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통해 보수·진보진영 사이의 장외대결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가운데 각 진영의 상징처럼 굳어진 촛불과 태극기가 혼용되는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초동 일대에서 진행된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는 가로 20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등장했다. 또 행사 주최 측은 앞면에 태극문양이 뒷면에 건곤감리 문양 중 하나가 인쇄된 피켓 약 10만장을 현장에 배포했다.
행사를 주최한 범국민시민연대 측은 보수세력이 선점한 태극기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민주시민의 상징으로 되찾겠다는 의도로 태극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밤이 되자 한 손에는 진보에 익숙한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태극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박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주로 등장하면서 진보의 상징으로 각인된 촛불은 조국 사태를 통해 보수집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구가 됐다. 각각의 촛불이 요구하는 메시지는 달라도 정권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전국에서 야간 장외집회를 하면서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지난 8월 광화문 집회에서 “이번 일은 태극기 말고 촛불을 들자. 우리도 당당하게 광화문에서 남녀노소 온 국민과 함께 분노의 촛불을 들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처음에는 촛불을 안 써본 분이 대부분이라서 손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잦았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보수당 소속인 내가)LED형 촛불을 차량에 휴대하고 다니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보의 상징처럼 굳어지고 있는 촛불 이미지를 확실히 가져와 향후 대여투쟁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촛불 이미지를 앞으로 계속 사용해 우리의 상징처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 상황에서 진보가 촛불을 주로 사용하기는 했으나 한쪽 진영의 상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촛불 이미지가 ‘옳은 것을 향한 저항’이기에 진영을 구분 지을 수 없단 얘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수가 든 촛불이 호응을 얻는 것은 ‘조국’이라는 정의롭지 못함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지 한국당과 보수의 상징은 될 수 없다”며 “촛불은 진영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태극기와 촛불의 이미지가 한쪽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도 바람직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태극기와 촛불은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지 한쪽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진영의 상징처럼 만들어지는 것은 좋지 못한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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