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다섯 구멍을 뚫어서 실이나 끈으로 책등을 감싸는 전통 제본 방식이 뭐였지?"."오침안정법이요"
16일 오후 충남 부여고등학교 사회교과실. 문화유산 수업을 듣는 3학년 학생 18명이 교사의 질문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졸거나 딴청을 피우는 학생은 없었고, 모든 학생이 강의를 경청하고 퀴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번 시간에 배운 삼국사기, 난중일기,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실과 끈으로 엮었어. 오늘은 우리도 직접 이 방법으로 책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질게."
교사의 안내가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가위로 한지를 자르고, 바늘에 실을 꿰어 종이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느라 바빴다.
학생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책을 만들어 보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접착제가 없어서 실을 쓴 것 같다", "생각보다 견고한 제본 방식", "책 한권 만드는 데 오래 걸렸겠다" 등의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교내 문화유산 과목을 개설한 부여고는 문화재청이 개발한 '문화유산과 미래' 교과서를 채택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3개 단원으로 구성된 교과서는 유산에 대한 기본 지식은 물론 문화유산 활용사례, 관련 직업군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수업을 진행한 조혜선 교사는 "문화유산을 고루하다고 여긴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나서 문화재를 친숙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교양과목으로 시험이나 평가에 대한 부담이 없고,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키트를 활용하며 학습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업은 문화유산 인식개선을 넘어서 관련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
부여고 3학년 학생 4명이 역사 교사, 박물관 큐레이터, 문화재 보존 전문가를 꿈꾸며 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역사 교사를 꿈꾸는 안종운(18) 군은 "문화유산을 공부할 기회가 없었는데 수업으로 들으니까 좋다"며 "역사와 문화유산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대학 진학 등에도 해당 수업을 들은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부여고를 시작으로 더 많은 지역과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 목표"라며 "매년 2차례 열리는 교원직무연수에서 해당 교과서 사용 방법과 교육목표 등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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