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703억원이 투입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둘러싸고 부실 콘텐츠와 먹거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여수시가 지역 택시기사들을 겨냥한 이른바 ‘유언비어 입단속’ 공문을 보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개막식이 열린 지난 5일 오전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주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럭을 배처럼 꾸민 ‘거문도 뱃노래’ 공연과 1만 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 공무원 해외출장 논란 등이 잇따른 상황에서 여수시가 박람회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택시기사들의 수입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공문에 적시하면서다. 택시업계에서는 근거도 없이 기사들을 악성 소문 유포자로 몰아세웠다는 반발이 나왔다.
22일 여수시와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여수시는 최근 지역 택시업체에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관련 택시 운수종사자의 유언비어 유포 금지 등 교육(안내)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섬박람회 준비 미흡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택시기사들이 퍼뜨리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여수시는 택시기사들의 수입금 감소에 대한 불만이 유언비어 유포로 이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까지 적었다.
시는 지난해와 올해 9월 첫째 주말부터 둘째 주말까지 9일 동안 택시기사 1인당 수입도 비교했다. 실제 수입 감소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박람회 특수에 대한 기대만큼 수입이 늘지 않아 불만이 생겼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박람회가 성공하면 택시업계의 수입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하지 않고 행사 목표와 취지를 승객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교육해 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했다.
“돈 못 벌어서 험담한다고?”…택시업계 반발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박람회를 둘러싼 비판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구체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택시기사들의 수입 문제와 연결해 공문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고향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일부러 먹칠할 이유가 없다며 택시기사들을 돈을 많이 벌지 못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처럼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남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여수시지부 측도 기사들이 관광객에게 박람회에 볼 것이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다며 갑작스러운 공문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여수시는 택시기사들을 문제 집단으로 특정하거나 홍보를 강요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부풀려지는 것을 막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협조 요청이었다는 설명이다.
트럭 뱃노래·1만 4900원 게장백반…논란은 이미 쌓였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 진행된 ‘거문도 뱃노래’ 공연. 1t 트럭에 천을 두르고 돛을 달아 배처럼 연출한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공문 논란이 더 큰 반발을 부른 배경에는 개막 이후 이어진 박람회 운영 논란이 있다. 지난 15일에는 1t 트럭 적재함 주변에 천을 두르고 돛을 달아 배처럼 만든 뒤 공연자들이 그 위에서 노를 젓는 모습을 연출한 ‘거문도 뱃노래’ 공연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총사업비 703억원 규모의 국제행사에서 선보인 공연치고 연출이 지나치게 단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직위원회는 해당 공연이 조직위가 직접 사업비를 투입해 기획한 콘텐츠가 아니라 70세 이상 거문도 주민들로 구성된 전수회가 참여한 지자체 연계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람객 눈높이에 맞도록 공연 연출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026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 판매 중인 1만 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맛상무'
주행사장에서 판매된 1만 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도 도마에 올랐다. 공개된 식판에는 간장게장과 밥, 김치, 콘샐러드, 김, 국물 등이 담겼고 가격에 비해 반찬 구성이 단출하다는 반응이 확산했다. 여수의 대표 음식인 게장백반을 국제행사장에서 선보이면서 구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조직위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돌게보다 원재료 가격이 높은 연평도산 꽃게를 사용했으며 같은 업체의 서울 판매가격보다 3000원 낮게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밥 취사량을 조정하고 반찬 종류를 늘리겠다는 개선책도 내놨다.
공무원 해외출장도 논란이 됐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섬박람회’가 포함된 보고서 107건이 검색되면서 박람회를 명목으로 100건이 넘는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여수시는 실제 섬박람회 벤치마킹을 직접 목적으로 한 출장은 2023년부터 3년 동안 21건이라며 107건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만 일부 출장보고서의 내용이 허술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300만명 목표인데 개막 보름간 18만명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개장시간을 앞두고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 뉴스1
관람객 실적도 아직 목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개막일인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8만 5202명이다. 박람회가 제시한 전체 목표 관람객 300만명의 약 6.2% 수준이다. 행사는 오는 11월 4일까지 총 61일간 이어진다.
물론 행사가 아직 초반인 데다 지난 19일 시민 무료입장 행사에는 하루 5만명가량이 몰리는 등 관람객이 늘어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조직위도 음식과 공연 콘텐츠를 보완하고 추석 연휴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콘텐츠와 먹거리, 해외출장 등을 둘러싼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비판의 내용보다 이를 퍼뜨리는 사람을 먼저 문제 삼는 듯한 공문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박람회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여수시는 온라인 비판과 관련해 “건전한 비판은 수용한다”면서도 시민의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해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행위와 허위정보 유포에는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