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만남 중개한 정의용, 바이든 시대 외교수장으로(종합)

트럼프·김정은 만남 중개한 정의용, 바이든 시대 외교수장으로(종합)

연합뉴스 2021-01-20 15:39:24 신고

당면 과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건…한일갈등 등 다른 현안도 산적

장·차관 모두 청와대 출신…"외교부 역할 커질 것"·"회전문 인사"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의용 전 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의용 전 안보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성과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의용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시작부터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가장 우선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안보 정책과 북미협상에 가장 깊이 관여한 인사 중 한 명이다.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의 봄'이 남북미 정상 간 만남으로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그해 3월 5일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이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직후인 3월 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해 북미정상회담을 중개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며 곧바로 수락하면서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정 후보자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 5일에도 다시 특사로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만난 정의용 실장 트럼프 대통령 만난 정의용 실장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지금의 북미 상황은 3년 전과 사뭇 다르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고 그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에는 북미 간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반도 봄날'의 주역인 정 후보자를 외교수장으로 기용한 것은 바이든 시대 대미 외교에서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새 외교·안보 라인 구성에 맞춰 최근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이어 장관까지 교체, 북핵 외교 리더십을 재정비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도 이날 지명 소감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한반도 문제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협상을 비판해온 바이든 측이 대북 정책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데다 북한도 미국이 먼저 양보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상황이 쉽지 않다.

북 김정은과 귀엣말 나누는 정의용 특사 북 김정은과 귀엣말 나누는 정의용 특사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 5일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반도 문제가 아니더라도 과제가 산적하다.

한일갈등은 기존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논란에 최근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정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다뤘을 때보다도 복잡해졌으며,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강경화 장관은 주변에 "현안이 많은데 후임 장관에게 물려주게 돼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 실세였던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 오면서 향후 북핵 외교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청와대가 주요 결정을 내리면 외교부는 이를 실행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외교부가 더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최종건 1차관에 이어 정 후보자까지 청와대 출신이 외교부를 이끌게 된 것을 두고 외교·안보 인재 풀 부족에서 기인한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46년생인 정 후보자는 75세로 취임 기준으로 역대 최고령 외교장관이 된다.

그는 1971년 외무고시 5기로 공직을 시작했으며 외교부 공보관, 통상국장, 주미국공사,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했다.

2004∼2008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아 캠프 외교 정책 수립을 총괄했다.

'G 20' 회의장에서 정의용 실장과 대화하는 문 대통령 'G 20' 회의장에서 정의용 실장과 대화하는 문 대통령

사진은 2018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G20 정상회의장 내 휴게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중인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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