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달콤한 나의 도시

노블레스 2020-10-18 09:00:00 신고

Pablo Valbuena, Array[Circle], Electronics, LED Lights, Steel, 300×700cm, 2018. Photo by Myungrae Park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는 도시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당신은 어땠나? 그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방한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원격 연결로 작품 설치 가이드를 했다. 팬데믹은 우리가 교제하고, 여행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그것은 하나의 구속이며, 도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환경과의 관계, 생활 방식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오! 마이 시티>는 도시의 복합적 의미를 정의하는 전시다. 모든 도시가 고립된 상황이 작업에 앞으로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하다. 최근 나는 작업을 하는 근본적 이유와 어떻게 하면 작품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항상 해온 질문이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그 고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의미 있는 작업에 에너지와 자원을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스페인 출신이지만 프랑스 툴루즈에 거주하고 있다. 그곳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10년 전 프랑스로 이주하기 전 네덜란드에도 잠시 살았다. 태어난 나라에서 거리를 두는 것은 또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머문 모든 도시와 그곳의 문화가 나를 성장시켰기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항상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최근 나는 플라멩코 댄서와 함께하는 ‘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살지 않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작업이다.





파블로 발부에나. Photo by Alfredo Piola

아시아 최초로 신작인 ‘어레이(Array)’ 연작 2점을 선보였다. 어떻게 만든 작품인지? ‘어레이’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LED 조명을 단순 배열해 만들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문맥이 어떤 것의 의미를 바꾸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작품을 보면 시각적 정보가 점차 드러나며, 관람객은 지각변동을 느끼게 된다. 작품을 보고 1초 전과 다른 점을 인지하는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빛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 다음에야 3차원 형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점으로 되돌아간다. 무한 루프처럼 말이다. 빛나는 점들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관람객은 이용 가능한 정보의 맥락과 양에 따라 그것을 다르게 해석한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공간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공간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것은 움직임에 대한 환상이고, 이것은 시간이 만든 일종의 조각품이다.

그간 작품의 일관된 주제는 ‘공간 속 빛과 소리’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빛과 소리’는 시공간에서 보편적 언어로 사용하는 일종의 매개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빛·소리·공간·시간을 이해하는 훈련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내가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작품은 현상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반추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요소는 그저 경험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체험 자체에 담겨 있다.

관람객 참여 작품 ‘셰이프 오브 타임(Shapes of Time)’ 연작도 흥미롭다. 관람객과의 교류를 통해 얻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그 작품은 17세기의 신부 세바스티앙 트뤼세(Sébastien Truchet)가 연구한 패턴과 위상수학(位相數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셰이프 오브 타임’의 조각들은 매번 변형될 수 있다. 그 작품이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단순한 요소와 기본 규칙으로 만든 시스템이 매번 다른 관점으로 무한하고 복잡한 형태를 만든다는 점이다. 몇몇 작가와 연구원, 과학자는 이러한 패턴을 물질이 기본 입자의 움직임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증명하며 양자물리학의 이론과 연결하기도 했다. 대중은 변화를 제안하고 참여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완전한 경험은 단지 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고 보는 것뿐 아니라 변형시키는 것까지 포함한다.

앞으로 계획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미룬 ‘댄스 프로젝트’를 올 연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플라멩코 댄스를 빛과 소리로 변환, 댄서가 만들어내는 패턴과 리듬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파리 지하철공사를 비롯해 세계 여러 기업, 단체와 조용히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Elmgreen & Dragset, City in the Sky, Stainless Steel, Steel, Aluminium Acrylic Glass, LED Lights, 400×500×220cm, 2019. Courtesy of the Artists, Kukje Gallery, Massimo de Carlo, and Perrotin





Beikyoung Lee, Thoughtful Space, Dimension Variable, Projector, Video Distribution Unit, PC, Speaker, 2020. Photo by Myungrae Park

다섯 작가의 다섯 도시를 만나다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오! 마이 시티>전은 파블로 발부에나를 비롯한 아니발 카탈란, 엘름그렌 & 드락세트, 시오타 지하루, 이배경이 도시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10월 4일까지 소개한다. 멕시코에서 작업하는 아니발 카탈란은 건축을 전공한 미술가로 도시 건축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구조주의 작품을 선보인다. 북유럽 출신의 엘름그렌 & 드락세트는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 풍경을 위트 있는 설치 작품으로 보여준다. 특히 ‘시티 인 더 스카이(City in the Sky)’는 어디선가 본 듯한 마천루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권력의 허상을 느끼게 한다. 일본 출신으로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시오타 지하루는 하얀 실이 혈관처럼 얽히고설킨 대형 설치 작품 ‘리빙 인사이드(Living Inside)’를 통해 거대도시에서 소외받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배경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하는 가상 공간을 선보였다. 부자연스러운 정육면체 파도를 만들어 관람객이 현실과 가상의 도시를 바라보며 몽롱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예기치 않은 팬데믹 시국으로 모두가 고립된 상황에도 미술가의 상상력은 이처럼 뜨겁게 발현되고 있어 반갑다. 도시를 구성하는 관계와 다양성이 이제 어떻게 진화해갈지 이 전시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1833-8855, www.p-city.com

 

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제공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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