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전국 902개 단체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부서 폐지를 추진하는 김현숙 장관의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902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16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1년 기자회견 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들은 ‘시민이 지켜낸 여가부 퇴행 멈추고 성평등으로’, ‘퇴행하는 정부 너무 부끄럽다’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여가부 김현숙 장관의 사퇴와 여가부의 성 평등 실현 적극 추진 등을 외쳤다.
전국행동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는 대선 시기부터 한국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성평등 전담 부처인 여가부의 폐지를 추진하며 국가 성평등 정책과 추진체계를 무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이런 중앙 정부의 기조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추진체계 또한 축소됐고 정부 정책에서 여성은 지워지고, 성평등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가 성 평등 정책 추진계획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 직무유기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버터나이프크루(성평등 문화추진단)’을 충분한 근거나 검토 없이 중단한 것, 비동의 간음죄 신설 검토 과제를 철회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오경진 사무처장은 “정부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꺼내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SNS 상 단순한 7글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여성운동과 수많은 시민의 힘으로 조금씩 진전시켜 온 성평등의 궤적을 한 순간에 원점으로 되돌리고 나아가 그 근간을 흔들어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무런 근거 없는 선거용 표몰이 공약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이끌어야 할 정부부처의 수장이, 그 근간을 흔드는 일에 나서서 함께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사무처장은 지난 2월 통과된 정부조직법안에 대해서도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안이 올해 2월 그 내용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며 “성평등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저항한 시민들은 놀라운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여성폭력을 폭력으로 호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나눔 정책팀장은 “대한민국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고 성폭력 사건이며, 신당역 살해사건은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사건의 본질을 지우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또한 강간죄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법무부의 반대 의견으로 이를 철회했고,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 정책팀장은 여가부가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성폭력에 관해 제대로 된 관점을 갖추고 강력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 집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노동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노헬레나 연대사업국장은 “최근 여가부가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경력 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에 진입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이 경력단절 자체를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예방하는 성격을 지닌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의 방향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삭제한 뒤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과제로 두고, 양육 및 돌봄 관련 내용을 ‘저출산·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미래인재 양성’ 목표 하에 배치한 것이 성평등에서 양성평등으로의 후퇴,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아니라 미래인재 양성으로서의 관점으로 여성노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는 게 노 연대사업국장의 지적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두며 여성노동자의 폭을 ‘기혼 맞벌이’ 여성으로 좁혀놨다”며 “여성정책을 저출산에 대응하는 방식과 여성노동자의 인력을 개발시켜 활용하는 개념으로 보지 말고,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차별이 무엇인지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끝으로 전국행동은 새로운 여가부 장관을 구하며 새로운 자격 요건을 제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제시한 장관의 요건은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 젠더폭력 대응 △채용성차별 근절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불평등 해소 △젠더관점 성차별 문제 해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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