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협회장 관피아, 언제까지 무조건 ‘논란’일까

[기자수첩] 금융협회장 관피아, 언제까지 무조건 ‘논란’일까

한국금융신문 2020-11-23 00:05:11 신고

▲사진: 한아란 기자[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회전문의 기원은 1888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발명가 밴 캐널(Van Kannel)이 특허를 얻은 ‘바람을 막아주는 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의 렉터스 레스토랑에 처음으로 설치된 나무 회전문은 이후 주변 호텔과 빌딩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문의 특성을 따 전직 관료나 의원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회전문 현상’이라는 정치 용어가 생겼다. 미국 금융 관료들이 퇴임 후 월스트리트 금융사에서 고위직 자리를 꿰차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금융 유관기관 수장 선출 때마다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최근 주요 금융협회장 인선이 한창인 가운데 역시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금융권을 휩쓸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3일 임시총회를 열고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신임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정 이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지낸 뒤 증권금융 사장을 거쳐 거래소 이사장이 됐다. 생명보험협회장으로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차기 SGI서울보증보험은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달 말 결정되는 차기 은행연합회장도 후보군 7명 중 3명이 관료 또는 정치인 출신이다.

관피아를 문제로 삼는 배경에는 전문성이나 실무경험과 상관없이 ‘낙하산’으로 떨어진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해도 한자리를 차지하는 특권과 반칙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에는 오히려 관료 출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힘 있는 협회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조건 업계 출신이라고 역량을 더 잘 발휘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금융권은 전문성과 협상력을 고루 갖춘 ‘검증된’ 인사를 원하고 있다. 금융협회장 자리는 각 금융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다. 말 그대로 이에 적합한 인물이 필요하다.

업권에 대한 이해도도 전혀 없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데만 관심이 있는 인사는 ‘O피아’로 비판받기 마땅하다. 민관유착이 낳은 '세월호 참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적인 색안경보다는 엄격한 검증과 사후 감시가 필요한 때다. 금융협회 수장 인선이 진행될 때마다 후보의 자격에 대한 갑론을박보다는 낙하산 인사로 업계 안팎이 떠들썩해지는 점은 씁쓸한 대목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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