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더봄] 다시 해 본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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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더봄] 다시 해 본 출퇴근

여성경제신문 2026-09-21 13:00:00 신고

 낳자마자 할미네로 와서 3년을 지낸 손주는 딸네가 옆 라인으로 이사 오며 잠자리를 옮겼다. 그마저도 장족의 발전이라 저녁 먹고 목욕까지 한 후 거의 눈꺼풀이 감겨야 제 집에 가는 손주가 고맙고 몇 시간 후 아침을 먹으러 어미와 들이닥치는 손주가 또 반가웠다.

아침을 준비하다 보면 저 멀리서부터 “할머니, 나왔어!” 고함 소리가 들리는데 모든 동네 사람이 손주의 동선을 파악하고도 남을 만큼 큰 소리를 친다.

그러길 4년.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자 딸 내외가 학교와 학원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준비했다. 유치원 졸업까지 두어 달은 딸이 출근길에 손주를 데려다 놓고 할미가 등·하원을 시키면 다시 저녁에 퇴근한 엄마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루틴.

추운 겨울, 깜깜한 새벽에 담요까지 둘둘 만 손주는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할미네를 오갔다. 어린이집도 다니고 유치원도 다녔지만, 초등학교 입학식은 또 남다른 감회여서 딸 둘의 입학식과 오버랩되며 묘한 성취감과 애잔함도 섞여 있었다.

정규교육의 시작이니,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의 첩첩산중인 ‘학교 공부’의 출발선. 큰딸의 초등학교 입학 날, 외할머니가 “고생문이 열렸네!”라고 했는데 학교 다녀보니 그렇게 고생스럽지는 않더라는 딸의 말에 모두 웃었던 기억이 있다.

손주의 뒷모습은 언제나 짠하다. /이수미
손주의 뒷모습은 언제나 짠하다. /이수미

손주의 초등학교 입학은 할미에게는 10여 년 중단했던 출퇴근의 재개였다.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지만 어쨌든 아침 일찍 나가 저녁에 귀가하니 집안 단도리도 해 놓아야 하고 해 먹일 것도 이것저것 챙겨 출근한다.

재잘재잘 한시를 쉬지 않는 손주의 수다 대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출근길. 밖의 일을 하며 바삐 살던 젊은 시절엔 혼자 있는 차 안이 유독 좋았다. 피난처라 할까, 힘들고 지치게 하는 ‘남의 시선’ 없이 오롯이 혼자 앉아 있는 동굴 속 편안함. 그것을 잊고 산 지난 10여 년은 출퇴근의 긴박함 대신 손주와 함께하는 왁자지껄 라이딩이었다.

딸 내외가 출근하면 손주 아침밥을 먹이고 등교 준비를 시키는데 이 닦고, 옷 입고, 화장실 다녀오기를 문 나서기 1분 전에 해치운다. 2분 전에는 절대 미리 하는 법이 없다.

일곱 살쯤 벌어진 ‘갑과 을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 후 모든 스케줄은 손주의 뜻대로이고 그걸 알면서도 할미는 계속 채근…. 둘이 지치지도 않고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집을 나선다.

걸어서 5분이 채 안 되는 길이어도 오가는 차도 많고 건널목도 많고 언젠가는 혼자 가야 할 등굣길이 소심한 할미 맘엔 걱정투성이다. 제 몸만 한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등교하는 1학년도 있건만 할미의 과잉보호가 손주의 자립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교가 끝나면 ‘대기시간’ 시작이다. 퇴근 시간까지는 엄연한 근무시간이고 손주의 하교와 학원 시간에 맞춰 운동도 하고 장도 보며 하루를 보내는데 딸네 집이긴 해도 왠지 내 집 같은 편안함은 덜하다. 시간도 많고 혼자 있기 넉넉한 공간인데도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무 데나 벌러덩 누워 쉬는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이런저런 정리를 해놓고는 소파에 앉아 손주를 기다린다. 열 번쯤 현관문을 들락거리면 하루가 마무리되는데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또다시 나가고….

카페 같은 곳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젊은 엄마들의 무거운 엉덩이가 부러울 때도 있다. 손주의 저녁을 챙겨주고 딸이 퇴근하면 할미도 퇴근이다. 일 마치고 온 딸은 피곤에 절어 있고, 엄마가 해놓은 한두 가지 반찬을 좋아라 먹는다. 일 마치고 돌아와 해야 하는 저녁밥의 수고를 어찌 내가 모르겠는가.

돌아오는 퇴근길. ‘할 일이 없어 먼 산만 쳐다보는 것’보다 얼마나 행복하냐며 스스로 다독이다가도 또 집에서 저녁밥을 기다리는 1인이 남아 있음에 마음이 바빠진다.

루틴(Routine)=매일 반복되는 일정한 순서나 틀에 박힌 생활 양식을 뜻하는 말이다. 운동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몸에 익히는 습관화된 동작이나,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되풀이하는 하루의 고정된 행동 패턴을 의미할 때 두루 쓰인다.

여성경제신문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leesoomi714@naver.com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출판사 등에서 오랜 시간 취재 및 편집 업무를 담당하며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했다. 은퇴 후 손주의 육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을 담은 <할머니의 황혼육아> 를 집필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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