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가 인상되자 최근 6일만에 일부 시중은행에 정기예금이 5조원 가까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기예금은 0%대를 나타내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수익이 크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인상에 나서자 시중에 도는 유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385조712억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25일(380조1962억원)보다 6일만에 4조8750억원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632조696억원으로 전월말대비 7조9422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말에는 전월말보다 1조3059억원 감소했지만 이달들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649조2781억원으로 전월말대비 10조6195억원 증가했다. 앞서 지난 7월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38조6586억원으로 전월말보다 2조8765억원 감소한 바 있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주식시장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은행으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33개월)만에, 연 0.50%로 동결된 이후 15개월만에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일주일 안에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해왔다.
0%대 정기예금 사라지나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상품에 변경된 금리를 적용한다. 대부분의 거치식 예금은 연 0.25%포인트 오르고 적립식예금(적금)은 대체로 연 0.3%포인트 인상된다.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예·적금 금리를 0.05∼0.25%포인트 올렸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KB국민·하나은행 등은 이르면 이주 안에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주 예·적금 금리를 올릴 방침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8일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예·적금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신금리가 더 오르면 은행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0%대를 맴돌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해 5월말(1.07%) 이후 1년 넘게 0%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말 0.81%로 최저치를 찍은 이후 지난 7월말 0.91%까지 올라왔다. 은행에 1억원을 예치하면 받을 수 있는 세전 이자가 91만원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현금자산 비중이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감안하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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