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저가치의료 후보지표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회장 문기혁)가 “고령 남성의 전립선암 조기진단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깊은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연령 기준 일괄 분류…의학적 판단 원칙에 어긋나
해당 연구는 암 선별검사·진단검사·심혈관 검사 및 시술 등 7개 영역 31개 저가치의료 후보지표를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75세 이상 남성 PSA 검사가 포함됐다.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저가치의료 관리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암 조기진단 검사를 단순 연령 기준으로 ‘저가치’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회는 “PSA 검사는 7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라며 “”의학적 판단은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환자의 기대수명, 전신 건강 상태, 가족력, 기저 PSA 수치, 증상, 직장수지검사 소견, 환자의 선호를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표 설계 방식에도 근본적 문제
비뇨의학과의사회는 이번 후보지표의 설계 방식에도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증상이나 고위험 요인이 없는 75세 이상 남성에서 관례적으로 시행되는 PSA 검사를 저가치 가능성이 높은 검사로 규정했으나, 지표의 분모는 75세 이상 남성 전체로 설정됐다.
의사회는 ”예외 기준이 들어가 있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75세 이상 PSA 검사’라는 지표명 자체가 삭감·평가·감시의 신호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자료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 기대수명, 가족력, PSA 상승 추세, 의사와 환자의 공유 의사결정 과정이 담기지 않는다“며 청구자료만으로 의료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고령=단명 전제, 통계와도 맞지 않아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수명이 짧다고 보는 시각은 현실과도 괴리가 있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65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18.6년, 80세 남성의 기대여명은 8.2년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75세 이상 남성 상당수는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10년 안팎의 여명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의사회는 ”100세 시대의 의료정책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동일한 75세라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건강한 남성과 중증 동반질환으로 기대수명이 제한된 남성을 같은 기준으로 묶는 것은 의학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국제 가이드라인도 개별화 판단 강조
국제 가이드라인 역시 단순한 연령 기준보다 개별화된 판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교화되고 있다.
▲미국 USPSTF
70세 이상 남성의 일반적 PSA 선별검사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예방서비스 권고가 임상적 판단과 정책 결정을 모두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개별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UA/SUO 가이드라인
75세 이상이라도 매우 건강하고 기대수명이 최소 10년 이상인 선택적 환자에서는 공유 의사결정 후 2~4년 간격의 선별검사를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유럽비뇨의학회(EAU) 2026 지침
전립선암 조기진단과 치료 결정에서 기대수명·수행능력·동반질환을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기대수명 기반의 개별화·위험도 적응 전략을 권고한다.
◆한국 전립선암, 서구와 다른 특수성 있어
비뇨의학과의사회는 ”한국 전립선암의 현실을 고려하면 고령 PSA 검사를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발생은 2만2640건으로 전체 암 중 6위, 남성암 중 1위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70대가 41.3%로 가장 많았고, 80대 이상도 18.0%에 달해 전립선암이 고령 남성에게 집중되는 대표적 암임을 보여준다.
병기에 따른 예후 차이도 크다.
2019~2023년 전립선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전체 96.9%였지만,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51.2%로 크게 낮아졌다.
또한 국내 51개 병원 2만707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2010년대 한국에서 진단된 전립선암의 50.6%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의사회는 ”서구의 과잉진단 논리를 그대로 한국 고령 남성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표 전면 재검토 및 한국형 가이드라인 개발 촉구
의사회는 ”이번 지표가 향후 급여 삭감이나 평가 지표로 전환될 경우 의료현장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PSA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의사가 지표 부담 때문에 검사를 주저하거나, 환자가 '나이가 많으니 검사받을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기혁 회장은 ”정책은 숫자를 보지만, 의사는 사람을 진료한다“며 ”청구자료 한 줄로는 환자의 얼굴, 가족력, 건강 상태, 기대수명, 불안, 가치관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75세 이상 PSA 검사를 일률적으로 저가치의료로 낙인찍는 순간, 일부 건강한 고령 남성은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본인들의 부친이라도 과연 저가치 의료라고 못 밖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후보지표를 성급히 정책화해서는 안 된다며, 전립선암 병력·배뇨 증상·PSA 상승 추적·가족력·유전적 위험·기대수명 10년 이상으로 판단되는 건강한 고령자, 환자와 의사의 공유 의사결정이 있었던 경우는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것과 필요한 조기진단을 막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정부가 비뇨의학과의사회와 협력해 ‘한국형 PSA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함께 개발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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