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초의 와이너리는 아르메니아에 있다

가장 최초의 와이너리는 아르메니아에 있다

ㅍㅍㅅㅅ 2020-11-18 16:53:32 신고

인류가 와인을 마셔온 역사는 수천 년이 넘습니다. 조지아만 해도 무려 8천 년 전인 석기시대 농부들이 포도를 키워 포도주를 담가 마셨다고 전해지며, 이란에서는 7천 년 된 포도주 항아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5천 년 묵은 청동 포도주잔이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한 꺄브에서는 4천 년 전에 와인을 만들었다는 흔적이 나왔다고 하죠.와인의 역사를 어림잡아 기원전 10,000년에서 8,000년 전부터로 보는 이유는 아마 그 무렵부터 인류가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자리를 잡아 농경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당장 성경에서만 봐도, 노아의 방주 이후 포도밭을 직접 경작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노아가 술에 취해서 잠들었었다는 구절이 나오죠. 고대 그리스 신화를 보면 디오니소스는 니사 산맥에서 님프들과 함께 자라나는데, 헤라의 질투를 피하고자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포도 경작 및 포도주 양조 기술을 습득하여 더 널리 퍼트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후대에 와서는 술과 향락의 신으로 불리게 되죠(로마 신화에서는 바쿠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때 중국에서 7,000년 전에 와인 양조 증거를 발견했다는 설이 있었으나, 와인 양조라기보다는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던 흔적에 더 가까워 와인의 역사에 포함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 포도송이 머리 장식이 인상적이네요.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는 어디일까?

이렇게 워낙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까, 최초로 누가 포도밭을 경작하여 와인을 만들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세계 문명의 고향이라고 볼 수 있는 근동(유럽에 가까운 서아시아 지역), 지중해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민족 대이동이 있던 때에 곳곳에서 포도를 경작하여 포도주를 빚어 마셨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와인을 마셨던 흔적이나 양조를 했던 증거만 가지고는 어느 곳이 최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아르메니아로 밝혀졌어요. 코카서스 남쪽에 위치한 이 아레니 동굴에서는 와인 양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 그릇 여러 개와 포도 압착기가 발견되었으며, 포도를 담아 발로 밟아서 압착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름 1m가 넘는 도자기 그릇도 나왔습니다. 실제로 그릇 조각에는 포도 씨앗과 포도 껍질 조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포도나무 가지도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조지아, 터키, 이란, 이집트 등에서 와인 양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나 압착기, 포도주잔 등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렇게 와인을 대량으로 빚었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와이너리로는 아르메니아가 최초입니다.

이 동굴 와이너리의 역사는 기원전 61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아레니 마을에서는 여전히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동굴 및 마을 이름을 그대로 딴 아레니라는 포도 품종을 사용합니다. 이 포도 품종의 역사도 엄청 길긴 하지만, 이 아레니라는 품종이 세계 최초의 와인 양조용 포도 품종인지는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가보면 one of the oldest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사진 참조. (출처: National Geographic)

아메리 동굴 내부

와인 양조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 자료만 보면, 조지아의 가다크릴리 고라(Gadachrili Gora)라는 마을에서 나온 자료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8,000년에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석기시대의 농부들이 포도를 재배하고, 돌과 동물 뼈를 이용해서 포도를 으깨어 도자기에 담아서 발효했다고 하네요.

이 마을에서 발견된 도자기는 조지아 와인 양조의 헤리티지라고 할 수 있는, 201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크베브리(Qvevri)와 일치하여, 무려 8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하게 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빚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원전 8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지아 와인 도자기 크베브리가 발견된 터 / 출처: Futura Sciences
위의 터에서 발견된 크베브리 / 출처: Georgian Wine History

 

이집트에서의 와인 역사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500년으로 추정되는, 베니 하산의 지하묘지를 장식한 벽화에서 와인 양조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탕카멘 왕의 묘에서도 와인을 담은 암포라가 발견이 되어, 추정 양조 시기를 기원전 1352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와인이 담긴 암포라는 투탕카멘 왕의 시신이 있는 방에서 나왔는데, 서쪽에는 레드 와인이, 동쪽에는 화이트 와인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는 환생을 기원하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믿음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합니다.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하는 과정을 담아낸 베니 하산 묘지 벽화
투탕카멘 묘에서 나온 암포라들 / 출처: King Tutankhamun’s Tomb
투탕카멘 묘지 벽화 / 출처: ON THE WINE ROAD

이집트에서는 레드 와인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방에 있는 화이트 와인은 다른 나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일 거라고 해요. 그래서 직접 생산한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암포라에 하나하나 빈티지와 와인의 맛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와인 메이커의 이름까지 기록해 붙여 두었다고 하네요. 암포라에 들어간 와인들은 묘지를 발견한 시점부터 해서 최소 1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투탕카멘 묘에서 발견된 암포라들 / 출처: egyptophile

 

메소포타미아의 와인 역사

그 외에도 기원전 235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 라가시에서는 왕가에서 직접 와인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땅이 물을 오래 품지 못하는 토질이라 와인을 만드는 포도 재배에 불리한 조건이어서, 이 지역 사람들은 일찍부터 맥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 벽 장식을 보면 큰 맥주 통에 긴 빨대를 꽂아 맥주를 나눠 마시는 장면을 볼 수 있죠. 와인을 직접 생산하지는 못하는 대신, 왕가에서 적극적으로 많은 양의 와인을 수입하여 상류층 귀족들 및 왕가 사람들이 마셨다고 하는데요, 평민 중에서는 왕궁 내에서 일하는 직원이 되면 월급 외에도 성과급처럼 와인이 배급되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일부러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루에 약 1.8ℓ의 와인이 배급되었대요. (레퍼런스: “Alcohol : a History”, written by Rod Phillips)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맥주를 마시던 모습

와인 및 맥주뿐 아니라 술의 역사가 이렇게나 긴 이유는 당시만 해도 깨끗한 음용수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발효가 된 음료수를 마시는 게 차라리 몸에 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대요.

 

아시아에도 와인에 대한 기록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기원전 200년에 중국 한 왕조 시절 포도나무를 심었던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무역 교류를 통해 얻은 포도나무 씨앗을 심어서 포도주를 빚으려고 시도했는데, 곡주보다 더 맛이 달고, 많이 마셔도 숙취가 덜하다고 느껴 마셔본 사람은 좋아했다고 해요. 다만 워낙 곡주를 마시는 문화여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일부 사람들만 이국적이라고 생각해서 심심풀이로 포도 재배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묻혀가는 듯하다가 추후 당나라 왕조에 접어들어, 포도알이 더 길쭉한 품종으로 와인 재배를 재개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왜 농경이 시작된 이후 포도나무 재배가 시작되었을까?

포도나무는 기본적으로 덩굴식물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덩굴이 제멋대로 뻗어 나가고, 쓸데없이 많은 과실을 맺거나 송이까지 영양이 충분히 골고루 전해지지 않아 맛없는 포도가 되죠.

또 포도나무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태양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줄기를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 경우 햇빛을 본 송이만 잘 익고 그렇지 못한 포도송이는 영양 부족이 돼요. 그러므로 포도나무를 관리할 때는 덩굴 위치를 잘 잡아서 매어 주어야 하고, 잔가지와 불필요한 싹을 잘라주어야 필요한 포도송이에만 골고루 영양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인류가 한곳에서 정착하며 살기 시작할 때부터 포도나무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포도나무를 이렇게 관리해야 한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와인 역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로 동물들 덕분이라고 합니다. 들판이나 산을 누비던 산양이나 염소, 당나귀들이 자연스럽게 포도밭으로 들어와 어린 덩굴손과 잎들을 뜯어 먹었던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목동들은 동물들이 포도나무 덩굴을 뜯어 먹었던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포도 상태가 포도 수확 철이 되자 확연히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동물을 활용해 관리를 시작하게 됩니다. 기원전 2500년경의 이집트 벽화 중 염소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지요.

포도나무의 덩굴손이나 이파리를 뜯어먹고 있는 염소들

원문: 천사의 몫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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