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황운하 논란'이 주는 교훈, 진심이 오해를 푼다

[TF의 눈] '황운하 논란'이 주는 교훈, 진심이 오해를 푼다

더팩트 2020-08-02 00:00:00 신고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잔으로 논란이 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악마의 편집', '악의적 보도의 빌미'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SNS 정치가 '악마의 편집'을 이기는 방법

[더팩트|문혜현 기자] 악마의 편집. 포털사이트 영상 콘텐츠 제작 사전에 따르면 '예능 프로에서 같은 상황에 벌어지지 않은 그림, 예를 들면 전혀 다른 리액션 숏을 붙여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내는 편집'을 말한다. 사실을 왜곡해 자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화면 속 인물의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르게 연출할 수 있어 '악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전 중구를 지역구로 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전 호우 피해 보도가 나오는 TV 뉴스 화면을 배경으로 동료 의원들과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처럼회'라는 의원 모임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올린 페이스북에서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해명했다. 그는 관련 보도들을 "악마의 편집과 다를 바 없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모 언론과 인터뷰에선 "물난리가 난 상황에선 모든 모임 활동을 중단하고 표정은 항상 울고 있어야 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날카로운 말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반박에 나섰지만, 최 의원이 올린 사진은 합성한 것도 아니고, 조작된 것도 아니다. 물론 일부러 연출한 건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보다 격분하며 '악마의 편집'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황 의원의 해명글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황 의원은 이튿날(31일) 오전 1시 20분께 원래 게시했던 해명글을 삭제하고 "전후 사정이 어찌 되었든 악의적인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점은 사려깊지 못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황 의원은 "먼저 수해 피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몹시 죄송한 마음"이라며 "악의적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점에 마음아파하는 지지자 분들에게도 송구스런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진중해지고 더 겸손해지겠다.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지만 '악의적인 보도의 빌미'라는 표현 때문인지 그의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황 의원은 처음 올렸던 해명글에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달 31일 새벽 원글을 삭제하고 새 글을 올려 일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사돈집에서 먼저 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반대로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악마의 편집'을 꺼내들며 '문제삼은 게 문제'라는 식의 해명엔 진한 억울함이 묻어난다.

황 의원의 페이스북엔 밤늦은 시각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원글을 삭제한 뒤 새로 글을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때문에 그가 얼마나 고민했을지, 논란을 의식했을지도 짐작이 간다.

SNS는 빠른 전달력과 투명성으로 정치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발화 수단이 됐다. 국민들은 정치인들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남긴다. 최 의원이 올린 사진 또한 소통의 일환이었을 거다. 황 의원도 SNS를 통해 본인 관련 논란에 직접 해명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단점도 있다. 별다른 악의 없이 올린 글과 사진이 오해를 일으켜 논란이 될 수 있고, 온라인상에서 '박제'될 수도 있다. 한 번 글을 올리면 캡처본이 남아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즉 '악마의 편집'은 사실상 어렵다. 업로드와 수정, 삭제만 있을 뿐 원본을 조작할 순 없다.

그러니 오해가 있다면 풀면 된다. 자신과 관련한 업로드에 대해 전후사정을 설명하면 그 뒤 판단은 읽는 이가 하게 될 거다. 오해를 풀고 진심을 전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SNS상 소통에 나선 의원들에게 '편집 탓'보다는 충분한 설명을 권유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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