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단골 참가곡, "중년 오라버니들 심쿵"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 금잔디의 매력은 파워풀한 가창력이다. 늘 밝고 환한 미소, 애교스러우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중심이 뚜렷한 소신파다. 성격도 화통한 스타일이어서 "여려 보이는 모습과 달리 저는 화끈하고 뒤끝이 없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보기와 다르게 제가 강단진 성격이에요. 가요계 선배님들한테는 공손하고 깎듯이 예의를 지키지만, 할 말은 또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후배들한테도 마찬가지예요. 평소엔 친 동생처럼 대할만큼 편안해도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따끔한 지적이나 충고를 하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걸 어떡해요."
금잔디는 '가황' 나훈아도 인정한 실력파 여가수 중 한명이다. 그런 그에게도 긴 무명시절이 있었고, 대중가수로 성장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해준 곡이 있다. 2012년 정규 1집에 실린 '오라버니'는 히트하는데 3년이 걸렸지만 그를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이른바 그의 인생곡이 됐다. 이 곡은 발표한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후배 여가수들(요요미 강혜연 신미래 두리)의 커버송으로 애창되고 있다. 또 임서원 하유비 하리수 박하명 오유진 김수빈 정다경 등 수많은 트로트 오디션 참가자들이 선곡해 열기를 더했다.
"원곡가수 입장에선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오디션 금지곡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등장했으니까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한테는 '오빠'보다는 '오라버니'가 더 정겹잖아요. 40~50대 중년들도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면 심쿵하게 와닿는다고 해요."
'날 사랑하신다 하니 정말 그러시다니/ 구름타고 빛나는 하늘 훨훨 날아갑니다/ 날 사랑하신다 하니 정말 행복하여서/ 설레이다 떠는 가슴은 아픈 줄도 모른답니다/ 오라버니 어깨에 기대어 볼래요/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지금 이대로 죽어도 여한 없어요'(금잔디 '오라버니' 일절)
노래는 어떻게 불러야 맛을 낼 수 있을까. 금잔디는 "애교섞인 목소리로 최대한 다정다감한 느낌을 줘야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섹시한 표현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격상 저는 애교가 많지 않은 편이라 가끔 무대에서 뵙는 송해 선생님을 떠올리는 느낌으로 부른다"고 했다.
금잔디는 2000년 '영종도 갈매기'로 가수 데뷔했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준공식 행사에도 초대가수로 서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했지만 10년 가까이 무명설움을 겪었다. 2009년 싱글 '일편단심'이 서서히 반응을 내고 3년 뒤 내놓은 정규 앨범 타이틀곡 '오라버니'가 폭발했다.
첫 히트곡이 터지면서 그의 존재감은 날개를 달았다. 앞서 내놨던 '일편단심'이 히트 쌍벽을 이뤘고, 이후 '신사랑 고개' '여여' '엄마의 노래' '서울과 살자' 등 부르는 곡마다 호평을 받는다. 이중 '엄마의 노래'는 임영웅 전유진이 불러 대중적 관심 속에 역주행 소환됐고, 임창정이 작사 작곡한 '서울과 살자'는 이른바 '뽕발라드'(트로트+발라드)로 사랑을 받았다.
금잔디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출신으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시즌2'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연기자로의 짧은 외도는 힘든 무명 가수 시절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고진감래, 그는 불굴의 의지로 정통 트로트 장르의 맥을 잇는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최근엔 '사랑탑'(추가열 작곡)에 이어 '시치미'(최완규 작곡)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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