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꿀 사용법

요즘 꿀 사용법

엘르 2020-10-23 19:00:00 신고


‘꿀맛’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는 꿀 앞에 대동단결하여 하나의 맛을 떠올린다. 꿀은 벌이 꽃에서 벌집으로 옮긴 노동의 산물이다. 벌들이 꿀을 채집한 지역과 시기에 어떤 꽃이 많이 피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확확 달라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꿀맛을 비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미각이 둔해서가 아니다. 대량 유통하는 꿀이 벌에게 설탕 물을 먹여 생산한 사양 꿀이거나 다양한 지역에서 수집한 꿀을 한데 섞는 동시에 농도를 맞추기 위해 후가공을 거치기 때문이다. 맛이 엇비슷하니 집집마다 꿀을 한 종류만 구비해서 사용한다. 벌이 꿀을 빨아 가져오는 원천인 ‘밀원’에 따라 꿀이 얼마나 다양한 풍미를 띠는지 안다면, 더 이상 꿀을 한 종류만 비치해 두지 못할 것이다.

스페셜티 꿀


지리산 밤꿀 짙은 흑갈색을 띤다. 색만큼 향 또한 짙다. 톡 쏘는 느낌을 받을 정도. 풍미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달고 고소하면서 쌉싸래하다. 잘 익은 밤을 속껍질째 먹는 느낌이랄까. 불에 그을린 나무 향과 쓴맛이 오래 남는 등 확실히 진입 장벽이 높지만, 우유나 크림 등 유지방과 섞였을 때 고급스러운 풍미를 띤다.



어니스트허니 피나무꿀 고급 향료로 쓰이기도 하는 피나무 꽃은 향이 무척 진해 꿀벌들이 십 리 밖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Bee Tree’라고 부르기도. 오랜 비행을 감내할 정도로 꿀벌들이 아끼는 피나무꿀을 사람이라고 마다할 리 없다. 입에 밸 듯 꽃향기가 진득하며 기분 좋은 산미와 함께 살짝 맵싸한 맛이 나기도 한다. 언뜻 잘 고은 조청 같다.



워커비 바닐라꿀 꿀도 인퓨징한다. 트러플 조각을 넣어 인퓨징한 꿀도 있다. 워커비는 잡화꿀 혹은 아카시아꿀에 생강과 레몬, 장미, 바닐라 등의 부재료를 넣어 꿀의 풍미를 다양화한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빈을 통째로 넣은 바닐라꿀은 눈도 즐겁다. 살짝 물고 향이 순한 꿀에 온화한 바닐라 향을 더해 한번 맛보면 당장 팬케이크를 굽고 싶어진다.



대니시비키퍼스 봄꿀 최근 들어 ‘크림드허니’라는 단어를 종종 듣는다. 이는 결정화가 이뤄져 크림처럼 밀도가 높은 꿀을 뜻한다. 대니시비키퍼스는 덴마크 로모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계절적 특성을 더해 꿀을 특화했다. 계절별로 섬 일대에 피고 지는 꽃이 다르니 질감부터 풍미까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일년생 풀인 유채 꿀이 많이 섞인 봄꿀은 결정화가 빠른데, 이때 덴마크의 양봉 전문가가 숙련된 기술로 결정을 잘게 쪼개 부드러운 질감을 완성하는 것이 키포인트. 가만히 집에 앉아 낯선 땅의 계절을 만끽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구미가 당긴다.



잇츠허니 섬진강꿀 ‘로 허니(Raw Honey)’임을 강조하는 제품. 잇츠허니가 정의한 로 허니는 꿀벌이 꿀을 저장한 후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린 다음 이를 밀랍으로 밀폐하여 숙성하기까지 기다렸다가 채집하는 것.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섬진강꿀에는 하동 인근에 흐드러지게 핀 산딸기와 매실 향이 배어 있다.


특별한 활용법

주식으로 밥 대신 빵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며 꿀의 보관 용기도 긴 병에서 잼처럼 짧은 병에 담는 식으로 많이 변했다. 실제로 많은 브랜드가 꿀을 잼이나 시럽 대용으로 활용하기를 적극 권한다. 잼 대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대니시비키퍼스 봄꿀과 같은 크림드허니가 가장 적합하다. 갓 구운 빵에 꿀을 바르고 올리브오일을 뿌리면 당분간 잼은 멀리하게 될 것이다. 밤꿀이나 피나무꿀처럼 풍미가 짙고 복잡다단한 꿀은 발효취가 톡 쏘는 블루치즈나 짭짜름한 페코리노 치즈와 잘 어울린다. 잇츠허니 섬진강꿀은 실온의 물에 풀어 마시면 은은한 단맛, 산미, 과실 향의 캐릭터가 더 선명해진다. 온화한 바닐라 향이 감도는 워커비 바닐라꿀은 홈카페용으로 제격이다. 만약 집에 손이 잘 가지 않는 평범한 꿀이 있다면 워커비처럼 인퓨징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말린 라벤더나 로즈메리 잎을 넣으면 근사한 나만의 시럽이 탄생한다.



글 이주연 에디터 김아름 사진 우창원 디자인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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