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모닝커피서 명절 차례상까지 우리 곁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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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모닝커피서 명절 차례상까지 우리 곁 '아프리카'

연합뉴스 2026-06-25 07: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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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매일 아침, 우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떠 습관적으로 커피 한 잔을 내리거나 편의점에서 달콤한 초콜릿 하나로 피로를 달래곤 한다. 늘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퇴근 후에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렇듯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한국의 일상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머나먼 대륙과 끊임없이 숨쉬며 교감하고 있다.

흔히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머나먼 세계로 인식된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이집트만 해도 비행거리로 약 9천㎞에 달한다. 가장 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무려 1만4천㎞에 이른다. 이처럼 먼 물리적 거리와 그에 따른 선입견 때문에, 우리는 아프리카를 단순히 가난과 부정부패가 만연한 미지의 땅이자 우리와는 무관한 곳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과 식탁의 곁을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반전이 숨어 있다. 아프리카는 이미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필수품으로 우리 삶 한가운데 촘촘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하라르 로스트 커피 에티오피아 하라르 로스트 커피

[촬영 김재근]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다. 전 세계 직장인들의 소울푸드가 된 커피의 고향은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의 고지대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는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나 시다모, 혹은 케냐 AA라는 이름은 이제 국내 카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 필자가 케냐에 근무할 때 커피 농장을 직접 방문해 커피나무와 열매, 그리고 꽃을 세심하게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진한 커피색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커피 꽃의 색깔은 눈부신 하얀색이었다. 향기 역시 구수한 커피 향이 아니라 상큼하고 매혹적인 재스민 향이 났다. 우리가 매일 음미하는 커피 한 잔은 이처럼 아름다운 반전과 동아프리카의 서늘한 기온, 강한 햇볕, 그리고 그곳 농부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커피 꽃 커피 꽃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커피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역시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주로 생산된다. 우리네 50∼60대에게 '가나' 하면 조건반사처럼 '초콜릿'을 떠올리곤 한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고의 영향력이었겠지만, 정작 그 가나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한 국가라는 사실을 인지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가나 대통령을 위한 특별 제작 '가나 초콜릿' 가나 대통령을 위한 특별 제작 '가나 초콜릿'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가나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이 가나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한 '가나 초콜릿' 모습. 초콜릿의 포장지에는 양국 국기와 마하마 대통령의 이름을 넣었다. xyz@yna.co.kr

가나는 주요 카카오 원료 생산국으로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오랫동안 세계 카카오 산업을 이끌어 왔다. 가나 카카오 산업에는 역사적인 비화가 숨어 있다. 1879년 가나 카카오 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테 콰시에'(Tetteh Quarshie)는 적도기니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중 카카오 씨앗을 몰래 숨겨 가나로 들여왔다. 당시 적도기니의 식민 종주국이었던 스페인은 카카오 재배 독점을 위해 씨앗의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재배에 성공하며 오늘날 가나 카카오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는 우리 역사 속 문익점 선생이 붓 뚜껑에 목화씨를 숨겨와 온 백성을 따뜻하게 했던 그 극적인 여정과 닮아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나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이 바로 이 카카오로, 2025년 기준 무려 8천575만달러(약 1천316억원) 규모에 달한다. 우리가 지친 오후에 당을 충전하며 느끼는 그 달콤함의 근원은 바로 서아프리카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자라난 카카오 열매다.

카카오 열매 카카오 열매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커피를 마신 후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하기 위해, 혹은 카페인 없는 건강한 음료를 찾아 우리가 자주 마시는 음료 속에도 아프리카가 깃들어 있다. 바로 남아공의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진 '루이보스 차'(Rooibos Tea)다. 루이보스는 케이프타운 근처의 척박하고 높은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하는 콩과 식물이다. 신기하게도 카페인이 전혀 없고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임산부나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국민 허브티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맑고 투명한 붉은빛과 은은하고 독특한 향미를 음미할 때마다, 우리는 이미 한국의 찻집과 가정집 안에서 남아공의 푸른 고원 지대를 함께 느끼고 있다.

남아공 피노타지 와인 남아공 피노타지 와인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위로받고 기분 좋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우리가 즐겨 찾는 포도주 속에도 아프리카가 깊숙이 깃들어 있다. 퇴근길 마트 와인 코너나 레스토랑에서 마주치는 남아공의 와인이 대표적이다. 남아공은 칠레, 호주 등과 함께 세계적인 '신세계 와인' 생산국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의 우아함과 입안을 채우는 묵직한 바디감을 동시에 지닌 남아공 고유의 포도 품종 '피노타지'(Pinotage) 와인은 이미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홈술 테이블을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특별한 날 달콤하게 무드를 바꾸고 싶을 때 제격인 '콘스탄스 와인'(Vin de Constance) 역시 남아공이 자랑하는 최고의 명품 와인이다. 이는 과거 나폴레옹이 유배 시절 고독을 달래며 즐겨 마셨다는 전설적인 디저트 와인이기도 하다.

남아공 콘스탄스 와인 남아공 콘스탄스 와인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생명력은 우리의 일상 속 '화장대' 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헤어케어와 스킨케어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일명 '모로코의 황금'이라 불리는 '아르간 오일'(Argan Oil)이 그 주인공이다. 아르간 오일은 전 세계에서 오직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아르간 나무의 열매를 압착하여 얻는 귀한 에센스다. 비타민E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보습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다.

아르간 오일과 더불어 서아프리카에서 온 '셰어 버터'(Shea Butter) 역시 아프리카가 선사한 또 다른 자연의 선물이다. 셰어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이 버터는 피부에 닿는 순간 체온에 녹아들어 강력한 보습 막을 형성한다. 거친 피부를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게 재생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건조한 모발을 부드럽게 가꿔 주는 헤어 에센스부터 환절기 피부를 촉촉하게 채워주는 페이스 오일까지, 우리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미용을 위해 바르는 화장품 병 속에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과 모진 바람을 견뎌낸 강인한 식물성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쓰는 첨단 스마트폰 속에도 아프리카의 숨은 기여가 담겨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광물인 코발트와 탄탈룸의 전 세계 매장량 및 생산량의 대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에 집중돼 있다. 우리가 매일 터치스크린을 문지르고 친구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 땅속에 묻혀 있던 귀한 자원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우리에게 도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아프리카와의 연결고리는 우리의 일상 식탁 및 제사상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가 마트나 반찬 가게에서 흔히 접하는 수산물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갈치 중 무려 44%가 세네갈, 남아공, 모로코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너온다. 국내산 갈치와 맛이 비슷해 인기가 높은 세네갈 갈치는 우리나라 갈치와는 다른 남방 갈치이다. 외모에서 눈동자가 노랗고 송곳니가 월등히 크다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여름철 몸보신으로 먹고 있는 민물장어가 아프리카 모로코산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로코산 민물장어 모로코산 민물장어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원도나 영남 지역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귀한 음식인 문어 역시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당수가 아프리카의 모리타니아나 모로코 산이다. 아프리카산 문어는 우리나라 연안산보다 크기는 다소 크지만, 식감과 외형이 매우 흡사한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한국과 일본 식탁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제사상에 얽힌 아프리카와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상도 지역에서 명절 차례상에 '돔배기'라는 이름으로 산적이나 탕국에 올리는 귀한 상어고기 역시 상당 부분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남아공 해역에서 수입된 것이다. 또한 침조기(긴가이석태)라는 이름으로 제사상에 올라가는 큼직한 생선 역시 참조기 대용인 기니나 세네갈산 생선이다. 우리의 소중한 조상님들이 명절이나 제삿날 오셔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의 문어, 나미비아산 돔배기를 국산 못지않게 즐기시는 셈이다. 이보다 아프리카가 우리 삶에 가까이 와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모리타니아산 문어 모리타니아산 문어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가 즐겨 찾는 '참치캔'에도 아프리카와 깊은 인연이 숨어 있다. 서아프리카 가나는 참치 어업과 가공 산업의 요충지이다. 이곳에서 우리 한국 기업들이 현지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발전을 함께 견인하고 있다. 현지 공장에서 수많은 작업자가 정성을 다해 참치를 다듬는 치열한 땀방울은,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든 참치캔 하나에도 아프리카의 생명력이 깃들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처럼 간편한 참치캔부터 명절 제사상의 생선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대륙은 우리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숨쉬고 있다.

비록 물리적인 거리는 수만 ㎞에 달할지라도, 아프리카는 이미 무역과 소비, 식문화와 미용에 이르는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우리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제는 아프리카를 향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꿀 때다. 그곳을 멀고 낯선 미지의 대륙이 아닌, 매일 아침의 커피와 루이보스티, 화장대의 아르간 오일과 식탁 위의 참치 속에서 만나는 '오래된 친구'로 바라봐야 한다. 사실 이들 예시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아프리카의 극히 일부분이다. 이렇듯 일상에 깊이 자리한 다양한 흔적을 발견하고 교감하는 작은 관심이야말로, 지구 반대편 이웃과 진정한 상생의 미래를 실천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명희 부사장

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사장, 단국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 헬싱키 경제대 MBA, 저서 '물어물어 찾아낸 나의 친구 아프리카', 아프리카지역본부장·파리관장·케냐관장·알제관장·소피아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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