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컴퍼니 명 10주년 기념 공연 ‘동행’(2020년 8월 13∼1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최명현은 자신의 대표작 ‘마음소리’, ‘사물과 인간사이’, ‘업사이클링 댄스’ 그리고 자신의 안무세계에 영향을 준 스승 미나유의 ‘로미오+줄리엣’과 신뢰하는 동료 안무가 박성율의 ‘사물의 본질’을 올렸다.
‘동행’에서 무용평단이 주목했던 작품은 피날레였던 ‘업사이클링 댄스’였다. 이 작품은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을 떠올리게 하며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줬다. 최명현은 이 작품을 통해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인간의 비윤리적 소비행태와 환경파괴가 초래할 기후 위기를 풍자하며, 우리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가 필요함을 설파했다. 2019년에 이 작품을 초연하며 최명현은 “앞으로 일어날 인식의 변화로 인한 제한된 의·식·주”의 세계를 예측했다. 무대 위에 잔뜩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들려오는 신음, 그 쓰레기 더미 안을 감시하는 사람, 패션쇼의 런웨이를 걸어 나온 커플들이 무표정하게 음식을 소비하는 모습, 우산과 비옷, 잠수경 등을 기후 위기 대비 상품으로 조립해 홈쇼핑으로 광고하는 장면 등 그가 불과 1년 전에 예측했던 세계가 갑자기 현실로 돼버린 초현실적 상황에서 인류의 과오를 되새기는 춤 장면에서 관객들은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또 한편 비문명자처럼 무대 위를 거닐던 최명현이 갑자기 로켓 추진체를 타고 우주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연출한 진지한 풍자성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무기교의 기교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이 작품에 앞서 최명현은 환경 변화, 윤리적 소비, 기후 변화, 인류 변화 등을 주제로 전시회 ‘저장된 30일’과 ‘플라스틱’, ‘몸꽃’, ‘리사이클 라이프’를 공연한 바 있다. 일종의 사전 리서치 작업이었다. ‘업사이클링 댄스’는 그간의 리서치 작업을 엮고 움직임, 연기, 사운드아트, 무대장치, 소품 등 그가 10년간 집적한 모든 창작력을 동원해 조립한 역작이다. 거기에 최명현과 그의 ‘친구들’(이병진 외 9명)의 빼어난 열연이 더해져 ‘업사이클링 댄스’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명작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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