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이 울리는 세상

소현이 울리는 세상

싱글즈 2021-05-03 13:00:00 신고

소현이 울리는 세상

배우 김소현은 자신을 보듬어 가꿔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안정된 연기로, 대중의 믿음으로 채워가는 소현의 오늘과 소란스럽지 않게 울려 퍼질 내일.

재킷과 팬츠 모두 와이씨에이치, 티셔츠 무디디, 스니커즈 뉴발란스.
블랙 벨트 와이씨에이치,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 톱, 뷔스티에, 재킷, 쇼츠, 부츠 모두 사카이.

배우 김소현의 작은 입에서 ‘노력’이란 단어가 부드러운 운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양 손가락을 다 접어도 모자란 지금에 이르러, 타이틀 롤을 맡은 든든한 배우가 되었지만 그녀는 부지런하게 길을 걷는다.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에서 심지가 단단하고 용맹한 평강으로 분하고 있다. 평강이 젠지세대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물음표에서 오늘의 화보가 시작됐다. 촬영은 어땠나?
평소 편안하면서도 보이시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처음에는 긴장해 아쉬웠지만 재밌었다.
남녀를 가르지 않는 ‘젠더 뉴트럴’의 시대였다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울보라 기록된 평강의 삶은 달라졌을까?
평강이 현대로 온다면, 여자라서 태왕이 되지 못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터운 유리천장은 여전히 무수히 존재하니까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세상을 바꿔 나가는 도전을 꾸준히 하지 않았을까.
<달이 뜨는 강> 은 배우로서 여러모로 큰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큰 도전을 해야 하는 작품이라 시작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몇 년 후 평강을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지나치면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반면 내가 열심히 하면 연기 변신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큰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부담도 컸지만, 연기에 관한 좋은 말씀을 많이 들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고민이 많다고 했는데, 어떤 고민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아역부터 거쳐온 사극에서의 이미지가 분명 시청자들에게 남아 있을 거란 걱정이 들었다. 평강에게서 전작의 그림자가 엿보이면 어떡하나, 싶었다. 또 평강은 그냥 예쁜 공주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이끄는 강인한 인물인데 그 짙은 카리스마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을 풀어가는 과정은 수월했나?
‘이게 맞을까?’ 의문이 들 때마다 연기자 선배님들의 조언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수월하다.
16부작과 20부작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던가?
16부작과 20부작을 온전히 끌어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회차의 차이를 슬슬 체감하기 시작했다(웃음). 남은 촬영에 내 몸을 갈아 넣는다고 생각하면서 집중하려 한다.

재킷과 셔츠, 스커트 모두 디올.


첫 액션 연기다. 몸을 쓰는 데 재능이 있던가?
맞다. 이 부분도 걱정됐다. 액션팀 선배님들께서 ‘재능이 아예 없진 않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부족한 점은 많아도, 내가 최고의 액션 배우란 생각으로 임한다. 자신감을 스스로 주입해야 화면에서도 자신감 있게 나오기 때문이다.
배우 김소현의 연기는 대중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는 댓글을 봤다. 무얼 시켜도 무리 없이 잘해낼 것 같은 믿음을 준다고. 배우에게는 굉장히 좋은 평이지만, 데뷔했을 때부터 이런 시선이 부담되진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사실 그런 부담감이 마음 끄트머리에 남아 있었다. ‘저 친구는 잘할 거야’라고 믿고 맡겨주시면 감사하면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이제는 무얼 시켜도 잘할 거란 어느 정도의 기대치에서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시기란 생각이 든다. 연기자로서 욕심이 생겼을 때, 평강이 찾아왔다.
덕분에 우린 멋진 평강을 만났다. 며칠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의 시즌2가 공개됐다. 넷플릭스의 플랫폼은 배우에게 어떤 환경인가?
기존 드라마는 순차적으로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반응을 체감하고, 피드백을 얻는다. 처음에는 첫 화부터 엔딩까지 한 번에 오픈되는 넷플릭스의 시스템이 낯설었다. 시험대에 오른 느낌이라고 할까? 신기하고 긴장되는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왔다. 장점이 있다면, 오로지 작품만 바라보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기자로서 그러한 자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시즌제가 확정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작품이 공개된 후 추후에 결정된다고? 시즌2 제안이 왔을 때 기분이 남달랐겠다.
아무도 시즌제 작품이 될 거라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시즌1이 잘되었다는 뜻이니까 기분이 좋았고, 그 좋은 반응을 이어가야 한다는 기대 반, 걱정 반도 따라왔다.

재킷과 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톱 렉토, 슈즈 가니.


<좋아하면 울리는> 은 사랑을 찾아가며 조조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두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야 극의 설득력이 생기는 작품이다. 배우에게는 미션인 셈이다.
단순히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변화가 조조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지녀온 트라우마를 안고 풀어가야 했다. 예상보다도 쉽지 않았다.
시즌1 이후 2년 만이다. 그사이 성장한 조조와 자신이 느껴지던가?
나는 조조를 이해하고 안고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조조의 힘든 상황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파고드는 것은 힘겨웠다. 내가 조조를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좁은 건가 싶었다. 시즌1과 2의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려 노력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시즌을 거치며 사랑의 형태에 대한 생각도 깊게 해보았다. 성숙한 사랑, 또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말이다.
조조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애쓴다. 당신도 그런가?
굉장히 많이 기울이는 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원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이치를 따지고 손익을 계산하기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바를 들여다본다. 때론 생각이 너무나 많을 때도 있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편안한 상태에서 제3자가 되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려 한다.
요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것이 곁에 있는가?
우리 집 강아지 몽숙이. 늘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주는 존재 자체가 너무나 고맙다. 집에서 몽숙이 배를 만지고 발 냄새를 킁킁 맡는 것이 세상 제일 큰 행복이다.

재킷과 톱 모두 사카이.


SNS를 보니, 작품과 몽숙이 육아 일기로 나눠지더라. 몽숙이 자랑 좀 더 해달라.
굉장히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다. ‘말티즈는 절대 참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웃음). 몽숙이에게 놀아달라고 치대면 잘 받아주지 않는데,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기막히게 ‘자, 날 맘껏 만져라’ 허해준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위로를 많이 받는다.
아역부터 시작해 어느새 13년 차 배우가 되었다. 사극과 현대극, 청춘물과 블록버스터 등 장르와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넓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쌓아온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한 번씩 지난 작품들을 돌려 보곤 한다. 특히 동기부여가 필요할 땐, 좋아하는 작품의 클립 영상과 메이킹 영상을 찾아본다. 내가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행복을 느끼면서 연기했는지 되새기며 추억에 젖고, 힐링한다.
최근에는 어떤 작품을 봤나?
<싸우자, 귀신아> 를 봤다. 감독님께서 연기자가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그 당시 정말 즐겁고 신나게 촬영하면서 생긴 좋은 추억이 많다.
배우란 직업은 인생의 마디마디를 작품으로 아카이빙하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때론 필모그래피가 자신의 일기장처럼 느껴지진 않는가?
맞다(웃음)! 지나간 작품을 다시 본다는 것은 지난 시절의 일기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일기를 보면 때론 ‘내가 그때 왜 그랬지?’ 이불을 차고 싶은 기억들이 동반되곤 한다. 예전 작품을 보면, 과거 일기가 공개되는 기분이랄까? 부끄러워질 때도 있지만, 그것도 다 추억이다. 그 당시에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한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내겐 큰 힘이 된다.

재킷과 스커트 모두 베트멍 by 10 꼬르소 꼬모, 스니커즈 뉴발란스, 슬리브리스 톱과 삭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팬츠 누마레, 워커 닥터마틴, 슬리브리스 톱과 서스펜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동안 맡았던 배역 중에서 안부가 궁금한 인물이 있는가?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의 은비와 은별이는 애착이 컸던 캐릭터다. 내가 연기했지만, 서로를 위하는 자매의 모습이 부럽고 보기 좋았다. 지금도 그렇게 사이 좋게 지냈으면 한다. 드라마 <페이지터너> 의 천재 피아니스트 윤유슬은 길 가다가 한 번쯤 마주치고 싶은 캐릭터다. 이제까지 나를 지켜봤다는 가정하에, 내가 놓치고 살거나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콕 짚어서 따끔하게 혼내줄 것만 같다.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걸. 이것만큼은 정말 잘했다! 본인을 토닥여주고 싶은 점을 찾아보자.
연기자로서 노력하는 모습이다. 내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건 외면하지 않고 부딪치려 노력한다. 주위에서 이야기해주는 걸 귀담아듣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부분을 찾아서 다음 작품을 통해 소화하려 한다. 스스로 정말 노력하는 부분이라 이것만큼은 칭찬해주고 싶다.
노력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 자신을 다그치는 편인가?
혼자서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이제는 나를 칭찬할 줄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잘 다독여주려고도 노력한다(웃음).
살면서 내게 주는 내적 보상, 외적 보상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준 셀프 칭찬이나 선물이 있나?
한 번씩 사소한 걸 산다. 어느 날은 지나가다가 문득 꽃 선물을 받고 싶더라. 꽃집에 들러 좋아하는 꽃을 골라 다발을 만들었다. 그냥 꽃을 산 게 아니라, 내게 선물해준 거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도 자랑했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또 무슨 선물을 기대하나?
얼마 전부터 DIY 미니어처 공간을 만드는 취미가 생겼다. 작은 판자를 오리고 붙이고 끼워 집이나 주방을 만드는 장난감이다. 내 방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아무런 방해 없이 미니어처 장난감을 만드는 시간을 선물하겠다.
서른에 진입한 김소현을 그려본 적 있나? 까마득한 나날이지만, 서른의 김소현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서른의 나는 단단하고 솔직한 사람이고 싶다. 지금처럼, 지금보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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