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투자처도 안 정했는데 기업결합 심사…공정거래법 바뀔까

"읽는 만큼 돈이 된다"

투자처도 안 정했는데 기업결합 심사…공정거래법 바뀔까

이데일리 2020.10.19 01:15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투자 대상을 정하기 전에 자금을 모집하는 단계에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도록 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되면서 개선 가능성이 제기된다. PE 업계는 현재도 해당 절차가 사실상 요식행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펀드 설정만 해도 기업결합 심사 거쳐야

그래픽=김정훈 기자


현행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인한 독과점 폐해 등을 막기 위해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해당 결합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결합은 금지된다.

기업을 사고파는 PEF 역시 예외는 아니다. PEF는 회사 설립과 이후 기업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기업 인수 등의 단계에서 공정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PEF가 실제로 기업을 인수하기 전 단계에서도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투자와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GP(무한책임사원)가 하는 점을 고려해 GP에게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있다. 설립 단계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돼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사실상 없지만, 복수의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는 PE들엔 불필요한 규제로 작용하는 셈이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펀드를 설정하고 자본만 집적해놓은 상태여도 조건이 되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실제로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펀드설정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신고 의무를 주는 것은 과잉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보겠다”고 답변했다.

사흘 만에 허가 나기도…조성욱도 “과잉적 성격”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PE 업계는 해당 규제가 불필요한 만큼 삭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투자처를 정해놓은 프로젝트 펀드가 아닌 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자금부터 모집해두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이 늘어나면서 ‘쓸 곳’도 정해지지 않은 자금이 기업결합 심사를 거치는 것이 과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IMM PE나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PE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조성하는 펀드 규모가 조단위를 넘어서며 대형화하고 있어 기업결합 심사의 대상 기준인 자산총액 3000억원을 손쉽게 넘긴다는 점도 규제 완화 필요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 사모펀드 206개 중 기업결합 심사 적용 대상인 출자액 3000억원 이상 펀드는 8개다.

한 PEF 관계자는 “펀드를 설립할 때마다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왜 심사대상이 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공정위도 빠르면 사흘 만에도 허가를 내주고 있는 걸 보면 사실상 요식행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는 것이 원칙이고 까다로운 건은 1년씩 걸리기도 하지만 사실상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가 없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특정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PEF를 설립하거나 PEF에 투자하는 행위는 그 실질이 투자 예비행위로 경쟁 제한 우려가 없는데도 기업결합 신고대상으로 해 불필요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PEF의 설립이나 주식 취득 시 기업결합 신고 의무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PEF 설립 단계에서 기업결합 신고를 면제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단계가 빠지게 되는 것”이라며 “조 위원장의 국감 발언 역시 그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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