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당근마켓으로 이웃간 정(情)도 나눕니다”

“당근마켓으로 이웃간 정(情)도 나눕니다”

스냅타임 2021-02-24 00:05:26

“사는 게 힘들어 위안이라도 받고자 올린 글이었는데…감사하게도 선뜻 나눔을 해주셨어요.”

7개월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 모씨(30⋅여)는 지난 11일 당근마켓을 통해 이웃으로부터 사과 10여 알을 ‘무료나눔’ 받았다.

김 씨는 임신 때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와 금전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사과를 먹고 싶은데 명절이라 값이 올라 고민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글에는 곧 ‘근처에 살면 무료나눔을 해주겠다’,‘힘내시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 씨는 “요즘 세상이 각박하고 정없다 하지만 정겨움이 남아있다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당근마켓)

 

최근 동네 기반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의 인기가 늘면서 이웃 간 미담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료나눔‘이다. 또 주민들은 ‘동네생활’ 게시판을 통해 일상과 동네맛집, 반려견 등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활발히 소통한다.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웃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평가다.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세대가 이용한다는 점이다. 2030이 애정하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4050 이용자 비율도 46.5%에 이를 정도로 매우높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편리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충족시키면서도 동네 기반이라는 점이 신뢰감을 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조욱현(44⋅남)씨는 공원에 사는 떠돌이 유기견들을 돌본다.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동네에서 떠도는 강아지들이 눈에 띄었다.

조씨는 당근마켓에 자신이 유기견들을 돌보고 있으니 신고를 자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주민들이 신고하면 지자체나 소방서에서 포획해 가는데, 얼마 후 안락사될까 걱정돼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후 그에게 유기견 가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쳤다. 그는 “유기견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을 보고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무료나눔 통해 즐거운 소통 오가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용자들은 무료로 물건을 나누지만 오히려 감동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조씨는 무료나눔에도 적극적이다. 30회 이상 무료나눔해 당근마켓 전체 이용자의 0.12%가 받는 ’나눔은 습관‘ 배지를 받았다.

무료나눔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예전에 아이 가방을 나눔한 적이 있는데 미안할 정도로 아이와 함께 고마움을 표한 분이 계셨다”며 “그 이후로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설지연(여⋅46)씨는 매월 11일 열리는 당근마켓 ’나눔의 날‘ 행사에 참여한다.

지난 11일에도 나눔의 날을 맞아 물건을 무료나눔했다. 설 씨는 어머니가 쓰시던 페레가모 가방을 내놓았다.

설씨는 “오래된 물건이라 스크래치와 사용감이 많아 걱정했는데 무료나눔을 받으신 분은 ’스크래치가 하나도 안보인다‘며 너무 좋아하시더라”며 “나눔하며 행복감을 느껴 이젠 미리미리 나눔할 물건들을 챙겨둔다”고 웃었다.

 

관심사 공유하며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사진=이미지투데이)

동네생활 게시판에서의 소통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져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최은지(여⋅22)씨는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하면서 반려견 산책을 함께하는 지인이 생겼다. 최씨가 내놓은 물품을 사러 나온 사람이 최 씨의 반려견을 알아본 것.

그는 “그 분이 제가 동네생활에 자랑한 우리 강아지를 먼저 알아봐 주셨다”며 “이후로 대화도 통해서 산책시간이 겹칠 때면 함께 동네 한바퀴를 돈다”고 말했다. 이어 “당근마켓은 같은 지역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어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쉽고 훨씬 편하고 실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며 “맛집추천 글도 많이 올라오는데 다른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는 게시글보다 훨씬 현장감 있고 신뢰감도 있다”고 말했다.

박가인(여⋅25)씨도 동네생활 게시판에서 반려견의 친구를 찾았다.

박씨는 “글을 올렸는데 마침 상대 견주분도 반려견의 친구를 찾고 계시더라”며 “이번주에도 같이 산책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강아지들끼리는 보자마자 서로 좋아서 난리가 났고 견주분과도 대화하며 산책했는데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얘기할 거리도 많아 금방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전세준(남⋅30)씨도 천안지역 당근마켓 오픈채팅에서 함께 식사하고 카페에 갈 수 있는 지인들을 만났다. 전 씨는 “어떤 분이 동네생활 게시판에 오픈채팅 주소를 넣어 글을 올리셨는데 들어가서 거래정보와 맛집정보를 공유하다 친해졌다”며 “만나뵌 분들은 대부분 타지생활을 하시는 분들로 6~7명 정도고 20대 초반에서 40대까지 나이대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월 당근마켓에 ‘함께 삽겹살 먹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글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삼겹살을 같이 먹으러 갈 의향이 있다는 사람들은 찾았지만 여건 상 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당근마켓을 통해 만나 삼겹살을 먹으러 가보고 싶다”고 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커뮤니티 됐다…”온라인 소통의 불확실성 완화”

당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세대가 이용한다는 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0 MZ세대 톱 브랜드 어워드(TOP BRAND AWARDS)’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중고거래 플랫폼 분야 톱 브랜드로 당근마켓을 꼽았다.

당근마켓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는 2위인 다른 브랜드보다 2배가 높았다. 당근마켓은 2030을 넘어 4050까지 사로잡고 있다.

모바일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작년 3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근마켓 이용자 중 2030이 45.5%, 4050이 46.5%를 차지했다. 설 씨도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소통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지역 기반이라는 점이 이용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타인이 내 사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불편할 여지가 있는데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며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은 충족하면서 오프라인에서의 위험은 줄일 수 있는 통로가 당근마켓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중고령층은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거래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익숙하진 않지만 스마트폰의 발달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동네 기반이라는 점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차단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4050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세대’라고 볼 수 있다”며 “오프라인 세대는  불확실성이 큰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데 당근마켓은 지역 단위로 직거래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 단위이다보니 담배나 마약 등 유해한 물품을 청소년들이 거래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며 “일탈하는 청소년들이 모이거나 다른 청소년들을 위협하는 등 위험하지 않도록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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