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 변신한 한화 주현상, 꿈의 무대가 된 시범경기

투수로 변신한 한화 주현상, 꿈의 무대가 된 시범경기

연합뉴스 2021-03-24 09:29:55 신고

투수 전향 후 첫 1군 무대서 투구…1이닝 무실점 쾌투

"2군 경기 챙겨보셨던 부모님…이젠 중계방송에 많이 나올게요"

한화 주현상의 역투 한화 주현상의 역투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두산의 경기. 8회말 한화의 주현상이 역투하고 있다. 주현상은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몸 상태를 점검하는 준비의 장이다. 실수해도, 좋지 않은 성적을 내도 괜찮다.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기록은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누군가에겐 그토록 고대하던 '꿈의 무대'일 수도 있다.

신인 선수나 1군 생존 싸움을 펼치는 선수들, 오랜만에 복귀한 선수들에겐 특별한 자리다.

미국에서 돌아온 추신수(SSG 랜더스)는 설레는 마음으로 KBO리그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범경기에 나선 선수가 또 있다.

한화 이글스의 우완 투수 주현상(29)이다.

주현상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서 4-3으로 앞선 8회에 팀 5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인 주현상이 1군 마운드에 선 건 시범경기, 정규시즌 경기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한화 주현상의 역투 한화 주현상의 역투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두산의 경기. 8회말 한화의 주현상이 역투하고 있다. 주현상은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주현상은 원래 내야수였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군에서만 총 118경기에 나섰다.

대졸 선수인 주현상은 2016시즌을 마친 뒤 입대했고, 2019년 8월 군에서 돌아왔다.

팀에 복귀한 주현상은 눈앞이 캄캄했다. 유격수와 2루수 자리는 하주석과 정은원이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고, 오선진 등 탄탄한 백업 선수들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민하던 주현상은 당시 정민태 투수 코치의 권유로 투수 전향에 나섰다.

주현상은 청주고 시절 투수로도 활약했고, 동아대에 다닐 때도 강한 어깨를 발판 삼아 간간이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었다.

성공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사례는 많지만,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성공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이다.

전향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오랜만에 강한 공을 던지니 팔이 버티질 못했다.

그는 지난해 수술 이력이 있는 팔꿈치 통증으로 한동안 공을 던지지 못했다.

그는 23일 통화에서 "사실 구속이 빨리 올라오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지난해엔 한창 구속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에 (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격리 생활을 하게 돼 다시 처음부터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현상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내야수 출신 투수 주현상의 역투 내야수 출신 투수 주현상의 역투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두산의 경기. 8회말 한화의 주현상이 역투하고 있다. 주현상은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이력의 소유자다. 2021.3.23 hkmpooh@yna.co.kr

주현상이 이를 악물게 된 계기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2군 경기에 나갔을 때 딱 두 번 중계방송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이 경기를 잘 봤다고 연락해 주시더라"라며 "부모님은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아들의 모습을 보려고 모든 2군 중계방송을 챙겨보고 계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꼭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악물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주현상의 '꿈의 무대'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그는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주현상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전국으로 중계된다는 게 더 중요했다.

8회말 마운드에 선 주현상은 첫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초구 직구를 뿌렸다. 중계방송엔 시속 145㎞가 찍혔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고, 김재환의 배트는 살짝 밀렸다. 파울이 됐다.

주현상은 "하필이면 첫 1군 데뷔 상대가 리그 최고의 거포 김재환이었다"며 웃은 뒤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직구 스트라이크를 초구로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도 주현상은 직구를 던졌다. 김재환의 스윙은 다시 밀렸다. 김재환이 친공은 중견수 방면으로 떴다. 1아웃.

주현상은 후속 타자 강승호를 상대로도 빠른 정면 승부를 택했다. 3구 만에 중견수 뜬 공으로 다시 잡았다.

6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든 효율적인 투구였다.

그는 박계범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했지만, 허경민을 내야 뜬 공으로 맞혀 잡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주현상의 첫 1군 무대 성적은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투구 수는 14개였다.

주현상은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님이 직구의 움직임이 좋으니 공격적으로 투구를 해도 좋다고 조언해주셨다"며 "코치님의 조언대로 피하지 않고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에서도 빠른 승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며 "뿌듯하더라. 정규시즌에서도 1군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cycl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