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50 풀만이다. 9억3천5백60만원이다. ‘굴러다니는 집’이 맞다. 누가 봐도 ‘회장님 차’인 이 차에는 IWC가 들어가 있다. S 650 풀만보단 저렴하지만 여전히 2억원이 훌쩍 넘는 S 560에도 IWC가 기본 사양이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메르세데스와 IWC의 협업이 흥미로운 점은 최고급 세단을 지향하는 마이바흐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발취하는 메르세데스-AMG에도 IWC를 쓴다는 점이다. IWC는 2013년부터 메르데세스-AMG 페트론 포뮬러 원 팀과 공식 엔지니어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총 여섯 번이나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이 바로 메르세데스-AMG 페트론 팀 소속이다. 여담이지만 루이스 해밀턴이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루이스 해밀턴 에디션’도 있다.
━
Lamborghini × Roger Dubis
로저드뷔는 2018년부터 람보르기니 원 메이크 레이싱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같은 해인 SIHH 2018에서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를 선보인 건 우연이 아니란 소리다. 차동 장치와 연결된 로저드뷔 최초의 스켈레톤 더블 스프링 밸런스로 구동된다. 아란치오 아르고스(오렌지)와 지알로 오리온(옐로) 두 가지 색깔로 88개 한정이다. 이 외에 아벤타도르의 동생 격인 우라칸의 이름을 내건 시계도 있다.
━
Land Rover Range Rover × Zenith
앞자리에 앉으면 제니스 시계를 볼 수 없다. 대시보드나 센터패시아 위에 시계가 부착된 여느 차와 달리 제니스는 2열 중앙 송풍구 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차가 오너 드리븐이 아닌 쇼퍼 드리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제니스는 랜드로버의 최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 SV 오토바이오그래피에만 들어간다. SV 오토바이오그래피는 레인지로버 롱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리어 도어 파워 클로즈, 이그제큐티브 클래스 컴포트-플러스, 냉장 박스 등 초호화 옵션을 전부 모아놓은 ‘레인지로버 중의 레인지로버’다. 다른 레인지로버에선 옵션으로도 제니스 시계를 선택할 수 없다. 베젤 크기는 70mm로 일반 손목시계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 덕분에 등받이에 몸을 누인 채로도 시침과 분침이 잘 보인다. 시간 조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 프로그램은 4만4000가지의 외장 색상과 12가지의 가죽, 6가지의 나무 패널 중 원하는 걸 골라 차에 적용할 수 있다. 똑같은 롤스로이스는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굿우드에 위치한 공장에서 직접 제작한다. 만약 고객이 특정 브랜드의 시계를 차에 넣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2018년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K9이 출시됐을 때 개인적으로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던 이전의 국산 대형 세단과 달리 매끈한 볼륨감과 입체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생각도 비슷했던 것 같다. 2018년 출시 후 현재까지 이전 모델보다 훨씬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 라크로와를 센터패시아 중앙에 넣은 것도 전과 다른 새로움이다. K9에만 들어간다. 기아자동차는 이 시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모리스 라크로와와 1년 이상 협업했다고 밝혔다. 사촌 격인 제네시스에는 유명 시계 브랜드가 들어가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국산 차 중에선 K9의 모리스 라크로와 시계가 가장 돋보인다는 뜻이다. 시계는 GPS와 연동한 전자식 무브먼트로 작동한다.
DS는 프랑스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다. 흔히 ‘프랑스 감성’이라고 일컫는 독특한 미적 감각이 차에도 스며들어 있다. DS는 프랑스 시계 브랜드인 B.R.M과 협업했는데, 대시보드 아래에 숨어 있던 시계가 시동을 걸면 고개를 내밀 듯 모습을 드러낸다. 네모난 디지털 다이얼 위에 아날로그 시침과 분침을 얹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로 볼 수 있다.
━
Bentley Continental GT × Breitling
첫 인연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이틀링 창립자의 손자인 윌리 브라이틀링이 벤틀리의 열렬한 팬으로 벤틀리 모델들을 수집할 정도였다. 본격적인 협업은 2003년 벤틀리 컨티넨탈 GT 모델의 시계 제작자로 브라이틀링을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사진 속 시계는 ‘뮬리너 투르비용 by 브라이틀링’이다. 뮬리너는 벤틀리의 비스포크 부서를 말한다. 시계는 기계식이어서 차량 전용 고정밀 와인딩 메커니즘을 통해 자동으로 와인딩된다. 전부 금으로 만들었는데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조금 더 멋을 내고 싶다면 8개의 다이아몬드 표식으로 장식된 블랙 에보니 페이스도 있다. 차 안에서의 감동을 차 밖에서도 느끼고 싶은 벤틀리 오너를 위해 브라이틀링은 벤틀리와 협업한 손목시계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
Ferrari LaFerrari × Hublot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차가 있다. 페라리의 ‘라페라리’다. 페라리 VVIP에게만 구매 자격이 주어질 정도다. 이를 기념해 위블로는 ‘MP-05 라페라리’를 제작했다. 50개만 제작했는데 제품 개발을 위해 수십 명의 위블로 시계 장인이 약 20개월간 머리를 맞댔다고 전해진다. 투명한 사파이어로 감싼 시계는 637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라페라리의 엔진과 꼭 닮았다.
EDITOR 박호준 PHOTO PR/정우영(Land Rover Range Rover) DIGITAL DESIGNER 이효진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