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서울E 김수안, “산소호흡기 달고 버틴 지난날, 이제 날 찾고 싶다”

[현장 인터뷰] 서울E 김수안, “산소호흡기 달고 버틴 지난날, 이제 날 찾고 싶다”

스포츠동아 2020-02-15 05:30:00 신고

태국을 거쳐 제주도에서 동계훈련을 진행 중인 서울 이랜드 김수안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아픈 과거를 딛고 스스로의 존재를 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 | 서울 이랜드FC

“산소 호흡기를 달고 꾸역꾸역 버텨냈어요. 간절함, 그 단어를 잊지 않으려해요.”

K리그2 서울 이랜드가 올 겨울 선수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멀티 플레이어’ 김수안(27)은 프로에서의 지난 시간을 ‘산소 호흡기’라는 단어로 함축했다.

그만큼 버겁고 힘겨웠다는 얘기. 192cm 건장한 체격,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최후방 중앙수비수를 오가는 다용도 카드이지만 프로에서 그의 족적은 초라하다. 2014년 K리그1 울산 현대에 입단했지만 대부분 커리어를 임대 신분으로 채웠다. 울산 현대미포조선, 강원FC, 충주 험멜 등 실업과 프로의 여러 팀들을 전전했으니 성공과는 꽤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홈경기에서 득점하며 미디어, 팬들의 짧은 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관심은 금세 식었다. 최근 5년 동안, K리그 43경기에 나서 1골·2도움이 전부.

전남 목포를 시작으로 태국 치앙마이에서 해외전지훈련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2차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수안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벌써 프로 7년차다. 생존을 위해 꾸역꾸역 버텨냈다. 지금도 다를 바 없다. 팀도 옮기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아픔을 잊지 못한다. 나도, 팀도 모두 간절하다”고 의지를 다졌다.


-‘멀티 자원’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는다.

“양면성이 있다.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평가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한 자리를 꾸준히 잡지 못한 것이다.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지만 서울 이랜드에서는 수비수로서의 역량을 더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상황이 아쉬웠나?

“솔직히 그렇진 않다. 난 출전 자체가 모든 것의 우선순위였다. 그냥 그라운드만 밟을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지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공격과 수비를 전부 오갔다. 하지만 선수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도약하려면 본래 포지션인 수비수로 자리잡아야 한다.”


-김신욱(상하이 선화)도 같은 길을 걸었는데.

“울산에 입단한 이유가 (김)신욱이 형이 나의 롤 모델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한창 울산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워낙 임팩트가 강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당시 울산의 축구 스타일이 잘 틀어막고 한 방 강하게 때리는 ‘철퇴’였다. 입단했을 때 신욱이 형이 정말 잘 챙겨줬다. 동계훈련을 하다가 임대를 떠난 바람에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 때의 따스함에 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 서울 이랜드FC



-정확히 포지션이 뭔가.

“프로에 안착할 때는 공격수였다. 대학에서도 주로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다. 울산에 입단한 것도 공격이었다. 본래 김호곤 감독님(현 수원FC 단장)이 절 키워주시려 했지만 갑자기 지휘봉을 내려놓으셔서 나의 상황도 조금 꼬인 면이 있었다.”


-임대 시절을 기억한다면.

“그리 잘 풀리지 않았다. 항상 주눅들어 있었고, 당연히 경기력이 좋을 수 없었다. 자주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금은 점차 단단하게 여물고 있다.”


-울산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고마운 기억이 대부분이다. 부족한 날 프로에 안착시킨 팀이 아닌가. 물론 임대를 다닐 때는 많이 힘들었다. 돌고 도는 인생이었다. 활약이 미미하다보니 울산 복귀도 어려웠다. 간신히 울산에 왔고, 또 3년을 버텼다. 살아남으려 정말 노력했다. 지난해 조금이나마 기회를 얻었고, 팬들에게도 내 존재를 조금이나마 각인시킨 것 같다.”


-새 시즌 기대가 굉장히 클 것 같은데.

“지난시즌 출전도 하고, 골 맛도 보면서 자신감이 조금 올라왔다.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갈 수 없었어도 나름의 확신을 가진 시즌이었다. 그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 서울 이랜드의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다. 쇄신하려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중상위권에서 K리그2 플레이오프(PO) 경쟁도 펼치는 위치까지 올랐으면 한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꾸준히 좋은 선수가 되려 한다. 벌써 30대를 바라보는 시기다. 축구선수로는 전성시대가 얼린 셈이다. 임팩트를 남기고 싶고, 욕심도 있다. 더 잘하고 싶다. 서울 이랜드에서는 좋은 추억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다. 제대로 부딪히고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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