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양실조'로 사망한 17개월 아이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삼각김밥이었다

[단독] '영양실조'로 사망한 17개월 아이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은 삼각김밥이었다

로톡뉴스 2020-11-22 15:14:47 신고

이슈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백승은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0년 11월 22일 15시 14분 작성
아이 방치해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친모⋯재판부 "아동의 건강과 안전에 국가 책임도 있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홀로 양육, 병원 진료 기록도 없어
국가가 먼저 '위기 가정'을 감지하고 지원할 수는 없는 걸까
생후 17개월의 아이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왔다. 작은 아이의 갈비뼈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고, 눈과 배 부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사망원인은 영양실조였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2월, 생후 17개월의 아이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왔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갈비뼈는 한 눈에 보아도 앙상했고, 눈과 배 부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였다. 기저귀를 벗겨보니 엉덩이는 짓물러 있었다. 심상치 않은 아이 상태에 의료진은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 아이를 그렇게 만든 건 친모 A씨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A씨 가족은 여러 차례 위기 신호를 내보냈다. 강한 신호였지만 이를 감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스비를 미납해도, 반드시 맞아야 하는 수십 종의 예방 접종을 맞지 않아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아무도 이 가정을 '위기가정'으로 알아채지 못했다.

그 누구도 꺼 주지 않은 위기 신호. 결국 아이가 굶어죽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A씨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문봉길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비극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 개인(아이의 친모)에게만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특별히 국가의 책임을 언급했다.

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국가는 왜 몰랐을까. 로톡뉴스가 진단해봈다.

탈수와 중증 영양실조로 17개월 아이가 사망하기까지

① 철저하게 방치된 상태였다

세상을 떠난 아이는 A씨의 둘째 아이다. 이 둘째가 태어나기 10일 전, A씨의 남편은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면서 가족의 위기도 시작됐다. 남편과 이혼한 A씨는 생업에 뛰어들었다. 거의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하루 7시간씩 일을 했다.

그 사이, 집에 남겨진 두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A씨가 돌아오기 전까지 집에는 항상 둘뿐이었다.

A씨는 물과 음식을 집 안에 챙겨주지 않았다. 설령 먹을거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당시 첫째는 고작 만 4세. 자기 스스로를 챙기기도 벅찬 나이였다. 이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한 둘째는 살아있는 내내 아팠다. 당시 막 옹알이를 하며 아장아장 걸어 다녔을 무렵이었다.

여기에 가스비를 내지 못해 난방이 끊길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 둘째가 사망한 날 최저기온은 영하 10.2도였다. 냉골인 집에서 나오는 열기라고는 작은 온수매트가 전부였다.

A씨가 정부에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더라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 가족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혜택이나 여러 서비스를 하나도 신청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누군가에게 아이들을 부탁하지도 않았다. 자연히 주민센터 등에서도 A씨 집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다.

② 17개월간 맞은 예방접종은 딱 한 번

아이는 예방접종도 거의 맞지 못했다. 출생 직후 'B형 간염 1차 예방접종' 이후, 생후 18개월까지 필요한 약 20가지의 예방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둘째는 사망하기 12일 전부터 더욱 아팠다. 함께 엄마를 기다리던 첫째가 보육시설로 떠난 다음 날부터였다.

특히 사망하기 전날엔 밥을 잘 먹지 못하고 토했다. 몸에서는 미열이 느껴졌다고 A씨를 진술했다. 이미 23시간 동안 물조차 먹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상태에서 A씨가 삼각김밥을 입에 물렸지만, 둘째는 전혀 먹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접한 지인 B씨가 A씨에게 "둘째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조언했지만, A씨는 아이를 집에 혼자 둔 채 일을 하러 갔다. B씨는 "둘째는 혼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고 기억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된 상태였다는 진술이었다. 결국 둘째는 아무도 없는 차가운 방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죽은 채 발견된 둘째의 전반적인 발육 상태는 한국인 소아청소년 성장 표준치의 3% 미만일 정도록 심하게 좋지 않았다. 같은 나이의 아이 100명 중에 97번째로 성장이 늦은 상태였다는 말이다.

A씨에게는 아이를 학대(방임)해서 죽게 만들었다는 혐의(아동학대치사)가 적용됐다. 법원은 지난 1월 이 같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아동학대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떨어졌다. A씨는 항소했지만 이후 스스로 거둬들여 이 형이 확정됐다.

지자체 "복지혜택은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지원"

A씨는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가정의 위기상황을 지자체 등을 먼저 감지하고 지원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가정의 위기상황을 지자체 등을 먼저 감지하고 지원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가정의 위기상황을 지자체 등을 먼저 감지하고 지원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했다. 먼저 로톡뉴스는 충남의 한 지자체 여성복지과에 문의했다.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A씨 가족이 거주했던 곳이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아동복지센터 등과 함께 지원을 하기도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신청주의' 원칙에 따르고 있다"고 했다. 주민이 먼저 신청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관계자는 "권리는 본인의 행사가 원칙이지 않냐"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에도 문의를 했다.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아이 상황이 위기라는 신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질병관리청에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관계자는 "과거 아이의 접종을 하며 질병관리청의 문자수신에 동의했다면, 이후 접종시기에 연락을 한다"면서도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질병관리청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적절한 '신청'이 없었기 때문에 후속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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