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4.9% 오른 가운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9%로 전월인 올해 3월(5.0%)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를 밑도는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소 폭이다.
한편 전월 대비 CPI는 0.4% 올라 월가 컨센서스와 일치했다. 에너지와 식품 부문을 제외한 근원 통계에서는 월간으로 0.4% 상승해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다음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는 일단 금리 동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내 금리 인하 여부를 주시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은 10일 현재 약 80%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둔화함에 따라 Fed가 기준금리 동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다만 침체 우려, 특히 노동시장과 은행 문제 등 이슈 때문에 긴축 지속과 연내 인하 시작 등 엇갈린 주장이 대두된다.
소비자전망, 인플레 진정+침체 우려 내비쳤는데...
내년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진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갑을 꽁꽁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8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4월 소비자 전망’을 인용,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4.4%라고 보도했다.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다만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과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각각 2.9%, 2.6%로 전월보다 0.1%포인트씩 올랐다.
1년 후 소비자 지출은 5.2%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3월(5.7%)보다 0.5%포인트 둔화했다. 지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다.
이 조사는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10회 연속 금리인상 여파에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CNBC는 “이번 CPI 보고서가 긍정적이지도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다”며 모호성이 높다는 월가 발언을 인용했다. 연준이 그때그때 지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연내 인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은 연준 내부에서도 나왔다. 뉴욕 연은 존 윌리엄스 총재는 9일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우리는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데이터를 통해 판단, 결정한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 정책 필요성을 아끼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연준이 더 강한 조치(금리 인상)를 취할 수 있도록 윌리엄스 총재가 공간을 남겨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사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다시 금리 오를까? 고용과 은행 위기가 관건
불러드 총재 등의 발언은 현재의 노동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기반을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은행발 침체 우려를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강한 노동시장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고 본다면,물가 고공행진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유가 생긴다.
다만 높은 임금은 인플레이션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알리안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전문가는 “4월 고용지표가 좋은 것은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이에 따라 바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고용 상황을 반영해 금리를 더 올리는 선택은 안 그래도 약한 금융부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에리언 수석의 지적이다.
고용과 은행 이슈를 저울질하면서, 고물가를 어느 정도 용인할지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공격 긴축을 지속하면 경기 침체는 일어나면서도 물가는 안 잡히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연준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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