 사건만 200건 넘게 수행한 김태민 변호사는 "변호사가 싫다"고 말했다. /강선민 기자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이번에 잘못되면 평생 일군 회사가 망한다'면서 호소합니다. 실제로 행정처분이 실행되면 견고했던 식품회사가 그대로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변호사가 '싫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예요. 한 전문 분야에서 누군가의 일생일대 문제를 두고 다퉈야 하니 정말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특히나 제가 맡는 소송들은 상대방이 식약처인 경우가 많아요. 거대한 정부 기관을 상대로 매일 소송을 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또 이겨야 하고요. 마음이 평화로울 수가 없는 거예요. 이건 변호사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겁니다.

그러다가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에 대해 알게 됐죠. 이건 누군가와 싸우지 않아도 제가 가진 법률정보와 식품의약 분야 전문성을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Q. 라이브 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3조원대였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굵직한 기업들 대부분이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명확해요. 일단 재미있기 때문이죠.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들과 실시간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쇼핑에 그치지 않는 거죠. 그리고 기존 판매 방송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요. 방송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만 20~30%씩 차이가 나니까요."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원인은 체급 자체가 다른 수수료였다. 홈쇼핑에선 판매 수수료가 매출액의 30%를 훌쩍 넘는다. 프로듀서나 상품기획자 등 각종 인력 비용부터 방송 설비 이용료까지 물건값에 포함되는 셈. 수수료의 절반은 지상파 등 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송출 수수료로 무조건 빠져나간다. 이렇게 많은 곳과 이윤을 나눠야 하니 자연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라이브 커머스로 넘어가면 이런 이해 구조가 눈에 띄게 간결해진다.

"라이브 커머스는 이 수수료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합니다. 플랫폼 사용료 정도만 내는 수준이에요. 엄격하게 방송 규격을 맞출 필요도 없고, 아무리 저렴하게 물건을 팔아도 이윤이 남으니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죠. 판매자도 소비자도 손해 보지 않는 구조니까요."

그런데, 성장 가도를 달리는 라이브 커머스에도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저렴한 수수료와 자유로운 방송의 다른 말은 '판매 행위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였던 것. 소비자 역시 1인 판매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추천만을 믿고 상품을 덥석 사는 상황이었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라이브 커머스에도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김태민 변호사는 지적했다. /강선민 기자

Q. '판매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무섭네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은 과대, 허위광고가 이뤄지더라도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홈쇼핑처럼 사내 심의도 없고 방통위 검토도 안 받죠. 시장관리 감독자가 없어요. 관계부처에서 문제 광고를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야말로 '라이브'로 치고 빠지니까요. 수사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반대로 기업 입장에선 신세계 같을 겁니다. 규제 없는 시장이니까요. 자유로운 광고는 판매수익에도 비례해요. 200% 살 빠진다고, 만병통치약이라고 큰소리치면 생각 않던 사람도 주머니를 열게 되거든요.

결국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필수 정보는 빠지고 광고만 남았습니다. 소비자들이 광고에 빠지는 건 그게 필요 정보를 쉽게 요약한 거라고 믿어서예요. 그런데 정작 그게 알맹이 없는 허황한 말에 불과했다면 소비자를 속이는 거죠."

Q. 광고대로만 되면 노벨상 후보라는 상품들이 비일비재한데, 가장 황당했던 상품은?
"최근에 가장 많이 광고됐던 걸 꼽자면 '크릴오일'입니다. 이 상품은 특히 노령층에서 폭발적인 인기였어요.

'고지혈증 치료', '항산화 기능', '뇌세포 강화'. 이런 효능이 있다는 데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노령층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크릴오일은 의약품은 당연히 아니고, 식약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하는 건강기능식품도 아닙니다.

'어유(魚油)', 말 그대로 그냥 식품이에요. 만약 집에 사둔 크릴오일이 있다면 상자 뒷면의 '표시'를 한번 보세요. 식품명 외에 광고에서 말하는 다른 효능정보는 안 적혀 있을 겁니다. 식약처에서 입증받은 게 없으니까요. 결국 마늘이나 양파를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죠. 그런데 광고에선 마치 크릴오일이 엄청난 건강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이런 건 100% 과대광고에요.

질병을 고쳐주는 효능은 정확히 '의약품'에만 있는 겁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도움을 줄 수 '있다'에 불과해요. 식품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추상적으로 "몸에 좋다"라는 것 외에 특정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다 과대광고라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Q. 이러한 과대, 허위 광고에 빠지지 않을 '소비 안전장치'는 무엇인지.
"표시를 보셔야 합니다."

김태민 변호사가 내놓은 똑똑한 쇼핑의 바로미터는 의외로 간략했다. 광고보다 먼저 상품의 표시를 확인한다면, 웬만한 과대광고는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김태민 변호사가 내놓은 똑똑한 쇼핑의 바로미터는 '표시'였다. /강선민 기자

"식품위생법 등에 따라 어떤 제품이든 '표시'를 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상품 뒷면 빼곡한 글씨들 말이죠. 광고에는 어떤 병이든 고쳐준다고 쓸 수 있겠지만, 표시사항은 식약처로부터 인증된 내용만 담게 돼 있어요.

식품안전나라에서 검색을 생활화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식약처가 직접 운영하는 소비자 정보제공 누리집이에요. 브랜드 이름 하나만 쳐도 각종 영양 정보부터 관련 행정처분 이력까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되고 싶다면, 여기부터 들어가 보시면 됩니다."

Q. 아는 만큼 더 고민이 클 것 같다. 판매할 상품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저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제품만 팔아야죠. 주로 인체적용시험을 거쳐서 기능성이 확인된 건강기능식품만 후보에 올리려고 해요. 그래야 제가 이 시장에 진출한 의미가 있겠죠.

제일 먼저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이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서
HACCP(해썹)
인증을 거친 제품을 선별하고 있어요.

그다음엔 판매사들이 내세우는 특허들부터 뜯어봐요. 여기서 허술한 부분이 또 나오거든요. 제가 판매하고 광고해야 하는 내용과 무관한 특허일 수도 있어요. 저는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키프리스(특허정보검색) 누리집에서 하나하나 검증합니다. '특허받았네. 좋은 거겠지'하고 뭉뚱그려서 넘어가면 안 되니까요.

어떤 식품에 '제주 용암수를 사용했다'고 하면 어떤가요? 뭔지는 잘 몰라도 일단 엄청 좋아 보이죠. 그때 특허 광고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특허정보를 찾아봐야죠. 어떤 기술적 진보성과 신규성이 있어서 특허등록이 됐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직접 원료 공장에 방문도 하고요.

그렇게 깐깐하게 검증을 거쳐야만, 저도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자신이 판매할 상품을 고를 때, 해당 제품의 특허 내용까지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했다. /강선민 기자

Q.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진학을 시작으로 식품 쪽으로 계속 길을 걸었다. 식품 DNA가 있는 게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식품영양학과는 그냥 점수가 맞아서 갔던 겁니다. 서울대학교는 가고 싶은데, 제 점수로 갈 수 있었던 게 그 학과였어요. 그렇게 우연히 꿰어진 첫 단추가 제 인생 전체를 바꿔 놨습니다.

식품영양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식약처로 발령을 받았고, 식약처에서 적응을 못 해서 법학전문대학원에 가게 됐고, 변호사로 나와선 식품 분야를 파고들게 됐습니다.

시작은 제가 원했던 게 아니지만, 이제는 천직이 되었네요. 매일 먹고 마시는 게 식품이고, 당장 저와 제 가족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는 걸 느끼니 더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분야인데 아직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던 제 욕심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분야였죠."

Q.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말해달라. 냉철한 이성과 달리 마음으로는 흔들렸던 상품이 있었나
"저도 사람이니 화려한 광고와 입심에 홀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결핍한 부분이 있으면 일단 관심이 가거든요. 저도 탈모에 좋은 거라고 하면 일단 속는 셈 치고 먹어봤고요. 두피에 바르는 약도 사봤습니다. '머리에 톡톡, 두 달만 쓰면 바로 머리카락이 납니다' 이 말에 소비자분들이 왜 마음이 약해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고요."

깐깐한 변호사의 마음도 흔든 그 제품, 과대광고임을 알지만 홀린 듯 산 제품이 있다고 했다. /조하나 기자

"변호사님, 이게... 아까 조심하라고 하셨던 과대광고 아닌가요?" 기자가 물었다.

"과대광고죠 당연히. (웃음) 그러니 꼭, 광고보다는 표시를 더 많이 보셔야 합니다. 최소한 제가 파는 물건에 이런 광고를 넣진 않을 겁니다. 중요한 사실은 더 쉽게 알려주고, 없는 효능은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죠. 그래도 법률전문가인데 저만큼은 달라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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