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해치백이에요! 메르세데스 벤츠 A 220 & 포르쉐 파나메라

우린 해치백이에요! 메르세데스 벤츠 A 220 & 포르쉐 파나메라

모터트렌드 2020-02-14 10:01:01 신고

A 220은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를 단 해치백이다. 파나메라는 뼛속까지 포르쉐 DNA로 꽉 찬 해치백이다. 차값도 크기도 다르지만 둘 다 고급스러운 해치백임이 분명하다

해치백은 보통 2박스 스타일에, 뒤로 해치도어가 달린 차를 말한다. 3박스 세단의 트렁크를 잘라낸 해치백은 대체로 길이가 짧다.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의 도로 옆에 평행주차한 차들은 범퍼로 앞뒤 차를 밀어가며 차를 댄다. 한 치라도 길이를 줄여야 주차가 수월하다. 그러니까 해치백은 도로가 좁은 환경에서 유럽의 합리주의, 기능주의가 만들어낸 차다.

유럽엔 해치백이 많은데 우리에게 인기 없는 이유는 점잖지 않다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대부분 소형차인 데다 왜건처럼 어딘가 짐차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자동차를 중요한 재산의 하나로 여기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우리 사정에 내키는 차는 아니다. 해치백은 미국에서도 인기가 없다. 폭스바겐이 미국에 골프를 팔다가 서둘러 트렁크를 붙인 제타를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골프와 제타의 시장 점유율은 1:9 정도로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정반대다.

역사적으로 해치백의 시작은 1960년대부터가 아닌가 싶다. 미니는 해치백이 아니었지만 앞바퀴굴림 2박스 자동차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그 후로 나온 2박스 스타일의 작은 차는 대부분 해치백으로 만들어졌다. 르노 4, 르노 5, 르노 16, 푸조 205, 피아트 127, 그리고 폭스바겐 골프 등 왕년의 명차들이 떠오른다. 미국에는 1970년형 포드 핀토와 쉐보레 베가, AMC 그렘린 등이 해치백의 시작을 알렸다. 1972년형 혼다 시빅과 닷선 서니, 닛산 체리 등 일본차도 해치백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해치백은 경제적인 소형차였지만 유럽은 고급차에도 해치백을 내놓았다. 럭셔리 자동차에도 기능을 앞세운 그들이었다. 1976년 데뷔한 로버 SD1의 웅장한 자태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시트로엥 XM도 해치백이었다. 요즘 고급 수입차에 해치백은 흔하다. BMW 4시리즈 그란 쿠페와 GT, 폭스바겐 아테온, 아우디 A5와 A7, 포르쉐 파나메라 등이 모두 해치백이다. 뒤가 날렵한 패스트백 디자인 차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치백을 채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A 220
A 클래스를 보면서 벤츠가 소형차까지 만들어야하나 의구심도 들지만 아우디, BMW와 경쟁하면서 전체적인 볼륨을 키우기 위해선 풀 라인업을 갖추어야 한다. 젊은 고객의 시장에 뛰어들어 이들을 벤츠의 충성고객으로 키울 필요성도 있다. 벤츠는 소형차를 만들면서 해치백의 기준이라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나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1세대 A 클래스는 개성 넘치는 박스형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 3세대부터 해치백의 기준인 골프와 닮은 모습으로 자리 잡는다.

4세대인 오늘 시승차는 구형보다 단순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이 세련됐다. 해치백이지만 공기저항계수(Cd)가 0.27에 불과하다. 앞모습은 멋진 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 벤츠 CLS와 같은 모양이다. 모든 벤츠가 크기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모양일 땐 소형차가 덕을 보는 것 같다. 고급차를 닮은 소형차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거의 수직으로 선 프런트 그릴과 길어진 보닛을 보면서 벤츠가 현대 i30를 따라 한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보닛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건 안전과 성능을 강조하는 디자인 같다. A 클래스 세단의 어른스러움 대신 해치백은 약동적인 젊음을 표방한다.

운전석에 앉으니 전혀 새로운 실내가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실내 디자인도 다른 신형 벤츠와 비슷한데, 소형차인 A 클래스는 디자인 핵심만 모았다. 작은 차지만 벤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송풍구 주변을 감싼 크롬 때문인가, 실내가 생각보다 화려하다. 계기반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길게 연결하고, 비싼 재질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실내를 마감해 고급스러워 보인다. 카본파이버 무늬의 대시보드도 보기 좋다. 시트의 바느질 하나도 벤츠는 달라 보인다.

운전석이 몸을 꽉 잡는다. 엉덩이 쿠션에 무릎을 받쳐주는 기능까지 달려 있다. 작은 차에서 벤츠의 세심한 배려를 느끼는 순간이다. 뒷자리 공간도 비교적 넉넉하다. 같이 시승하는 파나메라와 나란히 세우니 A 220은 그렇게 작은 차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승차에는 옵션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요즘 국산 소형차에도 흔한 준자율주행 장비가 없다. 음성인식이 기대되는 MBUX도 없었다. 4000만원에 가까운 차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패키지 옵션을 권해야만 할 것 같다. 하긴 벤츠는 ‘가성비’로 사는 차가 아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도 ‘삼각별’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

1430kg의 차에 190마력의 2.0ℓ 터보 엔진은 충분하다. 190마력은 BMW 5시리즈도 움직이는 힘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9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40km에 달한다. 연비는 리터당 12.3km라는데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엔진은 조용하고 7단 듀얼클러치 기어박스는 부드럽다. 차가 가볍게 미끄러진다. 꾸준한 파워 전달과 만족스러운 핸들링이 좋다. 운전대 무게도 가벼워 매끈하고 경쾌하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승차감이 편하고 안정적이다. A 220은 정갈한 몸놀림으로 기본에 충실하다. 우락부락한 파나메라와 비교할 때 A 220만의 매력이 더욱 뚜렷하다.

A 220은 작지만 품질에서 완벽한 차다. 만듦새나 주행성능이 만족스럽다. 3000만원대 벤츠를 한 번 가져본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 벤츠에 세뇌돼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A 220을 타면서 보여줄 벤츠 엠블럼의 역할이 궁금하다.


포르쉐 파나메라 GTS
파나메라 GTS는 차값이 2억원을 넘는다. 벤츠 S 클래스보다 작은 차를 더 비싼 값에 사야 한다. 문득 파나메라는 ‘보통’ 차가 아니고, 파나메라 오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나메라는 S 클래스보다 작은 만큼 스포티하다. 

파나메라에서 해치백의 의미는 짐 싣는 데 있지 않다. 가슴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대는 젊은 오빠의 감성을 뜻한다. 파나메라를 타는 난 영원한 청년이다. 짐 싣기가 얼마나 편한지보다는 패스트백 디자인의 의미가 더 크다. 물론 911에 골프백을 넣는 게 힘든 걸 알면 파나메라의 트렁크 공간을 고마워할 거다. 파나메라는 길이가 5m를 넘고, 너비가 2m에 가까운 큰 차지만 왠지 작아 보인다. 콤팩트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뜻이다. 시승차는 시멘트 컬러라 부를 독특한 색이 멋진데, 검은색 트림과 잘 어울렸다.

파나메라는 포르쉐 911의 4도어 형으로 보게 된다. 모든 포르쉐는 911을 닮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파나메라는 911에서 누리지 못하는 뒷자리 공간의 여유가 있다. 네 사람이 타고, 해치백에 짐을 가득 실을 수 있는 차는 실용성에서 911과 비교되지 않는다. 쓰임새가 큰 파나메라는 포르쉐 안에서 베스트셀러를 노린다.

파나메라는 V8 엔진을 가졌음에도 포르쉐의 911 중심주의에 밀려 그 아래 위치한다. 동그란 헤드라이트는 911만의 전유물로 양보했지만, 네 개의 LED로 구성된 헤드라이트가 포르쉐임을 분명히 한다. 좌우로 연결된 기다란 테일램프는 요즘 포르쉐가 리드하는 핫한 디자인이다. 도어 안쪽이나 가죽 시트의 모양에서 엿볼 수 있는, 사출 제품처럼 빚은 그 든든함은 독일차 그중에서도 포르쉐만이 가능하다. 센터콘솔을 길게 이어 4인승으로 만들어 뒷자리에 앉은 느낌이 특별하다. 우주선 뒷자리에 앉아 스포츠 드라이빙에 동참하는 듯하다.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63.3kg·m를 뿜어댄다. 뜨거운 열정에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을 수 없다. 프런트 미드십 엔진 배치는 911보다 안정된 운동성능을 약속한다. 8단 기어박스는 듀얼 클러치지만 매끄럽게 움직인다. 시승차에 오르자마자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놓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몰아간다. 내 잘못이 아니다. 파나메라가 그렇게 유혹했다. GTS는 터보 모델 아래 가장 강력한 차, 레이스 트랙을 달리는 성능이 자랑이다. 0→시속 100km 가속을 4.1초에 해치우고, 최고속도는 시속 292km를 찍는다. 리터당 7.1km의 연비쯤 이해할 수 있다.

단단하기가 무쇠덩어리 같다. 무거운 차가 가볍게 달린다. 커다란 차가 작은 차같이 달린다. 넘치는 힘으로 마구 몰아칠 수 있다. 파나메라가 내 마음같이 움직인다. 전자장비 가득한 파나메라는 내 운전 실력이 꽤 괜찮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쩍슬쩍 도와주겠다고 한다. 시속 90km에 이르면 뒤 트렁크 리드에서 날개를 펼친다. 뒤따르는 운전자를 감동시킬 소소한 재미다. 시속 170km에 이르면 스포일러 각도도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배기음이 자극적이다.

네 바퀴로 구동력을 나눈 차는 주행감각이 안정되고, 안전하며 고급스럽다. 자칫 재미없는 차가 될 수 있는 네바퀴굴림 장치가 파나메라에서는 고급차의 필수 장비가 됐다. 에어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감각으로 럭셔리의 차원을 달리한다. 한 가지 놀라운 건 크루즈컨트롤이 어댑티브가 아닌 거다. 2억원이 넘는 차에 차선유지 보조장치밖에 없다. 스포츠 머신에 주행보조장치를 덜어내다니, 조금은 어리둥절하다.

파나메라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 스포츠카와 럭셔리 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GTS 모델은 일반도로와 트랙을 모두 달리고 싶을 때 완벽한 선택이다. 죽기 전에 꼭 타야 할 포르쉐다. 해치도어는 개성을 더할 뿐이다.
글_박규철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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