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 마이너스의 손, 오른손의 혁명가

"읽는 만큼 돈이 된다"

마이너스의 손, 오른손의 혁명가

웹툰가이드 2020.10.18 07:00


이 글에서 리뷰하는 웹툰의 제목은 '마이너스의 손'이고 네이버 측은 이 작품을 '만지면 모두 부서진다. 마이너스의 오른손을 가진 소년 이야기'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느껴지는데요. 손만 대면 모든 물건이 부서지는 소년이 우당탕탕 소란을 벌이는 개그나 성장물이 절대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반대로, 네이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위와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자세히 살펴보지요.


'마이너스의 손'의 세계는 극단적인 신분제 사회입니다. 귀족과 평민으로 나뉘어진 이분법적인 계층 구조 속에 귀족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향유하며 평민을 파리 목숨 취급합니다.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전투 로봇'이라는 존재들 덕분인데요. 이름 그대로 전투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이 로봇은 귀족들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데다 사람은 이 괴물들에게 일절 저항할 수 없습니다. 단 한 기의 전투 로봇 만으로도 일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수십의 (무장한)평민들이 학살당할 정도로, 전투 로봇의 존재는 평민들의 입장에서 절망 그 자체이죠.

주인공 '제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제오는 공식 소개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오른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모든 기계와 물건류를 파괴하는 능력의 소유자인데, 전투 로봇 또한 예외는 아니었던 거죠. 제오는 아버지 제니오 박사와 그럭저럭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지만, 웹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상은 박살나고 귀족들에 대항하는 저항 전선에 핵심 인사로 합류하게 됩니다.

극도로 불합리한 세계를 특별한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바꿔나간다는 스토리 자체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작품을 단숨에 정주행 했습니다. 거의 100화에 가까운 분량에도 불구하고요. 그 비결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먼저, 이 만화를 이미 본 독자라면 대부분 공감할 듯한데, 여러 인물들의 입체적인 설정과 행동들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에요. 사실 대다수 평민들 입장에서 이 세계는 거의 악몽과도 같습니다. 귀족들의 무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며, 물질적 자원을 독차지한 채로 평민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죠. 제오와 레지스탕들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혁명가들입니다. 예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급진적인 혁명가들은 반대로 체제에 순응한 일반 대중의 의심과 배신 위험에 시달려 왔는데, '마이너스의 손'에서는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제오와 그의 동료들은 누가 봐도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고자 하는 정의의 편인데, 유감스럽게도 불의가 지닌 힘과 권력이 너무나도 강력하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 입장에서는 혁명가들을 쉽사리 믿을 수 없죠. 주인공이, 그의 동료들이 뒷통수를 맞아도 독자들은 그 상대를 선뜻 비난할 수 없을 정도로, 작품은 억압 속에서 신음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대중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갈등구조는 귀족과 레지스탕스의 대립인데, 앞서 언급했듯 모든 측면에서 전자가 훨씬 유리합니다. 현실에서 자원이 부족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레지스탕스들은 철저히 정체를 숨기고 테러나 암살과 같은 비대칭적 공격으로 귀족과 전투로봇을 상대합니다. 이러한 전쟁에서 귀족들은 치트키에 가까운 전투로봇 외에도 스스로 강한 무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고, 평민들을 꾀어내 동원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레지스탕스 쪽에서도 - 비록 전투로봇을 상대할 수는 없지만 - 초인적인 힘을 가진 전투요원들도 등장하며 주인공 제오의 합류로 전투로봇에 대항할 수단도 갖추게 되죠.


이러한 전투와 잠입 과정 자체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두 진영 사이에 밸런스도 - 비록 귀족이 몇백 배는 더 유리하긴 하지만 - 독자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잘 설계되어 있어서 한 번 사건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쉽게 손을 뗄 수가 없어요. 쉬지 않고 닥쳐오는 위기라든지, 극적인 상황 반전 같은 장르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장치들이 매끄럽게 작동합니다. 제가 100화가 넘는 분량을 단숨에 정주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죠. 레지스탕스나 귀족이나 다소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건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 소설이 아니니까,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고요. 요는 작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기술적으로 재미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데, 작품의 가장 큰 떡밥이라고 할 만한 귀족과 전투 로봇의 존재,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들에 대한 궁금증이 썩 생기지 않아요. 조연들이 의외로 풍부한 이야기를 숨기고 있었던 것에 비해 (주인공을 포함한)레지스탕스들의 내면은 잘 다뤄지지 않아서 그들의 희생과 행동에 감정적으로 동조하기도 어렵고요. 아마도 이 부분은 스토리가 조금 더 진행되면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재적 독자들에게 일러두고 싶은 점이 있다면 초반의 다소 어설픈 인트로를 지나고 나면 제법 높은 확률로 스크롤을 넘기는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전개가 다소 느리다는 불평들이 있는 듯 하지만 100회 넘게 분량이 쌓인 시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테고요.

- 2018 / 08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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