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지난 2013년 봄,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한 조정실. 당시 초임 변호사였던 이동찬 변호사는 환호했다. 변호사로서 첫 사건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대리한 사건이었다. 가해자 과실이 100%였다. 피해자는 하반신 마비와 뇌경색 등의 피해를 입었지만 1심에서 인정된 손해배상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변호사가 2심을 맡았고, 그 결과 1심보다 1억 5000만원 더 많은 약 8억원의 배상을 가해자 보험사로부터 이끌어냈다.
치열한 다툼 끝에 사건을 '조정'으로 마무리한 결과였다. 담당 판사가 조정안을 제시하며 적절한 화해를 유도했고, 이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나름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9년 뒤 이동찬 변호사는 이때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재판에서는 이겼지만 궁극적으로 졌던 사건이었습니다. 눈앞의 승패가 전부는 아니더군요."
1심보다 더 많은 금액 인정받았는데⋯ 어째서 "졌다"고 한 걸까
1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정받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말한 걸까. 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연손해금(이자)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연손해금이란 받아야 할 돈을 뒤늦게 받게 돼 발생하는 손해 배상액을 뜻한다.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연손해금도 당연히 늘어난다.
그런데 이 사건은 법원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이 변호사는 "조정은 당사자 간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며 "판결과 달리 '이자를 누가 내라'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경우 소송이 약 3년 동안 진행됐다. 쌓여있던 이자 자체가 1억 5000만원 상당이었다. 이 돈은 설사 2심에서 1심과 같은 배상액(6억 5000만원)을 인정받더라도, 원래도 받을 수 있던 돈이었던 셈이다.
이 변호사는 "조정을 통해 약 1억 5000만원 정도를 더 받아냈지만, 원래 받아야 했던 이자도 그 정도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송달료와 변호사 선임비 등 소송 비용에서도 손해였다. 1심 법원은 "소송비용 중 30%를 원고들(이 변호사 측)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조정을 하게 되면서 "각자 부담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50 대 50이라 볼 경우, 20%를 더 낸 셈이다. 소송으로 사건이 끝났더라면, 내지 않을 수 있었던 돈이었다.
10년차 변호사의 조언 "눈앞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제는 10년차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교훈을 얻은 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임 변호사들에게 한 가지를 조언했다.
"소송도 나무보다 숲을 보고 접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눈앞의 승패보다 '이 재판을 왜 하는지, 궁극적으로 의뢰인에게 가장 이로운 결과는 무엇인지'를 항상 살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