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어렸을 때 학교에서 달리기를 하다 보면 묘한 순간이 있었다. 내 속도로 잘 달리고 있다가 옆 레인의 친구가 앞서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다. 페이스가 흔들리고 마음은 조급해지며 숨은 더 가빠졌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가 보이지 않을 때는 오히려 더 잘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삶에는 늘 조급함이라는 감정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진로를 고민할 때, 머릿속에 그려둔 미래와 현재의 내가 너무 멀게 느껴질 때, 그리고 잘나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조급함과 초조함은 나를 무겁게 만들었다.
비교가 낳은 조급함은 성장의 덫
얼마 전 회사 직원들을 코칭하면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았다. 한 직원이 유난히 기운이 없고 우울해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입사 동기가 먼저 진급했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조급함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일에 집중하기보다 동기의 누리소통망(SNS)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몇 주가 지나도록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자신감은 떨어지고 무력감만 커져갔다.
또 다른 직원은 같은 부서의 동료가 더 큰 규모의 회사로 이직하게 되자 조급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자신의 경력 방향을 더욱 흐리게 만들 뿐이었다. 조급한 마음은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만든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방향을 잃으면 결국 엉뚱한 곳에 쓰이게 된다. 그때의 조급함은 성장을 위한 동력이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이 된다.
한 마라토너는 경기 중 절대 다른 선수의 기록판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자신의 지난 기록과 이전의 페이스만 떠올린다고 한다. 그에게도 조급함은 있었을 것이다.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과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답답함 말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향하는 곳은 늘 어제의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의 조급함은 집중력이 되었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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