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동안 정책 질문 단 3개⋯국정감사인가, 윤석열 청문회인가

15시간 동안 정책 질문 단 3개⋯국정감사인가, 윤석열 청문회인가

로톡뉴스 2020-10-23 20:44: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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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정원일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0년 10월 23일 20시 44분 작성
지난 22일, 15시간 동안 이어진 대검찰청 국정감사⋯정책 관련된 질의는 단 '세 개'
윤석열 총장의 거취 및 가족 의혹 등에만 초점 맞춰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답변하거나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대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이날 국감은 윤 총장의 가족 관련 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 거취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책을 논의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날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자정을 넘겨서야 끝났다. 15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전체 질의 중 정책과 관련된 건 세 개. 불구속 수사와 압수수색, 검사 비위 문제 등으로 질의응답 모두 합쳐 19분이 소요됐을 뿐이다.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 한 명에게서 나온 것이다.

검찰의 수사 지침 정하는 대검찰청⋯'그 기준'이 맞는지 등 논의해야 하지만

어제부터 약 2000건이 가까운 국감 보도도 정책과 관련 없는 질의에 쏠렸다. 23일자 주요 일간지 신문 1면은 윤 총장으로 도배가 됐다. "침묵해 온 윤석열, 추미애 겨냥 날 선 비판",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추미애 공개 저격"과 같은 윤 총장의 개인적인 판단을 담은 것이었다.

대검은 검찰의 수사 방향 등 지침을 정하는 곳이다. 그에 따라 지방검찰청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대검은 지난 3월, 'n번방' 사건처럼 아동 등을 이용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경우 구속이 원칙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범죄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의 기준이 되는 대검. 국감에서는 이런 기준에 대해 논의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15시간 동안 의원들이 쏟아낸 질문들 살펴봤더니⋯

정책이 '실종'된 알맹이 없는 국감. 실제로 의원들이 윤 총장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분석해봤다.

먼저 15시간 동안, 중간의 휴게시간을 빼고 순수한 발언 시간만 보더라도 거의 10시간에 달하는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문은 수백개에 달할 것이다. 10여명의 의원들이 7분씩 질의하고, 보충질의와 재보충질의, 재재보충질의까지 이어지니 한 명당 평균적으로 20여개의 질문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양만 보면 다양한 질문이 가능했을 것 같지만, 크게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에 불과하다. △감정싸움 △수사지휘권 박탈 논란 △검찰권 남용 논란 △총장 가족 특혜 수사 논란이다.

15시간에 걸쳐 이어진 국정감사. 하지만 크게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에 불과하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15시간에 걸쳐 이어진 국정감사. 하지만 크게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에 불과하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뼈 있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 감정싸움도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하자, 윤 총장은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더니 선택적 의심 아닌가"라고 했다. 과거 윤 총장에게 "의로운 검사"라고 말했던 박 의원이 자신을 비난하자, 받아친 것이다.

또한, 의원들은 윤 총장이 "아내의 일에 관여한 일이 없다"고 했는데도 부인과 장모와 관련된 비위 의혹을 여러 차례 질문했다.

정치색에 따라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용민 의원은 윤 총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렇게 질문했다고) 나도 기소할 거냐"고 되묻자, 이에 윤 총장이 "어이가 없다"고 말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대검찰청에 대한 정책적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윤 총장을 둘러싼 의혹에 관한 질의응답만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국정감사⋯문무일 전 총장 "심신 미약 사유 구체화하겠다"

국감이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과거 국감에선 그래도 구체적인 정책 질의가 오가곤 했다.

지난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심신 미약' 판단 사유에 대해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전 총장은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심신 미약의 판단 사유를 구체화하고 단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력범행을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도 있는 사람이 그동안 적절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발언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당시, 사건의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낸 사실이 알려지자 심신 미약을 이유로 감형하면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에는 100만명이 넘게 참여했는데, 이런 여론에 대해 문 전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지만, 의미 있는 문제 제기였고 논의였다. 기소권을 가지고 있던 검찰의 수장이 해당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공식적으로 답하는 것만으로 조직 내 변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은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3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문 전 총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심신미약을 이유로 범죄에 부당한 감경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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