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인돌이지 싶다. 떡하니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검은 돌덩어리가 말이다. 색도 모양도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여기까지가 딱딱한 ‘과거의 현실’이라면 그 위는 말랑한 ‘미래의 꿈’이다. 복숭아꽃 무더기를 뿔처럼 머리에 꽂은 말 두 마리가 사이좋게 한때를 보내고 있으니.
작가 임근우(63·강원대 미술학과 교수)의 ‘독특한 세상’이 돌아왔다. 작가는 고고학과 미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을 의미하는 ‘고고학’에 내일의 상황을 내다보는 ‘기상도’를 올린 ‘고고학적 기상도’란 연작을 해왔다.
테마가 그렇듯 작품은 각각의 형상은 살리되 시공간이 혼재된 거대한 스펙트럼을 내보이는데. 고고학을 상징하는 선사시대 유물과 기상도를 상징하는 이상향의 캐릭터가 그거다.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2018)는 작가의 말 그대로 “고인돌에서 발견한 유토피아”인 셈.
“심산유곡 어디든 무릉에 활짝 핀 복숭아꽃 배달을 할 작정”이라는 작가는 “역사란 게 흥하고 망하는 일의 연속인데 굳이 오늘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다시 희망의 나라로’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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