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NC인터뷰①]이하나, 세 개의 산을 넘어서 만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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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인터뷰①]이하나, 세 개의 산을 넘어서 만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뉴스컬처 2020.11.23 01:00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제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애착이 가는, '내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세 개의 산을 넘어서 만난 작품이니까요."

이하나가 1년 6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남편의 업무차 캐나다로 함께 떠났던 이하나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고, 초보 엄마의 삶을 살아가던 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출연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은 지 6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이하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세 개의 산'을 뛰어넘었다고 표현했다. 고민과 자책을 수반한 고난의 과정이었지만, 선물처럼 찾아온 자야를 마주하자 고난은 이내 행복으로 바뀌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연출 박해림, 제작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백석의 시와 사랑으로 평생을 그리움에 살았던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한 편의 시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이하나는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았던 자야 역을 맡았다.

이하나는 지난해 공연된 뮤지컬 '호프'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사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꿈같다. 아직 현실 자각이 안 된다. '내가 진짜 공연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배우 활동을 재개한 소감을 전했다.

배우 활동을 잠시 내려두고 엄마로서 살아가던 이하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출연을 마음먹기까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제안이 들어온 건 여름이었다. 채한울 작곡가에게 연락이 와서 한국이 그리울 때가 되지 않았냐고. 들어온 김에 공연도 하라고. 우리는 너를 너무 원한다고 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너무나 큰 산이 많았다. 아기와 캐나다, 코로나19. 큰 산이 세 개나 있어서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저는 이럴 때 최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다. 베스트는 제가 아기를 안고 가서 공연을 하고 무사 귀환을 하는 것. 워스트는 코로나19에 저 또는 아기가 걸리는 거였다. 워스트가 너무 심각하지 않나. 한 달을 고민했다. 제작사에 '저 캐나다에 있는 거 아시죠? 저 출산한 것도 아시죠?'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웃었다.

고민을 해결해 준 건 남편의 조언이었다. 이하나는 "쩔쩔매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툭 하는 말이 '여기 있으면 후회할 거잖아'였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면 일단 가서 후회가 안 되게끔 열심히 하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남편에게 책임을 전가한 거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한 번 더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하나는 "그렇게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비행기 타기 5일 전부터 한국에 확진자가 급증했다.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아기한테 죄책감이 들었다. 내 욕심 때문에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 내 선택으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당시의 고민을 떠올렸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이하나를 한국에 오게 만든 동력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작품 자체에 있었다. 이하나는 "정말 많은 대본을 읽어왔지 않나. 감성에 젖었다가 이성적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혔다. 물음표가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고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를 회상했다.

"처음 리딩하는 날 운선 언니가 대본 읽는 걸 들으면서 저랑 성민 언니는 오열했어요. 대본을 보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제 배우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이 글자가 뭐라고. 이 몇백 가지 글자 조합이 뜻을 이뤄서 이런 느낌을 준다는 게 뭔가 싶었죠."

자야라는 캐릭터 역시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하나는 "선생님이 쓰셨던 책을 봤다. 백석과 자야의 관계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지 않나. 그런데 저는 그 책을 읽고 나서 뭐가 사실이든 정말 그녀의 중심은 백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억을 줘도 시 한 줄하고 안 바꾼다고 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분의 삶도 대단했다. 불우하게 살다가 백석을 만나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분의 업적은 웬만한 강인함이 아니면 못 이뤘을 것이다. 그녀의 사랑 또한 그 강인함과 닮아있다. 내가 그 단단함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백석의 어떤 면에 빠졌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연출님이 이번에는 자야와 백석의 만남의 계기들이 순수하고 진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만나고 고향 얘기를 하면서 백석과 마음이 동하는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자야가 기생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났겠나. 하지만 백석 같은 남자는 유일했을 것이다. 백석의 시적인 말들,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봐주는 시선들이 단단한 자야에게 스며들었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자야와 백석의 애틋한 삶은 자연스럽게 지난 사랑을 떠오르게 했다. 이하나는 "누구나 그런 보석 같은 추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야가 5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3년간의 추억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했기 때문이다. 백석과 자야를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떠올랐다. 나에게도 이런 보석 같은 추억을 안겨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그 사람을 만나고 마침표를 잘 찍었기 때문에 지금 이 작품을 만났을 때 잘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옛 기억을 꺼내놨다.

"자야와 백석의 3년은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섰던 것 같아요. 불타오르는 사랑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의 만남, 그 두 사람이 주고받았던 시간과 감정이었을 거에요. 불꽃 같은 순간은 찰나이고, 그건 사랑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절대 변하지 않는 단단함은 단순히 남녀 간의 케미로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과 자야의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백석의 시를 담아낸 대사와 감성적인 선율의 넘버에 탁월하게 녹여내 꾸준히 호평받고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욱 진정성 있게 그려내기 위한 노력이 연습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이하나는 "백석이 결혼을 했다는 걸 알게 되고, 백석이 다서 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장면. 그리고 자야가 백석을 바라보면서 부르는 '흰밥과 가재미와 우린' 리프라이즈가 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에서 자야가 50년을 버틸 수 있는 결심이 생긴다. 근데 연습할 때 그 장면이 정말 안 풀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근데 종혁 오빠 덕분에 풀렸다. 종혁 오빠의 백석이 주는 엄청난 순수함이 있다. 종혁 오빠랑 호흡을 맞추면 백석을 더 사랑하게 되는 느낌이다.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하든 밥상을 차려주고, 우리만 있으면 세상은 밖에 나도 좋다고 할 수 있는 마음. 간단하게 얘기하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같은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에 자야 김영한 선생님의 기일이었는데, 그날 마침 종혁 오빠랑 2회 공연이었거든요. 공연을 하는데 말을 못 할 정도로 새로운 감정이 올라왔어요. 너무 신기한 작품이에요. 대본을 읽을 때는 너무 쉽게 읽히는데 연기를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워요."

공연을 거듭하며 자야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이하나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출님에게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근데 연출님이 어느 날 저에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네가 선물 같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됐다' 싶었다. 한국에 오길 진심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한테 자랑도 했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잘 찾아낸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는 연출님이 그리는 그림을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연출님이 그리는 그림이 있어야 빨간색으로 칠할지 파란색으로 칠할지는 배우의 몫이죠. 그 그림을 우리가 잘 그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할 때 너무 안 풀려서 '아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는 과정을 오래 거쳤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연습하다가 연출님을 슬쩍 봤는데, '고향 가는 길'부터 울고 계시더라고요. 뿌듯했죠.(웃음)"

세 명의 백석 강필석, 오종혁, 송원근의 각기 다른 매력도 자야를 연기할 때 새로운 재미를 준다. 이하나는 "백석 셋이 달라서 너무 재밌다. 이 사람들과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다. 김영한 선생님 기일 날 내가 뭔가 다른 에너지를 주니까 종혁 오빠가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근 오빠는 나를 너무 사랑스럽게 본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백석이 자야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나랑 있어서 정말 행복하구나 라는 게 날 것으로 느껴졌다. 필석 오빠는 정말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나타샤' 장인 아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위에 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과 그걸 연기로 풀어내는 게 정말 남다르다. 개구쟁이 같을 때는 정말 웃기다"고 함께 하는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8시에 시작해서 공연이 끝나는 시간까지, 허구의 이야기지만 거짓이 아닌 느낌이에요. 다시 무대에 서는 감격도 있지만 그냥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하면서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꿈 같아요."

사진=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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