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용어가 대부분 그렇듯이 암 관련 용어도 어렵다. 영어를 우리 말로 바꿨다고 해도 한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헷갈리는 용어가 많다. ‘고식적 치료’라는 표현도 그 중 하나다.
고식적 치료의 ‘고식(姑息)’의 사전적 의미는 ‘잠시 쉬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우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하게 지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고식적 치료의 영어 단어는 ‘일시적 처방’, ‘임시 방편’, ‘완화’의 의미를 가진 palliative다. 정리하면 고식적 치료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치료’를 뜻한다.
암 치료에 사용하는 ‘고식적 치료’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암 진행의 속도를 늦춰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말기암 환자에게 하는 항암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생명 연장, 증상 호전, 삶의 질 향상이다. 이 목표를 위해 이뤄지는 치료가 고식적 치료인 것이다.
고식적 치료에 대비되는 용어가 근치적(根治的) 치료인데, 질환을 완전히 고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지는 치료다. 예를 들어 2~3기 대장암은 수술과 보조적 요법의 항암치료를 하는데, 대부분 완치를 목표로 하는 근치적 치료다.
고식적 치료를 할 것인지, 근치적 치료를 할 것인지는 환자의 상태,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주치의가 결정하게 된다. 암종 별로 ‘고식적 항암치료 권고안’이 마련돼 있는데, 어떤 항암제를 쓰고 치료 과정에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병원에서 받는 치료가 ‘근치적 치료’인지 ‘고식적 치료’인지에 따라 환자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달라진다. 고식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표준치료 외에도 증상 완화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완통합치료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캔서앤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