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정훈이 누구야?”
KIA 타이거즈의 5년 차 포수 이정훈(27)은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승리의 주역이 되며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날 7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NC 선발 김영규(21)의 3구 시속 128km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3회초에도 2사 1루 상황에서 김영규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화끈한 타격을 선보였다. ‘공격형 포수’ 탄생에 목마른 KIA팬들은 이정훈의 깜짝 활약에 환호했다.
그는 대부분의 야구팬에게 낯선 이름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정훈의 이름이 불린 후 5명이 더 지명 받았지만, 3명은 프로행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이정훈의 지명 순위는 사실상 뒤에서 3번째인 셈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는 ‘로또 당첨’에 비유된다. 대부분 하위 지명 선수들이 프로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이정훈도 후순위 지명이고 비교적 기대치가 낮은 대졸 선수였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데뷔 첫 해인 2017시즌 퓨처스(2군) 올스타전에서 우수타자상을 받는 등 잠재력을 뽐냈다. 세 번째 포수로 2017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며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 행운도 누렸다.
2017시즌을 마치고 바로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했다. 2019시즌 후반기 팀에 복귀해 1군 7경기에 출전했고, 2020시즌에도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런데 이정훈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2군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무릎을 다쳤다.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이정훈은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었다. 한 마디로 ‘멘붕’이 왔다. 시즌 준비를 잘했는데 부상으로 이탈해 절망했다”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재활 기간에 하체 근력운동을 많이 했다.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잘 관리해주신 덕분에 재활 기간을 6개월 가까이 단축하고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다”고 돌아봤다.
독기를 품고 올 시즌을 준비한 이정훈은 스프링캠프 막판 1군에 합류하며 주전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격은 1군 포수 4명 가운데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쉬웠던 수비력도 향상됐다.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경험을 쌓으면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타격은 1군에서도 통할 자신이 있다. 수비도 김상훈 2군 베터리 코치님이 잘 가르쳐주셨고, 진갑용 코치님도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훈은 스스로 ‘야구 노트’를 쓸 만큼 노력하고 공부하는 포수다. ‘성실’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10라운더 대졸의 반전을 꿈꾼다.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대졸 지명률이 낮은데, 제가 잘해서 대졸 선수도 프로에서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작년엔 부상 때문에 경기에 많이 못 나갔는데 올해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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