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윈윈'이다. 윤종훈을 품은 '펜트하우스'가 그야말로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윤종훈은 어느 회차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윤종훈이 맡은 하윤철은 극의 주요 갈등을 리드하는 천서진(김소연)의 남편이다. 그는 잘 나가는 의사이면서 부의 상징, 헤라팰리스에 사는 상류층으로 분류되는데다가 하나 있는 딸은 들어가기 힘든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서울 음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좋은 예다.
하지만 하윤철 자체는 잘 빚어놓은 도자기 같은 인물이 아니다. '펜트하우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풍부한 전사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가난한 '개천용' 출신인 하윤철은 날 때부터 금수저인 천서진과 결혼 했지만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애초에 서진이 하윤철을 선택한 이유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실력으로 이기지 못한 라이벌, 오윤희(유진)를 향한 증오심이 있었기 때문. 윤철은 작정하고 유혹해온 서진의 속내를 짐작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희를 버렸다.
상류층에 입성은 했지만 인생은 여전히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처가에서는 대놓고 배척당하고, 아내의 불륜 현장도 끝내 덮치지 못한다. 1년 365일 들끓기만하는 서진의 욕망은 늘 버겁지만 그런 서진으로 인해 자신이 번듯해진 것을 아는 남자의 비겁함이었다.
그렇게 버티던 하윤철이 드디어 천서진의 불륜을 파헤쳤다. 상대가 다름아닌 주단태(엄기준)라는 사실을 안 순간 하윤철은 무너져 내렸다. 자신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난 주단태는 윤철에게는 늘 열등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윤태 입장에서는 태생부터 당당한 단태를 보면서 척박한 환경에서 그렇게나 노력했고 오랜 연인을 버리면서까지 힘들게 이뤄낸 자신의 꿈이 얼마나 초라해보였을까. 그 어떤 악행에도 환호를 받는 주단태를 보면서 젊은 시절 잘못된 선택에 여전히 후회를 내뱉는 자신은 또 얼마나 보잘 것 없이 느껴졌을까.
이제 하윤철은 서진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윤희의 조력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지난 날 서진에게 이용당했듯 이번에는 윤희에게 이용당할 것인지 두 기로에 놓이게 됐다.
심수련(이지아) 오윤희(유진) 그리고 천서진(김소연), 세 여자의 얽히고 섥힌 복수의 실타래만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만들어낸 '펜트하우스'는 10회를 기점으로 하윤철의 드라마로도 반전됴됐다.
이 모든 것은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배우 윤종훈의 공이 컸다. 윤종훈은 10회 단 한 회만에 '펜트하우스'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지난 9회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아올린 안정적인 연기력을 기반으로 10회에는 첫사랑에 대한 애잔함과 아내에 대한 증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비롯해 열등감에서 터져나와버린 어쩔 줄 모르는 격분의 감정까지 모두 쏟아냈다. 복합적으로 얽힌 감정들은 윤종훈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고 오로지 연기력으로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오르며 '배우 윤종훈'의 재감을 알렸다.
21부작 '펜트하우스'의 중반부 강력한 존재감으로 급부상한 윤종훈은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시즌제로 이미 시즌2와 3까지 확정한 '펜트하우스'의 끝에 놓일 윤종훈의 눈부신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